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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남쪽 경남을 상상한다. 연꽃 위에 내려앉은 햇살을 닮았고(함안) 청량한 파도에 은빛 모래가 속살을 뒤채고(상주) 수국은 물결쳐 숲길을 가르는 (진주) 그런 곳인가. 여름이 끝자락을 들출 때면 경남에는 못다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남는다. 여름내 뜨거워진 ‘활기찬 경남’은 이제 하나둘 결실을 맺으며 ‘행복한 도민’으로 나아간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물난리 산사태로 혹독한 여름을 보냈고 그 복구작업은 가을에도 박 도지사에게 구슬땀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민선 8기 3년을 지내며 경남이 기초체력을 회복했다고 말한 것처럼 4년차를 맞아 도민에게 ‘체감’할 수 있는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결실은 바다와 땅에서 먼저 익어가고 있다. 7월 남해~통영~부산을 막힘없이 연결하는 이른바 남해안 해상국도 밑그림이 완성됐다. 해양관광의 구심점으로 꿈이 커지면서 남해 바다는 벌써 희망으로 푸르게 출렁이고 있다. 이미 내륙은 ‘경남패스’로 희망과 꿈을 실어나르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75세 이상 노인에게 교통비 전액 환급하고 있다. 내륙·바다에 이은 또 하나의 꿈은 우주로 향하고 있다. 사천을 중심으로 우주항공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일. 경남 전역의 산업 생태계가 바뀌게 될 큰 역사(役事)다.
박완수 도지사의 발걸음이 바빠질수록 땅과 바다는 푸르러지고 하늘은 높아만 간다.
장소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 대담 이영애 발행인 정리 엄정권 대기자 사진 경남도청
박완수 경남도지사 약력 / 경남 창원시 시장 /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 20대, 21대 국회의원 |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어느덧 민선 8기 4년차를 맞았습니다. 소회 한 말씀 해주십시오.
박완수 경상남도 도지사_ 지난 3년은 경남의 기초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젠 도약의 때입니다. 4년차는 그 발판을 마련해야 할 시간입니다. 저희 도정 슬로건이 ‘활기찬 경남, 행복한 도민’인데 거기에 맞춰 도정 전반기는 경제 재도약에 집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도민 삶에 실질적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 복지 동행 희망이 있습니다.
이영애_ 말씀하신 변화는 도민들이 체감하고 있는지요?
박완수_ 생활만족도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선 8기 출범 전인 2021년에 53.7%였는데 올해는 60.7%로 올라갔습니다. 저는 7%포인트 상승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도민들에겐 부족한 면이 많고 더 많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겁니다. 무엇보다 변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에 집중해야겠죠. 경제 활력을 높이고 복지체계를 더욱 촘촘히 하는 등 체감 지수를 높이겠습니다.
이영애_ 좋은 소식 얘기부터 할까요? 남해안 섬 연결 해상국도 노선이 지정됐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인가요?
박완수_ 남해안은 경남을 넘어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가진 전략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죠. 얼마전 확정된 남해안 섬 연결 해상국도의 노선 지정 의미는 말하자면 접근성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일입니다. 남해 창선면과 통영 도남동을 잇는 43㎞ 구간이 국가도로 계획에 포함된 것이죠. 이렇게 되면 여수~남해 해저터널과 거가대교 등 총 152㎞ 해상관광 도로망 윤곽이 갖춰지게 됩니다.

이영애_ 섬 사이에 다리가 생기는 건가요?
박완수- 그렇죠. 섬 사이를 잇는 신남해대교 사량대교 신통영대교 한산대첩교 해금강대교 등이 조성되면서 섬 주민 이동도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물류는 물론이고 관광객도 크게 늘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영애_ 지역경제에도 엄청 큰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박완수_ 남해안 전역이 이제 하나의 관광권 경제권으로 묶게 되는 기반이 조성된 겁니다. 당연히 생산 부가가치나 고용창출 효과에 사회적 비용 절감도 충분히 예상됩니다.
이영애_ 통영이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로 선정됐다는데 확 달라지는 겁니까?
