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쯤일까. 매서운 겨울날 낙조가 춘천에 쇠락의 그림자로 짙게 다가올 무렵 서울의 육동한은 온몸에 냉기가 밀려왔다. 내 고향이 어쩌다….
번듯한 기업들이 줄줄이 춘천을 외면하면서 강원 제1도시의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시민 자긍심은 호반에 쓸쓸히 저물었다. 그는 똑똑히 기억한다. ‘해 저문 소양강’처럼 사람이 떠나는 도시, 문화 예술도 뒤안길로 사라진 ‘상실의 시대’를. 육동한은 단기필마로 고향에 돌아온다.
8년전, 서울의 빛나는 황금과 높은 좌대를 물리치고 오직 춘천의 명예회복을 위해, 춘천의 내일을 위해. 육동한의 결기 가득한 귀거래사는 스스로 택한 ‘한직’에 머물며 관찰과 소통으로 이어졌다. 춘천의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이 춘천을 먹여살릴 것인가.
그리고 이제 시장으로서 2년 반을 보내고 있다. 기업들이 손을 내밀고 있고 골목은 먼지를 걷어냈고 아스팔트는 탄탄하게 춘천의 미래로 뻗어 나간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육 시장이 만든 자살예방 케치프레이즈이지만 어느덧 춘천의 현재를 결속하는 공동체 약속이고 춘천의 미래에 함께 손가락을 거는 언약의 징표가 됐다. 그는 기업혁신파크에 명운을 걸었다. 110만 평의 이 땅엔 분명 춘천의 멋진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는 육 시장이 바위 같았다.
장소 춘천시청 시장 집무실 진행 이영애 발행인 정리 엄정권 대기자 사진 이경엽 기자 영상 제갈욱PD |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시장님 오랜만입니다. 피곤해 보여요.
육동한 춘천시장_ 안 그런척 하려해도, 사실 좀 그렇습니다.
이영애_ 우리나라에서 춘천시장님처럼 일 많이 하시는 분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요.
육동한_ (웃으며) 저는 그냥 일을 사서 하는 편이라…, 전에 누가 그랬는데, 우리 부모들이 그 많은 유전자 중에 좋은 거 하나 주셨는데 바로 일 열심히 하는 유전자랍니다.
이영애_ 시장님 관련 영상으로 쇼츠를 만들었습니다. 핸드폰으로 QR코드 찍어 보시고 한 말씀 해주십시오.
육동한_ 월간 지방정부가 또 진화했군요. 제가 대표님 잠깐 못 본새 새로운 기법이 하나 늘었군요. 이렇게 좋은 영상을 보여주시니 고맙습니다.
이영애_ 시장 취임하신지 2년 반이 훌쩍 넘었습니다. 춘천이 많이 변화했다고 합니다. 소감 들려주십시오.
육동한_ 힘들고 고달프고 책임이 크지만 이것이 나의 소명이고 특권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소명이고 특권이라면 제가 겸손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난 시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주말에 안 쉬는 게 요즘은 자랑이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변화가 있고 시민들께서도 변화를 느끼고 우리 미래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신뢰감이 들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신뢰, 이게 저에겐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영애_ 변화를 이끌고 미래를 신뢰하는 모습이 공직자의 새로운 표본으로 보입니다.
육동한_ 고맙습니다. 시청 공무원들이 저와 일하면서 외람되지만 성공 체험을 많이 했거든요, 그 체험이라는 게 동기부여가 되고 경쟁을 일으키고 성과 중심으로 일하는 동력을 제공합니다. 이런 조직의 분위기가 제 입장에서는 정말로 큰 성과라고 봅니다.
이영애_ 시장님은 춘천의 미래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십니다. 기업혁신파크가 바로 미래세대를 위한 역점사업이겠죠?
육동한_ 맞습니다. 제가 일하는 데 있어 핵심주제는 바로 미래세대입니다. 사실 춘천이 20년전쯤 기업도시 경쟁에서 다른 도시에 밀렸습니다. 그후로 그 도시와 춘천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인구도 크게 역전당하고요. 기업도시를 향한 새로운 판이 기업혁신파크입니다. 이를 유치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늘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최선을 다했죠. 드디어 유치하고 이제 대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이영애_ 기업혁신파크 궁금합니다. 어떤 모습이 될까요?
