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책이 한 권 있다. 성인문해교육을 받은 89명의 칠곡군 할머니들이 쓴 시집 《시가 뭐고》다. 할머니들이 종이에 꾹꾹 눌러 써 내려간 이시집이 화제가 되자 칠곡군의 인문학 사업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취재|황진아 기자
평생학습을 군의 중요한 정책으로 삼아온 칠곡군은 평생 학습에 있어 단 한 번도 소홀한 적이 없었다. 여성, 청소년, 노인 등 분야별로 특화된 교육을 위해 노력해왔고, 학점은행제를 도입해 공부하고자 하는 주민들을 끌어들였다. 화제가 된 인문학 사업도 10년 이상 평생학습을 선도해온 칠곡군의 열정이 바탕이 됐다.
지선영 칠곡군 평생교육담당은 “인문학이 어렵지 않느냐고 하지만, 평생학습을 10년 이상 꾸준히 해 온 곳에서 인문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며, “우리 군은 단 한 번도 평생학습과 인문학을 따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 담당은 “많은 분들이 인문학이라는 것을 대학중심, 고서적에서만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칠곡군의 인문학 사업은 철저하게 주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주민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마을에 있는 것을 함께 모여서 배우고 즐기며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인문학마을 만들기는 이러한 군의 철학이 가장 잘 담겨 있다. 칠곡군 지천면 영오리는 30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을의 안녕을 위한 천왕제를 지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형식이 간소화됐고, 마을 주민들 간 이견도 생겼다. 천왕제를 보존하기 위해 칠곡군은 전문가들과 함께 제를 지내는 모습을 촬영해 고증 받아 정리했고 주민들은 축문 쓰는 법부터 대금과 풍물까지 배웠다. 꾸준한 노력 끝에 영오리는 지난2015년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박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인문학마을 만들기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을에는 먼저 이장과 부녀회장 등 마을 리더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 리더 교육을 마친 후에는 전문가들이 직접 마을로 가는 실전 워크숍이 진행되는데, 이때 전문가들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마을의 특징을 찾아낸다. 이런 작업을 거치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다’던 마을에도 특별한 개성이 나타난다. 지 담당은 “빨래터에서 빨래하며 노래를 부르던 할머니들이 모여 만든 ‘빨래터 합창단’과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로 구성된 ‘보람할매연극
단’처럼 우리 안에 있는 것을 찾아내고, 마을 주민들이 교사가 되어 주민들을 가르치며 스스로 이루어내는 것이 칠곡군의 인문학마을”이라고 전했다.
칠곡군은 인문학마을 만들기 외에도 마을회관에 학교를 만들어 한글을 가르치는 성인문해교육과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엮어내는 작업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지역에서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취득한 지역의 여성들이다. 평생학습은 프로그램이 아닌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지담당은 “칠곡군의 인문학은 지극히 주민중심이자, 주민들을 리더로 만드는 작업이고, 가장 소박하지만 결국은 가장 선진화되고 진보적인 것”이라며, “지역 안에서 선순환이 될 수 있는 평생학습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을 마쳤다.
※ 더 자세한 문의는 칠곡군 교육문화회관 평생학습관(054-979-5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