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방자치》 창간 30주년을 맞아 정세균 국회의장을 인터뷰했다. 정 의장은 최근 논의되는 지방분권 개헌,다당체제로 재편된 국회, 대통령 탄핵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국회가 중심을 잃지 않고 맡은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월간 지방자치》 창간 30주년. 그래서 오늘 의미 있는 인터뷰를 하려고 하는데요. 30주년을 맞아 의장님께 인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세균(국회의장)_ 30주년을 맞은 《월간 지방자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물론 우리 지방자치 역사는 21년쯤 되었지만 《월간 지방자치》는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애를 쓰셨습니다. 저는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며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월간 지방자치》가 큰 역할을 한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또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더 발전해서 지금처럼 반쪽 자치도 되지 않고 2할 자치라고 하는 어려움에서 벗어나 ‘자치’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지금 나라가 굉장히 혼란스럽다 보니 의장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도록 국민 또는 공직자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세균_ 사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사태를 맞고 있어서 대통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까 국회라도 더 중심을잡고 역할을 해달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이고요. 그러나 행정부와 입법부는 역할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대통령의 공백을 메운다든지 행정부의 역할을 의회가대신해줄 수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치’라는 이름으로 국회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야정 정책협의를 한다든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의회가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직자들이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역할을 잘 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고, 국회도 협치를 통해서 행정부의 부족함을 메우는 노력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영애_ 제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다녀왔는데요. 미국도 집회를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한쪽은 반대하고, 한쪽은 찬성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가는 것에대해 국회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요?
정세균_ 사실 우리 정치가 바르게 제 역할을 했다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겠지요.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는 것 아닙니까? 거기에 대해서 저는 국회의장으로서 또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게 생각하고, 많은 책임을 느낍니다. 우리정치가 정말 달라져야 합니다.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게 목적이 아니고,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어야겠다는 국민의 여망(輿望)을 우리 정치가 제대로 받들어서 변화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고 정치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말로만 정치개혁이 아니라 정말 실천을 통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달라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영애_ 믿겠습니다. 인터뷰 들어오기 전에 바른 정당에서 방문을 하셨더라고요. 국회가 다당체제로 재편되면서 국민 입장에서나 국회에서도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협업, 협치, 상생 등 말들은 굉장히 멋지게 하지만 국회가 과연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또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하실 것 같습니다.
정세균_ 저는 사실 양당제보다 다당제가 낫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 제가 정치하는 과정에서 양당제의 혜택을 받은 사람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양당이 대립하면 한쪽이 비토파워(Veto Power: 거부권)를 갖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대화와 타협이 잘 안 돼요. 오히려 다수당이면 어느 한 당이 거부를 할 수 없잖아요. 더 많은 정당들이 합의를 하면 그것이 결정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양당체제보다는 다당제가 낫다는 거죠.물론 우후죽순처럼 정당이 난립해서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 되면 안 되겠지만 양당제보다는 다당제가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다당제하의 협치를 위한 노력, 그리고 각 정당이 조금씩 양보해 가면서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를 살려나가는 노력을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고 그 토대 위에서 어떻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심해야 합니다.
이영애_ ‘한국 청소년은 참 똑똑하다’라고 말씀을 하셨던데, 최근 논의되는 선거연령 하향에 대해 찬성 쪽인것 같으세요.
