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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행안부 차관 인터뷰] "지자체 재정 자율성 대폭 확대...주민자치회 본격 활성화"

주민소환제 개선해 단체장 견제...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 융통성
지방자치 30년 ‘민주’ 뿌리내려 주민참여 등 자치 역량 신장
민생회복 쿠폰 실질 효과 실감, 소상공인 매출 늘어 호평
고향사랑기부금 혜택 많으니 동참하고 답례품 받으세요
소통·배려, 솔선수범, 도전... 공직자 갖춰야 할 필수 덕목

비 온 뒤 활짝 갠 오후처럼 표정이 밝고 환하다. 종종 웃음이 번지는데 치아마저 단정하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지난 6월말 차관으로 영전한 뒤 ‘정신없이’ 한달을 보냈다지만 인터뷰 초반부터 몰아치다시피한 지방행정 현주소 질문에 답은 거침 없었다. 지방자치 30년의 의미를 짚으며 ‘지방 재정 집행 칸막이를 없애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설명은 모든 지자체 단체장들에겐 ‘당근’이 될 것 같다. 이어 읍면동의 주민자치회를 지원해 활성화시키고 아울러 주민소환제를 개선, 보다 소환을 쉽게 하겠다는 대목에 이르러선 지자체 장들에 대한 ‘채찍’을 떠올리게 한다.

 

17개 광역단체 226개 기초단체의 속살들을 헤집고 가려운 곳 아픈 곳을 헤아려 이를 민생, 자치, 균형 이라는 이름으로 묶고 발전이라는 열차에 태워야 하는 게 김 차관의 일이다. 대통령실은 김 차관을 임명하면서 ‘지방행정 정책통’ ‘균형발전 적임자’라고 했다. 새 정부의 바둑판 위에 ‘지방분권’이라는 대마를 위해 김민재가 필요하다.

 

장소 세종시 행안부차관 집무실 / 대담 이영애 발행인  / 정리 엄정권 대기자 / 사진 한승구 기자 / 영상 제갈욱PD

 

김민재 행안부 차관 약력

/ 강원도청 기획조정실장  /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 행안부 기획조정실장, 행안부차관보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저렇게 큰 걸개 그림은 후배들이 해준 건가요? 약력을 보니 행안부에서 거치지 않은 부서가 없군요.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_ 재작년 인터뷰했던 사진을 후배들이 어떻게 구했는지 저렇게 큼직하게 걸어 놨습니다. 좀 부끄럽습니다. 거의 모든 부서를 거치긴 했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습니다.

 

이영애_ 차관님, 큰 일을 맡으셨습니다. 우선 QR코드를 핸드폰으로 찍어 보시고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김민재_ 어이쿠 이거 누가 만들었나요? 민생회복 쿠폰 얘기를 이렇게 정리하니 귀에 쏙 들어옵니다.

 

이영애_ 쇼츠 영상 조회수가 역대급입니다. 널리 홍보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국민 주민에게 드리는 온갖 혜택을 저희 인터넷 매체 tvU에 담고 있습니다. 지자체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즘 새 정부 들어서면서 엄청 바쁘시죠?

김민재_ 지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작년 12월 계엄 이후 바로 장관이 공석이 됐습니다. 제가 차관이 된 6월에도 장관이 공석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우선 조직을 추스르고 행안부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막중해 졌습니다. 6월 21일 차관에 임명되자마자 폭염 장마가 이어져 재난안전에 온 신경이 집중됐었죠. 한편으로 국정기획위원회 지원도 저희 몫이었죠.

 

이영애- 민생회복 쿠폰 때문에 좀 형편 핀다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주무 부처로서 어떤가요?

김민재_ 8월 18일 자정 기준으로 전국민의 97.3% 4922만명이 신청했습니다. 지급액은 8조9천억원이 좀 넘습니다. 저희 판단으로는 폭발적 반응입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점도 짐작할 수 있죠.

 

이영애_ 쿠폰은 빨리 쓰는 게 좋다고 하던데요.

김민재_ 네 바로 경제 선순환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냥 지갑 속에 놔두면 효과가 없죠. 승수효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카드사 자료 등 보니 소상공인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저희도 현장에 나가 의견을 물어봅니다. 얼마전 나주와 완도에 갔었는데, 현장 소상공인들이 “경기가 살아나는 것 같다” 하시면서 저희에게 연신 “고맙다” 하시더라구요.

