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지방도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역사적인 무대였습니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2만여 명의 인사들이 경주를 찾았고, ‘한국의 멋과 정신이 살아 있는 도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행사 기간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모든 일정이 완벽하게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 한 분 한 분의 성숙한 협조와 참여 덕분이었습니다. 이번 APEC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시민 여러분이었습니다. APEC 유치와 준비, 그리고 성공적인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이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 낸 변화의 역사였습니다. 2021년 유치 선언 직후 146만 명이 넘는 국민이 서명에 참여했고, APEC 클린데이 운영, K-미소운동 전개, 아름다운 경관 가꾸기에 함께 참여하며 도시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이처럼 시민과 행정이 함께 힘을 모은 결과 경주는 중앙·지방·시민이 조화를 이룬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 주도형 국제회의 도시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이번 APEC을 통해 경주는 세 가지 소중한 유산을 남겼습니다. 첫째는 도시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인 인프라 혁신입니다. 도로, 하천, 경관, 숙박, 통신망 등 도시
국토의 지도는 단순한 선이 아니다. 그 선은 국민의 삶을 잇는 시간의 길, 삶의 축이다. 김이탁 전 국토교통부 1급 공무원은 그 길을 설계한 사람이다. 행정직 최초의 민자도로과장(2007년) 으로 발탁된 그는 ‘민자도로’라는 낯선 제도를 국가 인프라 확장의 실질적 도구로 바꿔냈다. 그 결과, 수도권 외곽순환고속도로 완공과 사패산터널 개통을 이끌어내며 출퇴근 시간을 단축시키고, 수도권 시민의 생활 동선을 새로 그렸다. 그의 이름이 걸린 고속도로는 단순한 교통망이 아니었다. 그는 제2외곽순환도로, 서울~세종 고속도로 등 대한민국의 심장을 연결하는 수도권 고속도로망 계획을 확정하며 “교통의 질이 곧 삶의 질”이라는 국가 철학을 실현했다. 김이탁의 행정은 ‘국민 중심’이었다. 그에게 길은 통행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연결하는 사회적 혈관이었다. 그의 결단과 추진력은 도로 위의 숫자를 넘어, 국민의 하루를 바꾸고 가족의 시간을 되돌려준 정책의 실천이었다. 그는 늘 말했다. “국토의 혁신은 국민의 집을 짓는 일이고, 교통의 변화는 국민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일이다.” 지도 위에 선 하나를 긋는 대신, 그는 삶의 선(線) 을 그었다. 그 선은 오늘도 누군가의 출근길과
어느 회사의 식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그 회사 식당에 음식을 더 많이 차려야 할까, 아니면 더 적게 차려야 할까?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복지와 연금까지 늘리겠다는 정책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드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확장 정책’은 과연 시대의 흐름에 맞을까? 대한민국은 이미 축소 사회에 들어섰다. 2020년 인구 자연 감소가 처음으로 시작된 이후, 그해 약 3만 3천 명이 줄었고 작년에는 약 11만 명이 감소했다. 문제는 이 감소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리더들은 여전히 ‘확장 사회’를 살아온 세대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부와 혜택이 끊임없이 확장되던 시기를 몸으로 경험했다. 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하며, 모두가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던 시대다. 그렇기에 ‘축소’라는 개념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글은 현재 사회의 여러 논쟁적 이슈를 통해, ‘축소 사회’ 속에서 여전히 확장을 꿈꾸는 세
아침 출근길에 신호등 앞에 서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불법현수막이 신호등을 가려 초록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아이 손을 잡은 부모도, 운전대를 잡은 시민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천년고도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입니다. 그러나 도심 곳곳에 무분별하게 걸린 불법현수막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때로는 안전까지 위협합니다. 신호등을 가린 현수막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도심 곳곳을 뒤덮은 불법현수막은 국제관광도시 경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달 말 경주에서는 미·중·일·러를 비롯한 21개국 정상과 대표단이 모이는 APEC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 시기,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를 가꾸는 일은 단순한 미관 개선을 넘어 경주의 품격과 신뢰를 지키는 기본이자 시민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만큼은, 모든 시민이 한마음으로 ‘불법현수막 없는 경주’를 만들어 가길 제안드립니다. 경주시는 그간 불법현수막 근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경주시는 지정게시대와 가로등 현수기, 벽보게시판 등을 활용해 합법적이
1995년 서태지는 ‘컴백 홈’이라는 노래로 가출 청소년들에게 돌아오라고 외쳤다. 당시 이 노래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수많은 청년을 다시 집으로 불러들였다. 트럼프가 폭력적인 반이민정책을 부르짖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도 다르지 않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한국의 우수 인재들에게 이제는 ‘컴백 홈’을 외쳐야 할 때다.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미국의 문이 좁아지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인재를 다시 품을 절호의 기회다. 대통령실 역시 미국 정부가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1인당 10만 달러(약 1억4천만원)로 100배가량 인상하기로 하자 이를 글로벌 인재 유치의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외면한 허상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인재를 유치시킬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은 무엇일까? 이제 글로벌 청년의 입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어떠하고 트럼프라는 ‘재앙’ 같으면서도 동시에 ‘기회의 창’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논의해본다. 미국은 어떻게 위대해졌는가? 미국이 세계적 헤게모니를 쥘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 세계대전의 승리와 달러 중심의 금융 질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다음달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개최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주제(theme)를 아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올해 APEC이 내세운 화두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입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지금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반영합니다.