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은 3월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소극 행정 공무원에 대해 최고 파면까지 고려한다는 인사혁신처의 개정안에 대해 반발 성명서를 발표했다.
취재|양태석 기자
인사혁신처는 부작위(不作爲)나 직무태만 등의 소극 행정을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 의무 위반’으로 명시하고 구체적 징계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의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및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에서 성실의무 위반 유형의 하나인 ‘직무태만 또는 회계질서 문란’을 각각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 등 소극행정’과 ‘회계질서 문란’으로 구분해 소극 행정이 징계대상임을 명시한다는 것이고, 비위의 정도 및 과실 여부에 따라 최고 파면(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또는 징계에 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인사혁신처는 징계보다 약한 경고·주의 처분에 있어 처분효과를 규정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사혁신처의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공노총은 무엇이 소극행정인지 기준도 없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며 이 개정안이 언뜻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순 엉터리라고 폄하했다.
더불어 최근 인사혁신처에서 내놓은 성과평가제나 성과퇴출제 도입을 위한 국가공무원법 발의에 대해 공무원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 정부가 지속적으로 공무원 죽이기에 나서는 형국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노총은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선량한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해 주길 기대하는 마음을 접은 지는 이미 오래”라며, 공무원의 연금희생에 대해 “인사정책적으로 보상하겠다고 약속한 협의기구도 철저히 무시하고 정권의 눈치만 살피는 행태를 보여 온 이근면 인사혁신처장부터 소극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꼬았다. 또한 정부 부처의 장·차관들부터 소극 행정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노총은 대한민국 공무원들을 국민의 봉사자가 아니라 그저 시키는 일 잘하고 말 잘 듣는 기계로 길들여 온 게 누구이고, 소신껏 목소리 내면 인사횡포나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온갖 불이익을 안겨준게 누구였는지 따져 물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공노총을 비롯한 대다수 공무원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의 봉사자로 거듭나고자 자주적인 노동조합을 만들고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노총은 “정부가 온갖 잣대를 들이대면서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정부교섭마저 2008년 이후 전면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소극 행정 공무원 퇴출 발상도 결국 공무원들을 옥죄는 수단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공노총은 “대한민국 100만 공무원들은 정부의 노리개가 아니며 주인인 국민을 온 몸으로 섬겨야 하는 충복들”이라며 “더 이상 공무원 신분을 가지고 장난질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소극행정 공무원들을 내보내려거든 지금까지 정권의 눈치만 보고 할 일 제대로 하지 않은 장·차관, 고위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하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