육동한_ 과거 기업도시라고 하면 어떤 특정 지구를 정해놓고 공장 들여놓고 아파트 짓고 하는 식인데 공공 분야가 주도하다 보니 이렇게 됐죠. 그런데 기업혁신파크는 훨씬 개량된 모델입니다. 앵커기업(선도기업) 등 큰 기업이 춘천과 더불어 사는 겁니다. ‘더존’이라는 대기업과 연대해 정밀의료, AI의료 등과 제조 유통기업들이 자리 잡으면서 도시 기능을 최첨단으로 끌어올리는 겁니다. 여기에 문화 기능을 덧입혀 명품도시를 지향합니다. 판교보다 더 좋은 멋진 신세계가 펼쳐지게 됩니다. 정체되고 잃었던 기능을 되찾게 됩니다. 이게 작년에 유치하면서 꿈이 아니라 이제 현실로 다가올 겁니다.
이영애_ 유치했을 때 감개무량했겠습니다.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육동한_ 춘천이 이런 단지를 유치하는데 유리한 점은 서울과 가깝다는 겁니다. 저희가 지금 통합기본계획을 갖고 있고 조만간 이 작업을 추진할 회사가 발족하면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면서 내년쯤 본격 사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2033년 완공 목표로 인구 3만명의 신도시급 타운을 만드는 꿈이 익어갑니다. (육 시장은 작년 3월 기업혁신파크 유치가 결정된 뒤 파크가 들어서는 광판리 주민들에게 벅찬 마음으로 경과를 보고했다. 기업도시를 빼앗긴 아픔을 잊지 말자며 이제 첨단지식산업도시 완성을 위한 퍼즐을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사라진 유산을 다시 찾아오자는 각오도 밝혔다.)
이영애_ 주민들 행복하겠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육동한_ 첨단 연구 기업과 시설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특별법에 따라 도시 안에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외국인학교를 둘 수 있습니다. 제주도 영어학교 부러워할 것 하나 없습니다. 최고의 외국인학교가 만들어지고 글로벌한 수준높은 교육이 이뤄질 겁니다.
이영애_ 춘천이 목표로 하는 게 또 하나 있더군요.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자신 있습니까?
육동한_ 빙상은 춘천이었습니다. 춘천 공지천은 나이 드신 분들은 다 알지만 한국 빙상의 메카였습니다. 전국동계대회는 다 여기서 열렸죠. 태릉스케이트장으로 잠시 외출했지만 이제 다시 돌아와야죠. 춘천으로요. 또 춘천은 서울이 바로 가깝고 쾌적한 관광도시입니다. 세계적인 동계스포츠 도시는 다 휴양도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스케이트장 후보지가 시유지라 공사에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바로 건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실 강원도는 동계올림픽을 치른 곳 아닙니까? 스키장 루지코스 등 다 갖춰져 있습니다. 이제 스케이트장만 있으면 화룡점정인 셈이죠.
이영애_ 국제스케이트장 유치되면 세리모니 과감하게 하실 수 있으신가요?
육동한_ 네, 할 수 있죠. 감격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이영애_ 노래는 좀 약하죠.
육동한_ 노래에 춤. 못할 거 없죠. 눈물 콧물 다 쏟겠습니다.
이영애_ 시장님이 주축이 돼 7개 북부지방연합체를 만드셨더군요. 설명 좀 부탁합니다.
육동한_ 국가 미래를 늘 고민하고 이제 저성장이 고착되면 국가는 앞으로 어떻게 하나 등 고민과 걱정이 많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춘천을 중심으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홍천 그리고 경기도 가평을 묶어 연합체를 만들었습니다. 협력을 하면 효율은 높일 수 있고 비용은 낮출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춘천에 화장장 하나를 늘렸습니다. 그리고 주변 시군에 개방했습니다. 다른 시군에선 화장장을 만들 필요가 없게 됐죠. 소나무재선충병이 경로를 보면 춘천을 통과해 강원도로 올라갑니다, 이것도 주변 시군과 연합해 대응할 수 있죠. 관광사업도 연합이 가능한 분야입니다. 이처럼 저는 국가도 행정 구조의 미래가 이래야 한다고 봅니다.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방법이죠.