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국제안보 위기 등 인류의 미래가 지속가능하지 않음에 대한 경고입니다. 더욱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되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자국이익 중심의 보호무역주의에 의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때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립니다. 그간 APEC의 주제는 뚜렷한 추세를 보이며 변화해 왔습니다. 2014년 중국 베이징에서는 ‘아시아·태평양 파트너십을 통한 미래 형성’을 제시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시기, 협력을 통해 안정과 성장을 추구하자는 공감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듬해 201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포용적 경제를 구축해 더 나은 세계로’를 주제로, 성장의 성과를 공평하게 나누자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경제발전이 소수에게만 집중돼서는 안
김건희 특검 수사가 과연 국민의 삶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까. 내란 종식 관련 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청년으로서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 물론 국가를 엉망으로 만든 이들이 죗값을 치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더 시급한 과제는 무너져 내리는 서민 경제, 미국과의 관세 협상, 45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남긴 ‘쉬었음 청년’ 문제가 아닐까? 나아가 미래 먹거리, 연금 개혁, 인구 소멸과 같은 구조적 위기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다. 현재 대한민국은 단연코 눈앞의 이익이나 표만 좇는 목전지이(目前之利)에 매몰된 정치에 지배당하고 있다. 보수의 대표 세력인 국민의힘은 그저 당장의 이익만 좇으며 꿀통에 달려드는 파리처럼 보이고, 여당 역시 내란 종식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어떻게든 권력을 더 연장할 수 있을까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정치의 연장선에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청년의 시각에서 솔직한 심경을 전하고자 한다. 조 전 장관이 지니는 함의는 무엇이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함께 논의해 보겠다. 그
올해 10월 말, 경주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는 역사적인 무대를 통해 세계로 도약합니다. 21개 회원경제체 정상과 각국 장관, 다국적 기업인, 언론인 등 약 2만 명이 방문할 이번 회의는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니라, 경주와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세계가 경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평화를 품은 역사, 고유한 문화 정체성, 그리고 미래를 향한 경제 잠재력을 두루 갖춘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경주는 단지 시간이 흐른 도시가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세계와 소통해 온 도시입니다. 석굴암, 불국사 그리고 첨성대는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라, 수천 년 전부터 세계와 연결되어 온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무력 대신 문화와 기술로 국가를 발전시킨 경주의 정신은 ‘지속가능한 번영’을 지향하는 APEC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자 살아 있는 예술 무대입니다. 세계유산은 시민의 일상에 녹아 있고, 골목과 거리, 축제와 공연은 세계인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문화 콘텐츠가 됩니다. 이번 APEC을 통해 우리는 최신 시설뿐 아니라, 경주의 삶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세계와
“보좌진과 의원은 식구 같은, 동지적 관계가 있어…” “의정 활동을 하면서 공과 사를 나누기 굉장히 애매하다.” 이 발언은 최근 갑질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감싸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 한 명이 꺼낸 말이다. 청년으로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진보를 대표한다는 정당의 지도부가 갑질을 정당화하려는 모습도 충격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갑’의 입장에서 “공과 사를 나누기 애매하다”고 말하는 이 구시대적인 인식은생애주 기적으로 항상 ‘을’의 입장인 청년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강선우 국회의원의 보좌관들과 같이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은 매일 ‘사회적 갑질’을 당하고 있다. 세습되는 기득권과 고착된 구조 속에서 청년은 점점 더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으며, 그 과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폭력처럼 느껴진다. 오늘날 청년들이 어떤 사회 구조적 억압 속에 놓여 있는지, 그 억압이 어디서부터 기인하는지, 그리고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청년 창업, 사라지는 첫 기회 / 대기업도 외면하는 청년 올해 1분기, 30세 미만 청년 사업자는 1년 전보다 무려 2만6천여 명이
스트릿 우먼 파이터 3(이하 스우파3)를 보셨는가? 인기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우파가 올해 시즌 3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은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국제 참가자들이 포함되어, 무대를 한국에서 전 세계로 확장시켰다. 각국을 대표하는 댄서들이 자국의 자존심을 걸고 뜨거운 춤 대결을 펼치는 모습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스우파 공식 유튜브 채널의 한 영상은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고, 댓글 창에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가 뒤섞여 있다. 그만큼 전 세계 팬들이 각국의 댄서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그램 자체를 응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한국 경연 프로그램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사례는 많다. 피지컬: 100은 넷플릭스 글로벌 주간 조회수 톱 3에 오르며 한국형 서바이벌의 잠재력을 증명했고, 흑백요리사는 나탈리 포트만, 앤 해서웨이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중에서도 스우파는 유독 특별하다. 단순한 경쟁을 넘어, 전 세계가 함께 감탄하고 연대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춤을 통해 세계가 소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