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 해결이 ‘인구 문제’ 열쇠 ... ‘디지털 정부’ 세계 최고...수출 잇따라 [김광용 행안부 대변인 인터뷰]

 

그의 눈이 반짝이는 건 총기(聰氣) 때문이다. 그의 달변은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님이 분명하다. 단어가 엉키지 않는 중문, 중 언부언하지 않는 장문을 구사하는 건 오랜 독서의 소산이다. 긴 문장을 다시 요약해 상대방 귀에 쏙 집어넣는 솜씨는 총기 의 몫이다. 행정안전부 김광용 대변인. 그와 마주 앉은 두어 시간,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얼기설기 대충 짐작하던 행안부 업 무들이 뼈대를 갖춰 제자리를 찾아가고 살이 붙고 온기가 돈다. 지역소멸과 인구감소 문제를 설명할 땐 수도권 집중 병폐를 짚어가더니 어느새 일자리 창출의 다급함을 보여주었고 지난 여름 폭우에도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을 통계로 보여주니 듣는 이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어른 위주 정책에 가려져 있어 까맣게 모르던 ‘아이 먼저’ 대책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의 말에 어느새 리듬감이 실렸다. 이어 후배들에겐 어감이 좀 낡아 보이는 ‘자기 개발’이라는 당부 대신 좀 있어 보이는 ‘성장’ 이라는 말을 들려준다고 한다. 그가 최근 푹 빠져 읽는 책이 마음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일은 ‘마음’에 닿아있고 마음 은 ‘일’을 밀고 간다. 그래서 김광용 대변인은 진정한 행정의 달인이다.

 

김광용 대변인 약력

/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사

/ 인천광역시 기획조정실장

/ 행안부 자연재난실장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대변인님 안녕하십니까. 행안부 대변인이라는 자리가 중심잡기 어려운 자리라고 합니다. 취임 6개월 됐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김광용 행안부 대변인_ 네, 말씀대로 대변인이라는 자리가 언론을 상대하는 게 주업무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모두 다 대변인 하기 싫어합니다. 일단 부처를 대변한다는 게 큰 부담입니다. 제 개인 얘기가 아니라 부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부처로 돌아오고 장관님께 돌아가니 늘 부감감을 느낍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부처 일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제가 하는 말이 언론에 실리고 그런 측면에서 국민과 소통한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이영애_ 현 정부는 공공부문 군살을 빼고 효율을 기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성과가 있습니까?

김광용_ 국가 공무원 70만명 가운데 3000명 줄였습니다. 공무원 숫자를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가 그만큼 줄이고 수많은 각종 위원회도 대폭 줄였습니다. 지자체 공공기관도 엄청 많은데 줄잡아 이 정부에서 100여개 이상 줄였습니다. 비용 덜 들면서 똑똑하게 일하는 정부 그리고 국민들 편하게 하는 정부를 지향하는데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습니다. 국민들도 이런 점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영애_ 새로 만든 것도 있지요?

김광용_ 필요 없는 건 줄이고 필요한 건 늘리자 하는 정부의 방향성은 일관성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훈처를 보훈부로 전환했고요, 재외동포청도 신설하고 우주항공청도 만들었습니다. 우리 국가 정체성도 살리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겁니다.

 

이영애_ 행안부가 요즘 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김광용_ 말씀 고맙습니다. 저희가 참 칭찬듣기 어려운 부처입니다. 조직을 줄여라 이건 하지 말라 등 가이드 라인을 주니 환영받는 입장은 아니라는 거 잘 압니다. 그래도 일부 좋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저희 행안부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위로가 되어 다행입니다.

 

 

이영애_ 어려운 질문입니다.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문제입니다. 어떻게든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김광용_ 수도권은 한국 전체의 10%인데 인구는 절반이 몰려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오고, 자연히 비수도권에선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빈집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서울로 사람이 몰리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살기는 팍팍해지고 그러니 젊은이는 결혼하기 어렵고 결혼해도 육아 걱정에 출산도 꺼리고 있습니다. 저절로 인구감소로 이어집니다. 지방에선 지역 소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게 열쇠라고 봅니다.

 

이영애_인구 소멸은 국가적 재앙입니다. 정부 대책은 어떤 게 있습니까?

김광용_ 정부는 자치단체가 자기 여건에 맞는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즉 지방에 돈을 주는 거죠. 인구 위기 지역에 매년 1조원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 권한을 주는 겁니다. 인구 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원특별법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특례(법률)를 만들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빈집은 어떻게 합니까?

