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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K-콘텐츠·반도체 ‘수도권 투자’ 청년은 지방이탈 강요당한다[청년 인구학자가 말하는 K-청년의 삶]

AI는 누구의 배를 불리는가? 인류는 역사상 가장 큰 변화와 혁신을 마주하고 있는데 또다시 기술 발전에만 몰두하고 구조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26년 예산 728조 원을 편성하며 AI, 반도체, K콘텐츠 등 이른바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다. 청년 세대로서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지만, 과연 이 거대한 투자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


돈은 누가 버는가? 기술의 시대에 맞춰 교육과 시스템은 함께 진화하고 있는가? 청년 세대 사이의 기회는 정말 공정한가? 이번 칼럼에서는 AI가 일상이 된 시대 속에서 청년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단순한 투자 이상의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돈은 누가 버는가?
한국에서 AI는 과연 혁신 산업일까, 아니면 기존 산업 구조를 강화하는 도구일까. 정부가 말하는 AI 투자의 상당 부분은 국가 전략 사업, 공공 인프라, 초거대 AI 구축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수혜의 중심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반복된다. 삼성, SK, LG,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대형 SI 기업들이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AI는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 기존 사업 구조의 고도화에 가깝다. 반도체는 AI 칩으로, 제조업은 스마트공장으로, 플랫폼은 AI 추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될 뿐이다. 구조는 그대로, 기술만 진화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AI 산업은 ‘새로운 기업의 등장’보다는 ‘기존 강자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겉으로 보기엔 AI 산업은 매우 청년 친화적으로 보인다. 노트북 하나로 창업하고,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고성능 GPU, 대규모 데이터 확보, 클라우드 비용, 장기간의 연구개발은 기반 없는 청년이 감당하기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Cottier의 연구에 따르면 AI 모델 훈련 비용은 2016년 이후 매년 약 2.4배씩 상승했으며, 가장 고성능 모델의 경우 수백 만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정부와 대기업이 협력해 5만 개 이상의 NVIDIA GPU를 활용한 AI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AI 산업이 소수의 대규모 자본에 유리한 구조임을 보여준다. AI는 열려 있는 미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본의 두께만큼만 열려 있는 산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확보만이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구조에 대한 질문이다.

 


구조의 변화: 교육 시스템 재편에 대한 관심이 필요
AI가 일상이 된 오늘, 학생들의 학습 방식은 이미 달라졌지만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 학생들은 이미 AI를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고 사고를 확장하고 있지만, 학교는 여전히 ‘AI를 사용했는가’를 단속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사고를 만들어내는가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AI 시대에 걸맞은 교육의 새로운 역할을 재정의하는 일이다. 교육은 오랫동안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 기관’으로 기능해 왔지만, AI 시대에는 이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개인은 AI의 도움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서비스를 설계하며, 하나의 사업 주체로 설 수 있다. 그럼에도 교육은 여전히 ‘어느 회사에 고용될 것인가’라는 낡은 질문에 머물러 있다.


이제 교육은 ‘고용될 준비’가 아니라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 낼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대학은 취업 스펙이 아닌, AI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사업 모델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AI 시대의 교육은 직장을 연결하는 통로가 아니라, 개개인이 경제 주체로 자립하도록 돕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지방 청년과 서울 청년의 격차는 더 벌어져
뉴스에서는 연일 AI와 미래 산업을 외치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AI를 배우고 싶어도 변변한 학원 하나 찾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불균형은 과연 개인의 선택 문제일까, 아니면 구조가 만들어낸 강제된 이동일까.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AI 기술을 행정·복지·산업 전반에 도입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AI 도입’은 대부분 청년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행정 자동화에 가깝다. 데이터센터 역시 건설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인력이 투입되지만, 운영 단계에 들어가면 고도로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인해 상시 고용은 수십 명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방 소멸 위기 대응을 외치는 정부의 구호와 달리, 연구개발 인력과 대기업 본사, 첨단 교육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로 디지털 서비스 기업의 76%, 소프트웨어 종사자의 85.8%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비수도권 대학에서 배출된 소프트웨어 인재의 58%가 서울로 이동하고, 지역에 남는 비율은 28%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이 구조의 현실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결국 지방 청년에게 ‘미래 산업’은 도전의 기회라기보다 이탈을 강요하는 신호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AI 산업은 분명 성장하고 있지만, 그 성장이 공간적으로 불균형하게 배치될수록 지역 소멸과 세대 간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청년이 지역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단순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넘어, 그들 스스로가 ‘여기서 살아도 성장할 수 있다’고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조건이 필요하다. 세금 감면과 같은 파격적인 혜택은 청년들의 자산이 형성되고, 청년에게 미래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AI 시대의 핵심 쟁점은 어떤 기술을 개발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누가 소유하고, 어디에 배치하며, 결국 누구의 삶을 변화시키느냐다. 728조 원이라는 초대형 예산은 분명 국가적 기회이지만, 그것이 청년의 일상과 미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미래 산업’은 혁신이 아니라 또 다른 불평등의 이름으로 남을 뿐이다.


현 정부가 투자와 인프라 확충을 통해 AI 시대 전환의 방향을 설정한 점은 청년 세대로서 정말 감사드린다. 이제 그 성과가 보다 많은 청년에게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과 함께 이동하는 기회의 구조를 더욱 포용적으로 설계하는 정치적 결단이 뒤따르길 기대한다.

 

[지방정부티비유=최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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