박완수_ 지금 금호리조트가 약 1400억원을 들여 신규 개발을 한창 하고 있고요, 해양복합터미널 미디어아트 수상 공연장 같은 공공 인프라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내년 4월에 클리퍼 세계일주 요트 기항지 행사가 열리는데 통영으로선 국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관광객도 크게 늘고 소비 고용 창출로 이어지리라 전망합니다. 결국 남해안 해상국도가 연결성을 확보하고 통영의 콘텐츠가 풍성해지면서 남해안 관광벨트가 완성된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흔한 말로 글로벌 해양거점으로 발전할 기틀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이영애_ 도민 행복 1호 사업이라는 경남패스는 뭔가요?
박완수_ 75세 이상 어르신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교통복지 정책입니다. 이들에게는 교통비를 전액 환급해줍니다. 지자체로선 유일합니다. 올해 1월부터 시행했는데 벌써 23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로 자리잡았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경남동행론도 소개할까요? 일종의 금융복지정책이죠. 론(loan)이 영어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도민들에게 긴급자금을 최대 150만원 대출해줍니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건데 2027년까지 매년 100억 규모로 대출해 줄 예정입니다. 아마 2만명 정도 혜택 볼 것 같습니다. 고용 복지와 연계한 컨설팅까지 하고 있어 경제적 자립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저출생 고령화와 청년 유출은 지역마다 큰 고민입니다. 경남도의 대응책은 있겠죠?
박완수_ 청년 유출 문제 해결은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청년 삶의 패턴에 맞춰는 게 해결책의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학-졸업-재직 등 단계별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학 때는 현장 실습을 지원해 지역 기업에서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어 졸업후에는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을 하는데,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인턴 때부터 챙겨 줍니다. 이후에는 청년도전 지원, 청년 성장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일자리 기반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또 청년들에게는 도정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도정의 주체, 미래 경남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경남도 청년들은 경남에 살고 싶을 것 같습니다. 도정 수행의 첫 관문은 역시 소통 같습니다. 소통 잘 하시는가요?
박완수_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잖습니까? 늘 현장에 가서 소통하려고 합니다. 도정 현안 챙기는 것도 보고서에 의지하지 않고 시군 협력회의, 지역 간담회, 현장 점검을 통해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정책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늘 회의 때 강조합니다. 그 방향이 찾아가는 과녁은 당연히 도민의 삶이고 과녁의 한 복판은 변화입니다.
이영애_ 자치분권이 지방자치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의 협력이 선결 요건입니다. 도지사님의 생각은 어떤지요?
박완수_ 지방분권 얘기는 어제 오늘이 아니죠.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자치분권 논의는 이어졌는데 아직 중앙집권적 틀은 1970년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봅니다. 새 정부에서도 초광역 행정모델을 제시하면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구상을 내놓았는데, 제도적 여건과 재정 구조 개선이 앞서야 합니다. 경남 역시 전체 예산의 약 95%가 중앙정부가 용도를 정한 이전재원이고 지방정부 자율 편성이 가능한 예산은 불과 5% 정도입니다. ‘5% 자치’로서는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제대로 펼치기가 어렵습니다.
이영애_ 대체로 지방정부 의견이 자율성 그리고 예산 문제에 집중되는 것 같습니다.
박완수_ 네, 아마 비슷한 처지에 있기에 해법도 비슷해 보입니다. 또 규제가 획일적이고 조직 운영권 제약도 많아 지방에선 창의적 행정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재정 자립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이영애_ 이재명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완수_ 경남은 국가 산업경제의 핵심 거점이며 국토 균형발전의 큰 축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경남의 이러한 위상과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몇 가지 현안이 있으니 국정과제에 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이 급합니다. 사천은 한국이 우주 5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핵심 거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에 맞춰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산업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게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이 급합니다. 정부의 전폭적 협력을 기대합니다. 또 ‘남해안권 발전 특별법’도 중요합니다. 해양 섬 자원들을 국가가 나서 전략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이는 단순히 지역 현안이 아닙니다. 국가적 과제입니다.
이영애_ 경남 도민께 드리는 말씀 들으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박완수_ 도민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에 지난 3년 흔들림 없이 도정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도민 삶의 향상은 저의 가슴 속에 새겨진 사명감입니다. 이제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