김광용_ 빈집은 2022년 기준으로 전국에 13만 2천호 정도가 있는 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6만 1천호가 인구감소지역에 있습니다. 빈집은 주변까지 슬럼화시키고 범죄를 부릅니다. 사람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행안부는 올해 50억, 내년 100억을 들여 정비 철거하는 작업을 합니다. 청년마을을 통해 청년이 지역 생활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후에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공유주거시설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영애_ 윤석열 대통령이 6월에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인구 부처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김광용_ 먼저 아주 조금은 희망적인 얘기를 하겠습니다. 출생아 수가 계속 줄고 혼인 건수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보도를 많이 접했겠지만 최근 혼인 건수 출생아수가 늘었다는 반가운 뉴스도 있습니다. 정부는 인구 정책을 좀 더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해 새로운 부처를 만들기로 했는데 바로 인구전략기획부입니다. 지금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요,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여야 의원들 찾아다니면서 그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설명 드리고 있습니다.

 

이영애_ 현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가 디지털 플랫폼 정부입니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있는지요?

김광용_ 우선 디지털 운전면허증이라고 아십니까? 면허증을 실물로 갖고 다니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 면허증을 넣은 셈인데, 이게 디지털 운전면허증입니다. 또 국가보훈증도 있고 재외국민 신원확인증도 있습니다. 내년엔 디지털 주민등록증이 발급됩니다, 모바일 주민증입니다. 지갑 없는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오게 됩니다. 다음에는 인감증명서입니다. 이게 도입된지 110년 됐습니다. 먼저 인감증명이 필요한 서류를 줄이는 겁니다. 재산 거래가 아니면 인감증명을 없애자는 겁니다. 나아가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20여종 민간에 개방했는데, 더 개방해야 할 겁니다.

 

이영애_ 우리나라 디지털 정보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외국에서도 관심이 많다면서요?

김광용_ 우리 디지털 정보를 와서 발표해달라고 부탁하는 나라가 많습니다. 디지털 네이션스 장관급 회의가 있는데, 우수 사례 발표를 하면 개도국 같은 데서는 알려달라는 연락이 많이 와 협력단을 꾸려 보내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관련 기업도 진출하면서 수출도 하는 일석이조를 누리는 겁니다. 얼마 전 몽골 장관이 와서 모바일 신분증 관련 정보를 드렸더니 매우 크게 감동하면서 도와달라고 해 조폐공사가 현지 설명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앞서 우리 주소체계를 벤치마킹해 상호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이영애_ 지난여름 폭우가 그렇게 심했는데 인명 피해 재산피해는 크지 않았습니다. 통계로도 확인이 되겠죠?

김광용_ 소방관 경찰관 등 공무원들의 노고가 컸지만 저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국민들의 자발적 도움입니다. 대구 안동 예천 등에서는 이장님 자율방재단 이런 분들이 새벽에 순찰 돌면서 대피하라고 소리쳐 다 피신시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재난 문제는 정부만 잘해서는 안되는구나 라는 걸 절감했죠. 올 여름 피해가 지난 5년에 비해 가장 적었습니다.

 

이영애_ 어떤 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 라는 답변이 2년 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김광용_ 위험 요소를 잘 살펴보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잠재적 위험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잠재적 위험 분석센터라는 걸 만들어 어떤 위험이 있는지 분석하고 대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이에 맞춰 관련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을 1년에 4번 하고 있습니다. 전주에서 아파트 전기차 대형 화재 모의 훈련도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대응책의 하나입니다.

 

 

이영애_ 참 달변이십니다. 대변인 6개월 밖에 안됐잖습니까? 행안부 직원들이 본받고 싶은 상사로 꼽혔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김광용_ 우리가 일하러 만났지만 같이 성장하자. 우리가 만난 기간 같이 성장하자. 라는 말을 후배에게 들려줍니다. 저는 ‘성장’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옛날에는 발전 개발 이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서로 일을 열심히 해 목표를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뭐를 얻었나? 월급도 벌었지만 그런 것 말고, 같이 성장하면 좋지 않습니까?

 

이영애_ 후배 공무원에게, 특히 젊은 공무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김광용_ 남이 부탁하거나 요청할 때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거 해주자, 해줘야 내가 부탁하고 내가 필요한 게 있을 때 그 사람도 해준다.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옆 사람의 손을 한번 잡아주거나 하는 일에 손을 얹어주거나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역량이 쌓이고 문제 해결의 눈이 떠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저는 ‘관계’를 존중합니다. 그런 점에서 젊은이들은 친구를 꼭 한명이라도 만들라, 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친구 없으면 이 긴 직장생활을 어떻게 견딜 수 있겠습니까?

 

이영애_ 금과옥조같은 말씀입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조직에 대한 존중, 그 사이에서 자부심과 희망을 찾는 치열함을 보여주셨습니다. 행안부는 이런 분을 대변인으로 둔 게 행운입니다. 긴 말씀 고맙습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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