정세균_ 당연하죠. OECD 34개 국 중, 우리만 선거 연령이 19세 머물러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선거연령이 16세이고, 일본도 20세였다가 2015년에 18세로 고쳤죠. 우리도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18세면 투표를 하기 위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고도 남습니다. 저는 이번 2월 국회에서라도 이 문제를 빨리 정리하는 게 옳다고생각합니다. 여론조사를 해보아도 많은 국민들이 18세로 선거연령을 조정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선거연령이 18세로 낮아지면 청년들도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세균_ 네. 옛날에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잘 안 갔는데 지금은 ‘참여해야겠다’, ‘참여를 통해서 변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우리 청년들이 많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 투표율은 지난 총선 때도 상당히 높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이 민주주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호주는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하던데 우리나라도 그런 제도를 만들 생각이 없으신지요?(웃음)
정세균_ (웃음)그건 하책(下策)이죠. 왜냐하면 국민들이 자신의 결정에 따라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최선이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높고 투표에 대한 책임의식도 있는 편이에요. 투표가 권리이면서 4대 의무 중 하나잖아요. 호주처럼 선거에 불참하면 금전적인 페널티를 물리는 것은최하책이기 때문에 그런 것보다는 국민들의 자각으로 투표율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영애_ 이제 저희 《월간 지방자치》가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앞서 잠깐 언급하셨지만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공과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정세균_ 과거의 단체장은 중앙에서 임명을 했고, 또 의회가 없었죠. 그것을 관치시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관치시대와 자치시대를 비교하면 주민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유능한 관치단체장도 조금 부족한 자치단체장보다 못하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대통령 기능이 정지된 상태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정이 굴러가고 있어요. 그것은 지방자치 덕분이라는 거죠. 만약에 지방자치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공직자들이 제대로 된 의사결정도 못하고 내 미래는 안전한 것인지 전전긍긍하면서 민생도 못 챙기고 지방 행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것만 봐도 ‘아 지방자치는 필요한것이구나’ 생각하실 거예요. 그러나 지방자치가 좀 더 좋은 지방자치가 되고,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펼쳐서 더 많은 국민들이 행복하고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죠.
이영애_ 그러기 위해서 이번에 개헌이 굉장히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방분권 개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의장님께서 지방분권 개헌을 꼭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생깁니다.
정세균_ 제가 개헌에 대한 화두를 지난해부터 꺼냈죠. 의장이 되고 나서 한 제헌절 경축사의 핵심도 개헌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개헌의 내용이 여러 가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골자는 분권을 하는 겁니다. 분권이라는것은 수평적 분권과 수직적 분권이 있는데요. 입법부와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삼권 분립을 제대로 실천해서수평적 분권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직적 분권인 중앙과 지방의 분권을 통해 지방자치가 반쪽 자치나 2할자치가 아니라 진짜 ‘자치’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이영애_ 그런데 행정부에서는 아직 지방분권은 적극적이지 않다는 말도 있거든요.
정세균_ 기득권 유지 차원일 수 있죠. 기득권을 향유하던 중앙으로서는 분권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겠죠.그렇지만 저는 더 많은 국민들께서 ‘지방분권은 시대 조류에 맞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이렇게 공감하시리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우리 국회도 더 많은 의원들이 거기에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분권 또한 헌법 개정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냥 가만히 있는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공감하는 분들이 목소리를 내야죠. 또 그런 주장을 하고, 거기에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을 설득하는 노력도 해야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저는 지방분권은 더 진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 지방분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시장군수 구청장협의회와 저희 《월간 지방자치》가 토론회를 크게 하려고 하는데요. 의장님도 함께 해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정세균_ 네, 알겠습니다.
이영애_ 국민들께서 ‘힘이 되는 국회가 되겠다’고 한 의장님을 많이 신뢰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조사해보니의장님 되신 후 인기도 좋아지셨던데요.
정세균_ (웃음)그렇습니까?
이영애_ 그동안 언론에 하셨던 말씀 말고 국민과 더불어 공직자들에게 평소에 못 다한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정세균_ 우리 대한민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상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나라죠. 그런데 지금 그 대한민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다시 전진해야 합니다. 우리는 서있는데 다른 모든 나라는 앞장서 간다면 그것은 바로 후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절대 대한민국이 정지하거나 후퇴해서는 안 됩니다. 다음 세대, 청년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그들이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은 더 좋은 대한민국, 더 부유하고 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 직면한 위기 극복을 위해서 우리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서있는 위치에서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함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짐이 되지 않고 힘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국민들은 정치에 실망도 많이 하고, 환멸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정치에희망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7년 많은 일이 있을 거라고 하는데, 의장님께서 전하는 희망의 말씀으로마무리하겠습니다.
정세균_ 지도자는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가 어떤 지도자를 가졌느냐에 따라서 미래를 향해 제대로 전진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데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올해는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해입니다. 정말 좋은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제대로 검증하고, 하나하나 잘 따져보고, 누구에게 우리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것인지 심사숙고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지도자를 선택해서 다시는국민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지 않고 또 국민들이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전진하는 2017년, 그리고 국민 개개인도 자신의 일터에서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 힘내서 파이팅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월간 지방자치》 창간 30주년이 되어서 국회의장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여러분 신뢰가 가십니까? 믿음이 오십니까? 말씀대로 잘 실천하실 거라고 믿고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