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목소리 경청이 정책개발 비결 “민생법안 여야 공감대 커져 곧 통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 22대 국회 국민에 희망 못 줘 유구무언 입니다 ”
반도체 ·원전 산업 보호 법안 만들어 국가산업 토대 세워야

 

김상훈은 말할 때 입을 크게 열지 않는다. 목소리는 크지 않아 진중하지만 마치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린 듯 차분하고 맑다. 4선 국회의원에 집권 여당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위원장이니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뉴스의 초점이 될만한데 말은 많지 않고 조심스럽다. 말을 아끼는 건 오랜 정치 생활의 관록인 것 같다. 그는 이제 ‘민생’ 최전선에 있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과 충돌하는 건 당연한 일과다. 정치를 아는 사람들은 이를 ‘조정’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여야 공감대가 없는 건 아니라며 민생법안도 ‘조정’ 처리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말은 조심스럽지만 안경 너머 눈매는 본질을 꿰뚫고 있다.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진행자 부탁마저 “(지금) 희망찬 말이 나오겠습니까”라고 말한다. 유구무언이 백 마디 말보다 깊었다. 정책 하나도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 만든다는 그는 입보다 귀가 열려있음이 분명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약력

/ 영남대학교 법학과 졸업

/ 대구광역시청 경제통상국장

/ 제19·20·21·22대 국회의원(대구 서구)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인터넷 뉴스 《tvU》 발행인_의장님께서 제2회 정치지도자상 시상식에서 정치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수상 소감을 발표하시는 장면을 쇼츠로 편집해 보았습니다. 쇼츠를 한번 보시고 소감 부탁드립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_기억이 새롭네요. 작년에 정치 지도자상을 수상했을 때, 과분한 상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방정부》라는 매거진이 더욱 폭넓게 보급되어,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영애_여당인 국민의힘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직에 오른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과 각오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김상훈_22대 국회가 들어선 후, 여야가 서로 합의해 법안을 처리한 건이 현재까지 0건입니다. 이런 국회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얼마나 불편할지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여야가 발의한 법안 중에는 큰 이견 없이 합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그런 법안들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정책위의장님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상훈_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발의된 법안 중 민생과 밀접한 법안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맡아 이런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싶습니다. 적대감 속에 대립하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이영애_‘입법부인 국회는 법안으로 말한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김상훈_국민의힘은 지금까지 28개의 민생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은 약 50개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중에는 여야가 이견 없이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구하라법’이나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지원법 등이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반으로 늘리는 법안이나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법안도 논의되었습니다. 이러한 법안들은 8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영애_의장님께서는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전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계신데, 물가에 대한 정책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김상훈_물가와 금리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전히 물가가 높다고 느끼고 있지만, 통계상으로는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체감 물가입니다. 특히 농산물 수급의 경우 공급 물량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국내 농산물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경우, 필요한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 농산물의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들이 협력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체감 물가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의장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상훈_윤석열 대통령의 중점 1호 법안이 될 수도 있는 반도체 산업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수출의 핵심이며, 이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체코 원전 수주와 같은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원전 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탈원전 정책 등으로 인해 원전과 관련된 고급 기술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 분야에 대한 법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원전 산업을 강화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의장님께서는 공무원 출신으로,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한 비결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상훈_독창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저를 찾아오거나 제가 직접 방문해서 만나는 분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경청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국회의원들은 많은 특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는 국회의원이 소통의 창구가 되어 좋은 정책을 수렴하고 법안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이런 애로사항이 있는데 개선해 줬으면 좋겠다’는 공익 청탁이 있을 때, 현행 제도상 입법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부분이라면 이를 제도화하고 입법화 과정을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경청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정치인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과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솔직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상훈_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은 때로는 간사해질 수 있습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다음 선거에서 재선되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운이 좋아서 성공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운이 다해 낙마하기도 하죠. 국회의원들이 많은 특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께서 ‘국회의원들이 도대체 뭐 하고 있느냐’며 비난받고 성토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특히, 여야의 적대적 대립을 국민들께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전임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홍사덕 의원님께서 ‘정치는 서로 다른 입장과 주장을 가진 주체들이 절충과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서로 다른 입장에서도 양보하고 절충하며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국회에서는 매우 값진 성과가 될 것입니다.