 

 

이영애_ 경기가 정말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재_ 쿠폰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경제 활성화라고 볼 수는 없겠죠. 다만 민생 회복, 경기 회복에 마중물은 될 수 있습니다. 골목 상권이나 전통시장 등에 생기를 불어넣고 활력을 준다는 측면에서 현재로선 가장 좋은 경제정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영애_ 올해는 지방자치 30주년입니다. 의미도 각별하고 그동안의 성과도 많을 것 같습니다.

김민재_ 우리 행안부가 지자체 학회 대학 등과 연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왔는데 그 와중에 탄핵 계엄 대선 등 이슈가 터지니까 거의 반년 동안 홍보를 못해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쨌든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풀뿌리라고 하는가 하면 민주주의 근간이라고도 하죠. 주민참여예산 제도라든지 주민조례 청구권 등 우리 실정에 맞게 접목시키고 발전시켜왔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그런 것들을 불과 한 세대가 가기 전에 30년만에 이뤄낸 겁니다.

 

이영애_ 계엄 때도 국정이 흔들리지 않은 건 지방정부 역할이 컸다 라는 분석도 많은 것 같습니다.

김민재_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지방자치가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실현하고 권리를 찾아야 할지 아시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궐위 때 중앙정부가 힘든 상황에 있었지만 지방 17개 시도 226개 시군구가 정상적으로 기능했기 때문에 난국을 잘 극복했다고 봅니다. 이런 모습은 지방자치의 성숙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대목입니다.

 

이영애_ 역사적 평가, 좋은 말씀입니다. 그리고 새 정부는 국민주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주민자치와 연결해 설명해주시겠어요?

김민재_ 지방자치는 국민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최선의 방법입니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 주권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은 지역 입장에서 보면 주민이죠,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구현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그 한 방법이 바로 주민자치회 활성화입니다. 지난 정부에선 지원을 좀 줄여왔는데 주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발전 마을 발전을 주도하려면 주민자치회를 대폭 지원하고 읍면동 단위로 적극 활성화시키겠다는 게 저희 행정안전부 정책 목표입니다.

 

 

이영애_ 주민자치회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단체장 견제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김민재_ 정확한 지적입니다. 주민소환제가 있는데 제도적으로 좀 아쉽게 보는 게 있습니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뭔가 잘못했을 때 주민들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취지인데, 실효성이 없습니다. 소환 요건이 너무 엄격해요. 아직 주민소환제에 따라 소환된 단체장은 없습니다. 소환 요건을 좀 완화해 주민이 선출한 권력에 대해 비판하고 책임 물을 수 있게 하면 지방자치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영애_ 단체장들 긴장할 것 같습니다. ‘당근’도 주시면 좋을텐데요.

김민재_ (웃음) 단체장 권한이 없다, 재정도 열악하다, 지방의원 운신 폭이 좁다 같은 여러 불만 섞인 얘기가 늘 나오고 있습니다.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지방에 이양하고 이양되는 사무나 권한에 대한 재정 지원 등 뒷받침하려 노력하고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재정 지원인데 아시다시피 국가 재정도 정말 어렵습니다.

 

이영애_ 그래도 뭔 조치가 있어야 지방도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요?

김민재_ 재정을 크게 늘려 지원하는 건 어렵습니다. 대신 지방재정 운영을 대폭 자율화하자는 게 정부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즉 칸막이를 없애는 겁니다. 그러면 시군구 단체장님들이 좀 더 책임감 있게 재정 지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영애_ 단체장님들 귀가 솔깃하겠습니다.

김민재_ 예를 들어 제 아들한테 용돈을 많이 주면 가장 좋지만 용돈을 많이 주지 못하는 대신 용처에 자율성을 주는 거죠. 한달에 몇십만원 주면서 술은 얼마 이상 안돼 그러면서 책 사 보라고 하면 안되잖아요. 술을 먹든 데이트를 하든 두루 쓸 수 있게 해준다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 포괄 보조금이라고 합니다. 전에는 이 돈으로는 상수도에만 쓰세요, 도로에만 쓰세요 했는데 자치단체별로 다 상황이 다르니까 포괄 보조를 하고 그 사용처 판단은 단체장에게 맡기고 주민이 원하는 사업에 투자하게 한다는 거죠.

