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 카페리 운항…40년 숙원 해결, "접경 감안 예타 등 특별적용 절실" [문경복 옹진군수]

리별속속간담회 4만km 순례… 현장 민원 적극 반영
체류형 관광단지 곳곳 조성…“옹진 새모습 기대하시라”

 

 

‘맏형’ 백령이 굵은 목소리로 파도를 일으켜 동생 연평에게 안부를 묻는다. 연평은 물새 날개에 소식을 얹어 보내며 얼굴이 해쓱해져 노을을 바라본다. 문경복 인천시 옹진군수는 맏형 백령 같다. 주민들 배편 교통 불편이나 주차전쟁 등 민원이 밀려 인천시청을 드나들며 해결책을 찾고 있다. 숙원인 전국민 여객선 동일 요금제는 지금 도입 단계이고 백령 대청에도 3년 뒤에는 쾌속 카페리가 다닌다. 하늘의 별 따기 같던 난제가 풀리는 건 문 군수의 근면함 덕분이다. 그러나 저출생 청년 일자리 문제는 근면만으로는 풀 수 없는 구조적 난제다. 중앙정부의 온갖 규제에도 불구 부지런히 요로를 찾아 ‘혈로’를 뚫는다. 문 군수의 뚝심은 전형적 무골의 첫인상에서 어렵지 않게 읽혔다. 생선가시 같은 민원들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아침, 문 군수는 소금기 밴 바람을 맞으며 서해를 본다. 가슴을 편다. 미래는 서해의 것이다.

 

문경복 옹진군수 약력

/ 2013 인천광역시청 건설교통국 국장

/ 2014 인천대학교 사무처장

/ 2022.7~ 인천광역시 옹진군 군수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여기는 옹진군청입니다. 옹진군은 100개가 넘는 섬을 가진 천의 얼굴이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군수님, 핸드폰으로 QR코드 찍고 영상을 보신 후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문경복 옹진군수_ 천의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곳이라니 기분 좋습니다. 이렇게 제 영상을 보며 인터뷰하기는 처음입니다.

 

이영애_ 군수님은 부지런하십니다. 1분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군수님의 지난 2년 성과는 어떤지요?

문경복_ 세월이 참 빠릅니다. 2년이 훌쩍 갔습니다.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큽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재충전해서 남은 기간에 성취할 수 있습니다. 지난 2년은 새로운 옹진과 신나는 옹진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이영애_ 겸손한 말씀입니다. 백령항 대형 카페리 운항이 그렇게 어렵다고 들었는데, 노력도 많이 하시고 공도 많이 들였다고 하더군요. 경과를 듣고 싶습니다.

문경복_ 정말 여객선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힘들고 애먹은 일입니다. 저는 숙명으로 받아들입니다. 백령도에 대형 여객선이 취항한다는 건 수익성을 따진다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최북단 섬이면서 최접경 지역이라는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만으로도 민간에서는 취항을 꺼릴 수밖에 없는데 더구나 경제성은 무조건 마이너스입니다. 하지만 백령 주민에게는 교통권이라는 보편적 복지를 누릴 기회마저 봉쇄돼 있습니다. 어떻게든 오랫동안 카페리를 유치하려 했지만 선뜻 나서는 선사가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유치 협약을 맺고 백령 카페리 시대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이영애_ 보편적 복지 실현이라는 사명감이 있었군요. 카페리 취항은 예산이 많이 들어갈텐데요. 인천시나 중앙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문경복_ 네, 맞습니다. 섬 주민들도 내륙 사람들과 똑같이 교통권을 누릴 권한이 있는데, 많이 안타까웠죠. 우스개소리 비슷하게 ‘인천시장은 유정복, 옹진군수는 문경복, 인천시민은 행복’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님과 머리를 맞대고 여러 방안을 숙의했습니다. 군과 시가 출연해 배를 발주하고 공기업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실현가능성이 낮았습니다. 결국 민간 선사에 맡겨 카페리를 운영하되 결손금은 보전해주자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좋은 결정입니다.

 

이영애_ 어쨌든 예산까지 다 해결이 됐군요?

문경복_ 그렇죠. 유정복 인천시장님이 약속했습니다. 결손 부분은 국비와 시비로 충당키로요. 카페리 운항에 큰 돈이 듭니다. 20년을 보전해줘야 하는데 연간 400억~700억 듭니다. 엄청난 돈입니다.

 

이영애_ 그렇게 빨리 간다니, 많이들 갈 것 같습니다.

