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서태지는 ‘컴백 홈’이라는 노래로 가출 청소년들에게 돌아오라고 외쳤다. 당시 이 노래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수많은 청년을 다시 집으로 불러들였다. 트럼프가 폭력적인 반이민정책을 부르짖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도 다르지 않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한국의 우수 인재들에게 이제는 ‘컴백 홈’을 외쳐야 할 때다.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미국의 문이 좁아지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인재를 다시 품을 절호의 기회다.
대통령실 역시 미국 정부가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1인당 10만 달러(약 1억4천만원)로 100배가량 인상하기로 하자 이를 글로벌 인재 유치의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외면한 허상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인재를 유치시킬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은 무엇일까? 이제 글로벌 청년의 입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어떠하고 트럼프라는 ‘재앙’ 같으면서도 동시에 ‘기회의 창’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논의해본다.
미국은 어떻게 위대해졌는가?
미국이 세계적 헤게모니를 쥘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 세계대전의 승리와 달러 중심의 금융 질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글로벌화된 시대에 미국의 영향력을 지탱하는 힘의 근원은 단순한 군사력이나 경제력이아니다. 그것은 전 세계 인재들을 끌어당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신화적 가치,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기관이었다.
“능력과 노력이 있으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전 세계 청년과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자석이 되었다.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모여 있는 미국은, 꿈을 펼치려는 천재들에게 사실상 반드시 찾아야 할 목적지가 되었고, 이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제공했다. 더 나아가 H-1B 비자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구글·테슬라·인텔·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잇따라 탄생하고 성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영어를 비롯한 미국식 라이프스타일은 전 세계를 사로잡았고, 미국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모두 갖춘 진정한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현실: 코리안 드림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는 과연 ‘코리안 드림’이 존재하는가? 우리의 교육 기관은 천재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현실은 외국 인재를 끌어들이기는커녕, 자국인재조차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은 인구 1만 명당 0.36명의 AI 인재가 순유출되어, OECD 38개국 중 35위에 머물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순유입국이었으나 이제는 순유출국으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로 AI 연구진들에 따르면, 국내에는 연구 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해외로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 청년들이 앞다투어 떠나는 현실에서 글로벌 인재 유치를 외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편, 인근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일본내 중국인 거주자는 약 82만2천 명으로 전년보다 6만 명 늘었다. 이유는 지리적 가까움, 엔화 약세로 인한 저렴한 부동산, 외국인의 부동산 구입 용이성, 그리고 언어적 친근성이다. 일본 사례가 글로벌 인재 유입은 아니지만, 제도·경제·언어라는 삼박자가 국제 인구 이동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반대로 한국은 제도적으로도, 언어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대통령실이 바라는 인도·중국의 인재를 한국으로 끌어들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H-1B 비자 신청비가 100배 올라 미국행이 줄어든다고 해도, 그 다음 선택지는 한국이 아니라 캐나다, 유럽,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인재 유입을 위한 톱티어 비자? 한국 청년들에게도 적용해야!
한국의 현실적인 전략은 외국 인재 유치가 아니라, 자국 인재의 유출을 최소화하고 이미 떠난 인재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다. 해외 이주는 큰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한다. 해외 생활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사실 한국만큼 생활 편의성이 뛰어난 나라는 드물고, 가족과 친구 곁을 떠나는 일 또한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 한국이 세워야 할 가장 현실적인 인재 전략은 외국으로 나갔을 때 감수해야 할 비용이 한국에 남아 있을 때보다 더 크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의 석·박사급 외국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톱티어(Top-Tier) 비자’를 신설했다. 이 제도는 해외 우수 인재에게 입국 절차 간소화, 가족 동반 거주, 10년간 소득세 50% 감면, 주택 구입 자금 지원, 영주권 전환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을 외국인만이 아니라 국내 인재와 해외에서 돌아오는 인재들에게도 적용한다면 어떨까?
물론 해외 기업이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부동산 비용, 높은 생활 물가, 언어 장벽 등을 고려한 비용 효율성을 따져본다면, 톱티어 비자 수준의 혜택이 우리 인재들에게 주어질 경우 상당수가 한국에 남기를 선택하지 않을까? 나아가 이는 의대 진학으로만 쏠리는 국내 천재들에게 새로운 경로와 기회를 제공해, 국가적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가 꽃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줄 것이다.
Thank you 트럼프!
대한민국의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에서 글로벌 인재 유입의 필요성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 청년들이 사랑하지 않는 한국을, 외국 청년들이 사랑할 리 없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인재 유치를 논하기 전에, 먼저 한국 청년들이 스스로 ‘코리안 드림’을 외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 미국이 문을 닫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인재들이 ‘컴백 홈(Come back home)’ 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고, 동시에 세계의 인재들에게도 한국이 새로운 꿈의 무대임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방정부티비유=최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