 

이영애_ 단체장들의 사명감이 더욱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또 중요한 문제는 인구감소 지방소멸 대응입니다. 대응 기금 늘려줍니까?

김민재_ 인구 감소 지역은 89곳이고 관심지역은 18곳입니다. 22년부터 매년 1조씩 10년간 지원하게 되는데 1조를 나눠 지급하다보니 사실 얼마 안돼요. 일단 1조라는 파이를 키우려고 저희도 무진 애를 쓰고 있습니다. 재정당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지만 국가 재정상 어렵습니다. 이번 정부 안에서 기금 한도를 높이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이 기금도 자율성을 더 주려고 합니다. 지금껏 건물 등 인프라에 투자를 많이 하는 쪽으로 유도했는데 운영비 등 소프트웨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짜고 있습니다. 새로 오신 장관님이 특히 이 부분에 관심이 많으셔서 인구감소 지역 단체장님들 의견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인구감소 지역은 특히 고향사랑기부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김민재_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재졍을 튼실하게 하는 지렛대가 되고 있습니다. 답례품도 지자체 특산품으로 꾸미다보니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요. 올해는 특히 산불 지역이나 수해 지역에 기부가 많이 돼 진정한 고향사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영애_ 새 정부는 AI시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행안부의 움직임이 궁금합니다.

김민재_ 모든 것에 AI가 들어가 있고 여기서 뒤처지면 정말 낙오한다는 생각이 엄습합니다. 향후 전 세계 국가의 경쟁력은 AI가 좌우한다고 봅니다. 개발 못지않게 육성이 중요합니다. 행안부는 공공분야 AI 트랜스포메이션(AX)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디지털 정보 부문 세계 1위였습니다. 6년 연속 1위를 하기도 했는데, 그 영예를 다시 찾아야죠.

 

이영애_ 로드맵이 있나요?

김민재_ 계획을 짜고 있고 기회가 되면 발표할 겁니다. 결국 AI정부 지향점은 국민 편익입니다. 편익은 또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요체가 되겠죠. AI 비서, AI 에이전트로 불리는 게 그런 편익을 줄 겁니다. 공무원 편하자고 만드는 AI가 아닙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것, 뭔가 신청을 했더니 벌써 결과까지 보여주네 하는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이영애_ 지방자치 30년, 국민주권, 주민주권, 그리고 AI 국민 편익, 듣고 나니 배가 부릅니다.

김민재_ 고마운 말씀입니다.

 

이영애_ 차관님은 저 걸개그림에서도 보듯이 후배들 롤모델입니다. 일 잘하는 공무원은 어떤 타입일까요?

김민재_ 저는 이 자리 오기까지 참 운이 좋았습니다.

 

이영애_ 높은 자리 계신 분들 꼭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김민재_ (웃음) 조직 문화에도 트렌드가 있지만 역시 중요한 건 소통과 배려입니다. 힘든 일 있으면 주변에 적극 도움을 청하고 그런 청을 들으면 나서서 도와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술 한잔 하면서 스트레스 풀고 이런저런 어려움도 털어놓고 하다 보면 힘든 마음이 좀 위로받지 않을까요? 또 성실함입니다. 나아가 솔선수범입니다. 웃사람들 부하 직원에 커피 뽑아오라 시키지 마세요. 직접 후배 커피까지 뽑아다 주세요. 사소한 솔선수범부터 몸에 배야 합니다. 세 번째는 도전의식입니다. 창의력을 갖고 새로운 일에 과감하게 부딪칠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이영애_ 차관님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 들으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김민재_ 폭염과 수해로 국민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지방에 대한 관심과 고향 사랑이 지방자치의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내 주변 이웃에 어떤 분들이 사시는지 소통하고 또 배려한다면 지방자치는 더욱 훈훈해지리라 믿습니다. 또 AI 민주정부를 구현해 국민 모두 체감할 수 있는 편익을 드리고자 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영애_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참 든든해집니다. 행안부가 지방정부의 더욱 든든한 우군이 된다는 것을 이 자리서 확인했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든든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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