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린 주민자치박람회는 전국에서 주민자치 잘 하기로 소문난 마을이 모두 모인 축제의 장이었다. 그중에서도 주민의 재능과 자원을 사고파는 지역화폐 사업으로 눈길을 끈 경기도 고양시 풍산동을 찾았다.
취재|황진아 기자
풍산동 주민센터 바로 앞에 위치한 단풍골 마을카페는 주민 소통의 장이다. 마을 소식이나 주민자치프로그램을 알리기도 하고 센터를 찾은 주민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풍산동이 자랑하는 지역화폐 구축 사업도 이 같은 소통과 공유에서 시작됐다. 통상적인 금전 거래가 아닌 마을 주민들이 가진 자원이나 재능을 사고 팔 수 있는 이 사업은 주민간의 소통 창구가 됐고 지역의 자원을 나누며 마을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풍산동 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는 마을 안에서 재능을 나눌 수 있는 기부자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퇴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재능을 나눌 재능 기부자 29명을 모집해 처음 시작한 시니어요리교실과 찾아가는 육아카페는 특히 주민들의 호응이 좋았다. 학생들이 많은 동의 특성을 살려 운영하는 청소년 주말학교에 재능기부자들이 참여해 미술이나 교양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어학, 요리, 노동력 등의 재능을 다른 주민들에게 나누거나, 사두고 잘 사용하지 않는 공구, 생활용품 등의 자원을 필요한 주민에게 공유하면 ‘그루’라는 가상의 화폐가 적립된다. 한 번 나눌 때마다 1만 그루씩 쌓이는데, 그루는 나중에 다른 사람의 재능과 자원을 구입할 때 쓸 수 있다.
지역화폐 사업을 집중적으로 활성화시켜 모든 주민들이 서로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고병규 풍산동장은 “사용하지 않는 자원을 재활용하고 사장된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화폐 사업을 계속 발전시키고 싶다”며, “내년에는 유모차, 장난감을 나누는 장난감 은행을 만들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차원에서 미용실, 음식점 등 상점에서 적립한 그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 동장은 또 “크고 작음에 관계 없이 내가 가진 재능이나 자원이 다른 사람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본인이 가진 것들을 공유해주면 모든 사람들이 상생하는 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살기 좋은 풍산동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께서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동에서 하는 사업에 많이 참여해달라”고 전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풍산동주민센터(031-8075-6780)에 문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