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정책관 약력
•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행정학과
• 행정고시 32회
• 대통령실 선임행정관(행정자치)
• 행정자치부 대변인
지방자치_ 중요한 시기에 어려운 직책을 맡으셨는데,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계신지요?
김석진(지방재정세제실 지방재정정책관)_ 지방자치 20주년이 되는 시점에서 이번 기회에 재정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우리나라 지방재정 개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재정 개혁에 대한 많은 요구와 기대가 높은 반면 그동안 부진하다는 평가도 있었고 홍보가 잘 안된 면도 있었잖아요.
지방자치_ 지방을 다녀보면 재정에 가장 민감해 하고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데 행정자치부에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석진_ 지방재정이 열악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지방 채무나 부채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지방소득세의 독립세 전환, 지방세 감면, 영유아 보육료 국고보조율 상승 등 이런저런 이유로 약 4조1000억원 정도가 지방으로 내려가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볼 때는 지방재정개혁을 할 여력이 충분히 되는데, 문제는 지방으로 내려 보낸 돈이 기초로 흘러가지 않고 광역시·도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교부세 제도를 개선을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또 지방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함입니다. 분리된 지방공기업재정, 교육재정 등을 다 통합해서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들어와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연말까지 지방재정통합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 지방의 행사나 축제가 너무 많은데요. 물론 필요한 것도 있지만 중복되는 것이 많아 획기적으로 손을 대려고 합니다.
지방자치_ 그렇군요. 올해 초에 발표한 공기업 개혁 추진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김석진_ 공기업 개혁은 정말 강도 높게 했습니다. 우선 유관기관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해서 21개 공기업을 8개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번째로 공기업이 과연 이런 것까지 하나 싶은 사업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프연습장, 목욕탕, 온천 등이 있는데요. 적자가 나니까 수익사업을 하는 거죠. 저희가 몇 달에 걸쳐 시장성 테스트를 통해 민간에 넘겨도 잘 할 수 있는 사업 23개를 결정했습니다. 또 지금 제일 현안이 공기업 임금피크제입니다.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는 정부에서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강력하게 추진하는 건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저희가 예상했을 때 매년 1000명 정도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지방대생이나 지역에서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죠.
지방자치_ 지역의 학생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사실 국민들은 ‘정부가 하면 비싸진다’는 말씀도 많이 하시는데요, 모니터링은 어떻게 하시나요?
김석진_ 정부 3.0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 정신에 의해서 지방재정을 모두 공개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서 국민들이 편리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래서 내가 낸 세금을 국가가 잘 사용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는 ‘내 세금 국민 감시단’을 발족했는데요. 자발적으로 모인 100명을 중앙감시단으로 위촉하고 이분들과 함께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국적으로 4000여분이 참여하고 있는 생활공감정책모니터단의 시·도 대표들이 내 세금 국민 감시단에 포함돼 있어서 여기서 하는 정책과 방향이 전국에 공유될 수 있죠. 실제로 감시가 이뤄지고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지방자치_ 행자부에 등록된 민관소통위원회와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석진_ 요즘은 추세가 주민 참여의 시대를 넘어서 주민이 결정하는 시대로 행정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는 헌법1조의 원리에 부합하게 가고 있는 거죠. 앞으로는 시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하고, 요구하게 될 것 같아요.
지방자치_ 그럴 것 같습니다. 사실 지자체들이 교부세에 굉장히 목숨을 걸고 있던데요. 교부세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습니까?
김석진_ 세원이 빈약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교부세가 가장 중요한 재원이죠. 교부세는 내국세 총액의 19.24%라고 정해져 있는데 그걸 배분하는 방법은 저희들이 그때그때 달리할 수 있어요. 최근에 사회복지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충당하기 위해서 수요가 많은 곳에 교부세가 많이 갈 수 있도록 산식을 바꿔줘야 합니다. 교부세 제도 개편의 핵심이 바로 이겁니다. 그런데 수요가 많은 곳에 교부세가 더 가도록 제도를 개편하다보니까 저희들이 당초 10%p 정도 인상하려고 했는데 논의하는 과정에서 교부세가 줄어드는 단체도 있습니다. 교부세는 총액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보니 이쪽에 많이 가면 저쪽이 줄어들거든요. 그 충격을 완화하자는 측면에서 단계적으로 올리려고 합니다.
지방자치_ 지방에 가면 사회복지 재정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복안이 있습니까?
김석진_ 최근 자치구들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라고 할 정도로 재정압박이 심한 것은 사실이에요. 처음에도 말씀드렸듯이 광역에서 기초로 돈이 내려가지 않고 병목현상이 있습니다. 돈이 내려갈 때 조정교부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법이 아니라 조례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안올려도 그만이거든요? 예를 들어 서울시는 조정교부율이 21%였는데 지방재정이 계속 확충되는 상황에서 조정교부율이 그대로니 서울시는 그 수혜를 보면서 구청으로는 돈이 내려가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용역도 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 제동을 걸고 하니까 서울시가 제일 먼저 조정교부율을 22.78%로 상향하겠다고 선언해 이번에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2800억원이 내려갑니다. 숨통이 트이는 거죠. 다른 시·도 역시 용역도 진행하고 시뮬레이션 해서 적정한 비율을 정하는 방향으로 끌어가려고 합니다.
지방자치_ 그렇군요. 사실 가계 부채도 문제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자체 부채도 걱정입니다.
김석진_ 물론입니다. 현재 지자체 부채는 28조원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2010년에 29조원, 2013년에 28.6조원으로 등락은 있지만 안정적이고 건전한 편에 속하긴 합니다. 일본이나 미국, 영국에 비해서도 굉장히 낮고 국가채무비율을 봤을 때도 우리나라 지방채무가 지금 예산대비 14.8%입니다.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가 한 70조원 정도 있어서 통합부채 개념으로 보면 부채 100조원 시대가 됐죠. 사실 부채는 빚이기 때문에 사실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공기업 부채, 자치단체 부채, 교육비, 우발부채까지 해서 통합부채 개념으로 강력하게 관리하려고 합니다.
지방자치_ 관리만 할게 아니라 통제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석진_ 그렇죠. 저희가 지난 7월 부채의 수준을 보고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25%를 넘은 인천, 대구, 부산, 태백을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했습니다. 채무비율이 40%이상인 곳은 심각단체로 지정하는데, 인천 같은 경우는 지금 39%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굉장히 고강도 개혁을 하고 있죠. 최근 긴급재정관리관 제도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자치단체 파산제의 시작이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논란이 많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자치단체 파산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어요. 파산이라는 어감 자체가 부정적이고 자치단체의 반발이 많아서 우리는 자치단체회생제도라고 이야기합니다. 심각하게 재정위기에 빠진 자치단체에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해서 회생하도록 하자는 거죠.
지방자치_ 지방재정개혁의 차질 없는 마무리를 위해 계획과 당부의 말씀부탁드립니다.
김석진_ 지방재정에 대해서 낭비적인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는 시각과 재정이 열악하다는 상반된 시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두 가지 측면이 다 맞죠. 그렇지만 지방재정을 건전하게 하겠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아직도 낭비나 비효율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칼을 대야하지 않겠습니까? 금년 연말이면 각종 법이나 시행령 등 제도적인 개선은 끝납니다. 공기업 개혁같은 부분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되고요. 우리의 개혁 의지는 확고하기 때문에 지자체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동참해서 같이 가줘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호응과 이해입니다. 언론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감시와 성원이 있으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방자치_ 부담으로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자리인데요. 주민을 위한 주민이 필요한 정책관님 자리입니다. 즐기시면서 열정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