문경복_ 안타깝지만 가기는 하더라도 날씨가 나쁘면 꼼짝없이 백령도에 갇힙니다. 이 문제로 관광객을 많이 놓치고 있습니다.

 

이영애_공항이라도 필요하겠네요.

문경복_ 맞습니다. 그래서 백령공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행기와 여객선이 동시에 운항하면 상승효과가 생겨 많은 관광객을 모을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이영애_ 말씀하시면서 왜 저를 안보시죠? 저를 좀 보면서 말씀하시면 좋겠습니다.

문경복_ (멋쩍은 표정이다) 아, 네, 알겠습니다. 좀 더 얘기할게요. 우리 옹진 홍보 좀 하겠습니다. 옹진 섬들은 매우 특별합니다. 접하기는 힘들지만 막상 가보면 탄복합니다. 역사적 유적도 별로 없고 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 등도 없지만 풍경이 아름다운 절경은 넘칩니다. 백령도는 제2해금강이라 불리는 두무진이라는 해안 절경이 있습니다. 규암이 수억년동안 바람과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기암괴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또 콩알만한 돌들이 해변을 메우고 있는 콩돌해변도 감탄을 자아내고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한 사곶해변은 그냥 명품입니다. 뿐만 아니라 쭉 내려가면 나오는 연평은 60~70년대 조기 파시를 이루었던 곳이죠. 지금은 대한민국 꽃게 생산의 40%를 담당하면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죠. 두 차례 연평해전(1999년, 2002년)의 아픈 상처가 있지만, 그러기에 저희는 이곳을 평화1번지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옹진에는 섬이 모두 115개입니다. 무인도가 91개 유인도가 24개입니다.

 

이영애_ 옹진군 섬들이 한층 더 가까이 온 느낌입니다.

문경복_ 그렇습니다. 배가 그동안은 오전에 인천에서 출발했지만 앞으로는 오전에 현지 섬에서 출발하는 배편이 생기게 돼 1일 생활권이 아니라 동시 생활권이 되는 겁니다. 섬 주민들의 생활패턴이 바뀌고 경제를 포함한 모든 일상이 진일보하는 겁니다. 이게 저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영애_ 화제를 좀 돌려, 옹진도 인구소멸위기 지역입니다. 대책이 있나요?

문경복_ 출생률을 높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지역 주민들이 떠나지 않게 정주(定住)여건을 만들어 주는게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우선 자월도에 30㏊ 규모 꽃산을 만들고 있습니다. 꽃으로 산을 뒤덮는 건데, 이 것 말고 천체를 관측하기 좋은 천문공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덕적도에는 곧 휴양림이 준공됩니다. 덕적도에 딸린 작은 섬에 사람이 떠나면 말 그대로 무인도가 됩니다. 그래서 대형 여객선과 병원선이 닿을 수 있게 선착장을 대규모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여객선 동일요금제를 시범운영하고 있습니다. 3월 1일부터 인천-연평 항로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연평도를 1박 이상 5박 이내로 방문할 경우 여객선 요금을 80%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인천시민과 동일한 혜택입니다. 결국 운임 부담이 커 섬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는 관광객 감소로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인구소멸로 가게 되는 악순환입니다. 전국민 여객선 동일요금제는 이렇게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인구소멸도 막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영애_ 인구소멸 대책을 잘 세우고 계신데, 옹진군에서 아이를 키우면 무슨 혜택이 있나요?

문경복_ 애가 하나 태어나면 18세까지 1억원을 줍니다. 인천시가 ‘아이드림’ 이라는 획기적 프로그램을 내놨습니다. 옹진군에서 교육 받으면 초중고생에 학원비 지원하고요, 대학생 되면 기숙사 제공하고 장학금도 줍니다. 저희 옹진군은 사실 고령화율이 32%이지만 군인을 빼면 40%에 육박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조례를 고쳐 나이를 조정해 49세까지 청년으로 인정합니다.

 

이영애_ (웃음) 청년치고는 나이가 너무 많네요. 뭘 좋은 걸 드시기에 그렇게 젊게 사시나요?

문경복_ 청년으로선 나이가 많을지는 몰라도 아주 팔팔합니다. 옹진 70세가 서울 60세와 팔씨름 한다면 백프로 옹진 사람이 이깁니다. 여기는 물 좋고 공기 좋고 먹을 것도 얼마나 풍부합니까? 없는 생선이 없죠. 우럭은 지천이고 꽃게도 넘치고 흑산도 홍어는 죄다 여기 홍어일 정도로 많이 잡힙니다. 그러니 건강할 수밖에요.

