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자체나 늘어나는 복지예산이 고민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복지예산을 절감하고 지역에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켰다.
취재 황진아 기자
울주군 언양읍에 사는 지적장애 모자는 집 안에 쓰레기를 쌓아두고 생활하는 저장강박증이 있었으나 도움의 손길조차 거부했다. 이에 언양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주민들이 수개월간 설득한 끝에 천사계좌 기부금과 기업체 후원으로 집을 리모델링하고, 치아가 거의 없어 죽만 먹어야 했던 어머니 남 씨의 틀니 시술을 지원했다.
울산은 전체적인 소득수준은 높은 반면 양극화가 심해 빈부격차가 큰 지역이다. 특히 법적 기준에 미달되어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도 많다, 그중에서도 울주군 청량면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대비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의 비율이 가장 크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이 같은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울주군과 청량면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쳐 ‘내가 천사가 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천사계좌’다. 한 사람당 1004원을 매월 기부하는 천사계좌는 부담되지 않는 금액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청량면에서만 시행 50일 만에 494명이 참여했고, 불과 몇 달 만에 울주군 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지역주민들이 앞장서서 시작한 모금은 지역 상가로 확산되었고, 두 달 만에 언양읍에서 착한가게 100호점이탄생, 전 읍면에 착한가게가 이어져있는 착한거리도 생겨났다. 2015년 11월, 착한가게 500호점이 탄생하며 공동모금회는 전국 최초로 울주군을 ‘착한군’으로 선정한다. 이렇게 시작된 울주군의 ‘천사울주 만들기’ 사업은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의 자립을 위한 지원을 지자체 예산이 아닌 지역주민의 모금액으로 해결함으로써, 복지예산을 절감하고, 긍정적인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사업이다.
체계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역할 분담도 확실히 했다. 읍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주민들에게 사업을 홍보하고 모금된 기부금을 누구에게, 어떻게, 무엇을 도와줄지 결정하고,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모금액을 관리·집행한다. 울주군은 지원계획을 검토·조정하는 역할과 각종 행정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천사울주 만들기 모금사업을 하기 전에는 190명이던 기부금 후원자(천사)는 모금운동 후 6580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군 관계자는 “이런 결과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참여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군민들이 몇 천 원씩 내준 돈이 모여 지금은 연간 기부금이 4억 원이 넘는 큰돈이 되었다”고 전했다.
착한거리 선포식을 본 후 한 주민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며 천사계좌에 가입했다. 이처럼 나눔이 전파되어 기부로 이어지는 사례도 속속 생겨났다.
올해 울주군 기부의 핵심 요소는 사람이다. 기부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다양한 분야의 재능기부자를 모집하고 복지박람회를 통해 읍·면별로 재능 나눔 출범식을 열고 있다. 복지박람회에서 ‘사랑의 기부탑 쌓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기부 문화를 정착시켜 주민들이 내가 사는 동네 복지에 더 관심을 가져 다 함께 잘사는 복지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민관협력을 기본으로 착한가게, 천사계좌, 재능기부, 기부탑 등 다양한 나눔 문화를 계속해서 홍보하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울주군 생활지원과(052-229-7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