이영애_ 좀 다른 얘기입니다만, 시장님은 기재부 근무시절 노조로부터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선정됐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습니다. 공직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 세 가지만 부탁합니다.
육동한_ 첫째는 역량입니다. 아무리 말 잘하고 다른 재주가 있다해도 실력이 없으면 허망합니다. 두 번째는 주변에 대한 배려입니다. 어느 조직생활이든 주변에 부족하거나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더 끌어안고 그 사람의 성장을 도와주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화합의 정신입니다. 저는 일단 조직내에서 일을 맡으면 그 역할을 통해 조직을 최고로 만드는 겁니다. 그런 경험들이 모여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때 받은 기념패는 아직 보관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념패는 이사 때 다 버렸는데 이 기념패는 잘 모시고 있습니다. 제 인생 최고 훈장입니다.
이영애_ 국무총리실 근무를 마치고 금융권 등에서 고위직 제의가 있었는데 뿌리치고 고향 춘천에 오셨습니다.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춘천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육동한_ 집에 가서 아내한테 물어봐야 할텐데….(웃음. 그리고 선택한다 팻말을 들었다) 고향 춘천은 마음이 시리도록 사랑합니다. 당시 금융권 대학 기업 등에서 요청이 많았었는데, 그걸 다 어떻게 뿌리쳤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강원도에서도 여러 오퍼가 있었는데 결국 강원연구원장으로 오게 됐습니다. 여기서 하는 일은 강원도의 미래를 만들고 또 공직과도 연결이 되고 무엇보다 강원도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게 운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그때가 와도 춘천을 선택할 것입니다.
이영애_ 질문 하나 더. 단체장은 힘들다? 좋다?
육동한_ 둘 다 들겠습니다. 힘들지만 좋고 좋지만 힘듭니다. 제가 하는 일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가끔 얼토당토 않은 상황을 맞을 때도 있습니다. 시장으로서 감수해야 할 일입니다. 억울해도 참아야 합니다. 그런 걸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장을 하고 있은 것이죠. (육 시장은 요즘 머릿속을 채우는 숫자가 있다고 한다. 7. 4. 3. 7시43분이면 어김없이 시청 집무실에 들어선다고 한다. 이게 힘이 된다고 한다. 자신을 잡아주는 숫자의 힘이라는 설명이다.)
이영애_ 국비 6천억 시대를 열자고 했습니다. 세종시까지 가셔서 여러 부처 훑고 오셨다는데 효과는 있는지요?
육동한_ 6이라는 숫자가 공포스럽습니다. 정부 형편도 어려운데 높여 잡아서 저도 모험이라 생각하지만 어떻게든 해보려고 합니다. 각 정부부처에서는 아직 저를 환대하고 있지만…, 열심히 해봐야죠.
이영애_ 중앙부처를 향해 간곡히 호소하십시오. 쇼츠로 만들어 널리 알리겠습니다.
육동한_ 춘천을 도와주시면 단 1원도 허투루 쓰는 일 없이 오로지 춘천의 발전을 위해서 오로지 춘천 시민 행복을 위해 쓸 것입니다. 춘천을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최고의 도시로 만들 것입니다. 도와주십시오. 때가 됐습니다.
이영애_ 춘천 시민들에게 춘천 청사진을 들려주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육동한_ 춘천시장의 제1 아젠다는 교육입니다. 교육이 잘되면 인구소멸도 막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 리더를 만드는 교육, 자기 분야 최고 인재로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목표입니다.
이영애_ 시장님은 용감하고 또 힘있는 춘천의 미래 개척자이십니다. 시민 여러분의 삶을 바꾸는 단체장이 될 것이라고 크게 기대합니다. 춘천 시민에겐 더 밝은 내일이 있습니다.
육동한 춘천시장 약력
/ 미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 강원연구원 원장
/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국장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