 

이영애_ 그래도 기업을 유치하거나 체류형 관광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문경복_ 백령공항 건설을 염두에 두고 공항 들어설 주변 땅에 골프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국토부와 인천시 옹진군이 타당성 용역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북도면(자월도와 딸린 섬) 연륙화 작업이 1년 뒤 완성됩니다. 4만평 규모로 관광체류형 종합 휴양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도면에 과거 염전 지역이 있는데 여기를 첨단산업단지로 지정하면 옹진군 모습이 일신하게 됩니다. 공항과 연결된 곳이라 기업들로서는 보물섬입니다. 그리고 영흥도를 기점으로 수산경제단지를 만들어 인천 중심의 수산업 판도를 바꿀 것입니다.

 

 

이영애_ 현장 출장을 정말 많이 다니시더군요. 리별속속간담회가 무엇인가요?

문경복_ 현장을 저는 행정 이념 구현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입니다. 지금 옹진군에 80개 리(里)가 있는데 리를 다 다녀보자 해서 작년 몇 달 동안 지구 한바퀴가 넘는 4만2천km를 다녔습니다. 거기서 들은 건의사항이 620건 이었어요. 그중 88%에 해당하는 민원을 해결하고 있는 중입니다. 계속 리를 돌 겁니다. 주민은 저의 마음을 기다리고 있고 현장도 저의 몸을 기다리고 있으니 당연히 가야합니다.

 

이영애_ 옹진군은 접경지역으로 제약도 많고 수도권 정비법 규제도 있어 어려움이 많습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문경복_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묶여 못하는 게 많습니다. 300인 이상 연수시설도 못짓고 북도면에 첨단산업단지를 만들려해도 정부가 물량을 안주는 겁니다. 그리고 영흥에 수도권 전력의 22%를 생산하는 영흥 발전본부가 있는데 거기에 사실 한전대학을 만들었어야 합니다. (나주에 세운 건)참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영애_ 옹진군이 인구소멸위기 지역으로 특별자치군이 돼야 한다는 데에 얼마나 공감하십니까?

문경복_ 자기 행정구역이 아닌 지역(인천)에 군청이 있는 곳은 옹진군청이 유일합니다. 불합리한 일이죠. 그리고 옹진군에서 어로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어업지도선이 따라붙습니다. 이건 규정이에요. 남해안과 딴판이죠.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로 어로 시간도 제한돼 있어요. 접경지역이라 그렇다 하지만 이것도 극심한 차별이죠. 형평서에 맞지 않습니다.

 

이영애_ 특례를 인정하는 특별법을 만든다면 어떤 점이 반영돼야 할까요?

문경복_ 자율권을 줘야 합니다. 행안부 등 중앙정부는 섬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도로를 하나 만들어도 내륙에선 100만원이 든다치면 섬은 자재이송이나 외지 인력 인건비 등 해서 최소 115만원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에겐 내륙과 똑같은 액수를 줍니다. 예비타당성 사업도 별도의 기준을 반영하든가 아예 예타 면제를 하든가 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꼭 특례 조항에 넣어야 합니다. 되레 접경 지역은 안보 점수를 가점해야 합니다. 안보 가점이요.

 

이영애_ 어려운 점이 많군요. 그래도 열정이 있기에 군정을 잘 이끌어가시는 것 같습니다. 중앙정부 도움도 있어야 하고 특례법도 당연히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옹진을 응원하며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배너

발행인의 글


이탈리아, 농촌 및 도심 내 버려진 건물 재활용 프로젝트

2024년, 이탈리아는 농촌 지역과 도심 내 버려진 건물을 재활용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사용되지 않고 오래 방치된 건물들을 개조하여 주택, 공공 시설, 혹은 창업 공간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도시 재생과 농촌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정책은 이탈리아 전역의 지방과 도심의 쇠퇴를 방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도 지방 인구 감소와 도심 쇠퇴 문제를 오랫동안 겪어온 국가 중 하나이다. 특히, 남부 이탈리아와 같은 지방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로 인해 많은 건물이 방치되거나 버려진 상태로 남아 있으며, 이는 지방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20년대 들어 지방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었는데 특히 남부 지역은 2023년 기준, 1년에 5만 명 이상이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60개 이상의 마을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몰리세(Molise) 지역은 지난 20년 동안 인구의 약 40%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수많은 주택과 상업 시설이 버려졌다. 이탈리아 대도시에서는 상업적 중심지였던 구역들이 상업 시설 이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