 

이영애_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상훈_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과 관련된 현안에서 주도적인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때로는 다음 선거의 유불리에 따라 예산 배분이나 특정 단체와의 친소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유불리를 계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단체장을 투표로 당선시켜 준 것은 지역을 잘 발전시키고 이끌어달라는 기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목표 의식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당선된 후에는 지지해 준 분들뿐만 아니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까지 모두 대변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공평하고 공정하게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리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지방의원들이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김상훈_가장 중요한 것은 이권 개입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정당한 공권력 행사로 포장된 이권 개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경우, 언젠가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단체장들이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경우가 있는데, 이는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부하 직원들이 결재를 올리면서 ‘이렇게 해야 된다’가 아니라 ‘이렇게 할 수도 있고 저렇게 할 수도 있다’고 할 때, 단체장에게 재량권이 생깁니다. 이때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결정을 내리면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정말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의원님께서는 대구 서구 지역구에서만 4선을 하셨습니다. 대구 서구의 장점과 자랑거리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김상훈_대구 서구는 대구의 8개 구군 중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체념과 포기의 정서가 깃든 지역이라고 볼 수 있죠. 서구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6·25 전쟁 때 월남하셨던 부모님께서 정착하신 곳이 대구 서구인데, 그곳에서 자라며 느낀 점과 출마 결심 당시의 지역 정서는 체념과 포기의 정서가 짙었습니다.

이러한 정서를 바꿔보고자 했던 계기는 서대구역의 건립이었습니다. 서대구역이 건립되기 전에는 대구 서구에 대기업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지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분양 가능성이 불투명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서대구역 건립이 확정되고 역사(驛舍)가 세워지자, 그동안 아파트 건설을 꺼리던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서구에서 제 역할을 더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 식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영애_지역구의 주요 현안은 무엇인가요?

김상훈_30여 년간 인구가 줄어들던 지역인데, 작년에 처음으로 인구가 증가했습니다. 약 4천 명이 늘었고, 그 중 절반이 30대 젊은 층이었습니다. 서구는 노령 인구가 많은 지역인데,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도시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 젊은 부부들이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 입주하면서 인구가 늘어난 것입니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동시에, 젊은 부부들이 애를 키우기 좋은 도시로 서구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구를 선택해 주신 분들께 보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지역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공약을 추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공약은 무엇인가요?

김상훈_아무래도 서대구 역세권 개발 사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약 20만 평에서 30만 평 규모의 역세권 개발을 진행하는데, 이곳에 대기업들이 호텔, 컨벤션 시설 등 여러 집객 시설에 투자해 주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저는 많은 기업들이 서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해야 할 가장 큰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마지막 질문입니다. 의원님께서 대구시장 출마를 꼭 하셔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는 의원님에 대한 신뢰가 깊다는 의미인데요. 대구시를 넘어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김상훈_많은 지인분들이 대구시장 출마를 권유하시지만, 솔직히 지금 그럴 겨를이 없습니다. 정책위의장직을 수행하면서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고 있는데, 우선 맡은 소임을 잘 완수한 후, 제 다음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올 것이라고 봅니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로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국민에게 희망의 말씀을 해주시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상훈_현재 국회 상황에서 희망찬 이야기가 입 밖으로 잘 안 나오는데요

 

이영애_민망하신 거죠? 그래도 그런 모습이 참 좋습니다.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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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글


이탈리아, 농촌 및 도심 내 버려진 건물 재활용 프로젝트

2024년, 이탈리아는 농촌 지역과 도심 내 버려진 건물을 재활용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사용되지 않고 오래 방치된 건물들을 개조하여 주택, 공공 시설, 혹은 창업 공간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도시 재생과 농촌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정책은 이탈리아 전역의 지방과 도심의 쇠퇴를 방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도 지방 인구 감소와 도심 쇠퇴 문제를 오랫동안 겪어온 국가 중 하나이다. 특히, 남부 이탈리아와 같은 지방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로 인해 많은 건물이 방치되거나 버려진 상태로 남아 있으며, 이는 지방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20년대 들어 지방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었는데 특히 남부 지역은 2023년 기준, 1년에 5만 명 이상이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60개 이상의 마을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몰리세(Molise) 지역은 지난 20년 동안 인구의 약 40%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수많은 주택과 상업 시설이 버려졌다. 이탈리아 대도시에서는 상업적 중심지였던 구역들이 상업 시설 이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