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메모광…명함 9가지 ‘영업맨’...“천천히 골고루 오래가는 복지에 최선”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의료기관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통해 임산부 신생아 관리
연금개혁 빠를수록 좋아...청소년 흡연 막도록 사회적 관심을

 

명함을 9가지나 가지고 다니는 공무원을 아십니까. 그것도 청소년용, 어르신용, 임산부용, 장애인용으로 나눠 접는 식으로 6쪽에 이른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를 만나든 꺼내면 된다. 차분한 설명은 덤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얘기다. 그는 또한 빽빽한 수첩을 늘 들고 다니며 메모해 매일 나름의 역사를 기록한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정책 개선점을 꼼꼼하게 적는다. 영양 만점 정책은 이래서 틀이 잡히고 골격이 만들어진다. 이기일 차관의 근면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그는 집이나 사무실이나 끼고 다니는 커다란 다이어리엔 올해 읽은 31권에서 발굴 채취한 명언이 까만 볼펜 글씨 가득하고 명구가 파란 볼펜 글씨로 빽빽하다. 인터뷰 진행하는 중간중간 “세상에 없는 훌륭한 공직자”라고 치켜세웠다. 저출생·임산부·어르신 문제 등 한국인의 생로병사가 사실상 그의 손에 있는 이기일 차관을 향해 더 높은 자리에서 국민을 위한 쓰임이 있기를 기대했고 “대통령이 당장 데리고 가야 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기일 차관의 진심은 99점, 중후한 목소리와 능력까지 계산한다면 100점이 아니라 1000점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약력

/ 보건복지부 대변인

/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만든 차관님 관련 쇼츠 영상입니다. QR 찍고 보시죠. 저희 월간 지방정부는 활자매체이면서 동시에 영상을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복합매체입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_ 네, 난임에 대한 설명을 하는 거군요. 제가 정말 난임에 진심입니다.

 

이영애_ 난임 얘기가 나왔으니,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기일_ 난임센터에 가보면 정말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그렇게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데 안 생기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그런 분들을 위해 정부에서 최대한 노력해야겠다, 지원해야겠다 라고 생각해 만든 게 바로 이 명함입니다.

 

보통 명함은 앞뒤 양면인데 이 차관 명함은 양면짜리가 두 번 접혀 모두 여섯 면이다. 빼곡하게 난임부부 지원과 절차가 그림과 글씨가 함께 있고 자연분만 네 쌍둥이 사진도 실려 있다. 이 사진은 이 차관이 직접 네 쌍둥이 집을 찾아 그 부모와 함께 찍은 것으로, 난임 부부가 보면 용기와 희망을 가질 것이다. 이 차관은 명함을 보여주면서 이런저런 설명을 이어간다. 난임 예방을 위한 가임력 검사, 난자 정자 동결 보존비에 이어 난임시술을 평생 25회에서 아이당 25회로 확대했다는 내용까지 자세히 일러준다. 부드러운 음성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QR코드까지 있어 자세한 내용을 추가로 알 수도 있다. 이영애 발행인이 직접 찍어 본다. 이 차관 음성이 흘러나온다. 지난해 출생아 10명 중 한 명은 난임수술비 지원을 받아 태어났다며 우리나라 난임 진단자는 24만명 정도라는 내용이다.

 

 

이영애_ 잡지 같은 명함에 QR코드라니, 차관님은 정말 참공무원이십니다. 이제 저출생 얘기를 해볼까요?

이기일_ 한국은 저출생 월드 챔피언입니다. 작년 0.72명입니다. OECD국가 중에서 출생률 1 이하는 한국뿐입니다. 서울은 더 합니다. 0.55명으로 심각하죠. 결혼을 안하는 이유 첫째는 집입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현재 7만호에서 12만호를 늘리도록 했고요 또 한 번밖에 못받던 것을 이이들이 좀 컸을 때 한 번 더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영애_ 저출생 대책은 중앙정부만의 일은 아니죠. 지자체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기일_네 지자체도 사업이 활발합니다. 인천은 얼마전 아이를 낳는 인천시민에겐 무조건 1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내놓았습니다. 또 이어 인천은 신혼부부에게 하루 1천원꼴의 임대료 주택을 빌려주는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경북도 저출생 극복 예산을 1조2천억 투입한다고 합니다. 또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면 드리는 조부모 수당이라는 것도 있는 등 매우 다양합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저출생 관련 무슨 일을 하겠다면 최대한 도와주고 또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다시 어려운 질문이네요. 연금개혁도 다급한데 해법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슨 묘안이 있을까요?

이기일_ 연금은 1988년 도입해 벌써 36년이 됐는데, 당시에는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조금 후하게 설계가 됐습니다. 그래서 보험료는 덜 내면서 소득대체율이 약 40%에 달하게 햇는데 OECD국가들은 보험료를 많이 뗍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이같은 방식의 연금정책을 지속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대로 가면 2041년 쯤 연금재정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됩니다. 그래서 빨리 개혁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국회에서도 연금특위를 만들어 논의를 했습니다. 국회의원님들도 연금개혁을 빨리 하자라는 공감은 형성됐습니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 예상시점이 당초보다 2년 빨라졌다. 저출생과 고령화 영향이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월 소득 대비 9%)과 급여의 소득대체율(2028년까지 40%) 등이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적립 기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최대에 이르고, 이후 2041년부터는 매년 보험료 수입·기금 투자수익 등 총수입보다 지출이 커지며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 2041년부터 적립 기금이 줄어들게 된다는 뜻으로, 2055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소진된다.

 

이영애_ 고령화문제도 국가 과제입니다. 폐지 수집 노인 대책을 발표하신 적도 있더군요

이기일_ 우리나라 노인이 1천만명을 돌파해 1천62만명이 됐습니다. 인구의 19%가 넘습니다. 올해말이나 내년초 20%에 달할 전망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습니다. 38%에 달합니다. 이 분들의 소득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 하는 게 문제입니다. 저희가 만든 노인 일자리가 103만개입니다. 교통정리, 풀뽑기, 환경미화 등 공익형도 있고 빵 공장 가서 일하는 것도 있는 등 어르신의 10% 정도는 우리 정부가 일자리를 드렸다는 뜻입니다. 내년에는 좀 더 늘어날 것입니다. 폐지수집 어르신은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 전국에 1만5천명 정도 됩니다. 기초연금을 합쳐 월 소득이 76만원 정도입니다. ㎏당 150원 하던 폐지 단가가 계속 떨어져 지금은 77원입니다. 그러니까 생활이 안되는 겁니다.

 

이영애_ 얘기를 듣다보니, 한국인의 생로병사가 차관님 손에 있군요.

이기일_ 네, 저희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책을 읽다 이런 구절을 봤습니다. 비스마르크 말입니다.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갈 때 그 옷자락을 놓치지 말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와 행정가의 임부다’라고요. 그러니까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을 때라도 공직자들은 미리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사고가 나고나서야 정책을 만들지 말고 미리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차관은 국민의 생(生)에 관해 새로운 제도를 들려줬다. 7월 19일 시행되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보호 출산제다. 의료기관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진행하지 않아 서류상 존재하지 않게 돼 아동이 미등록자로 지내지 않도록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우선적으로 통보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시·읍·면 장은 출생정보를 바탕으로 출생신고 기간 내에 신고되지 않은 아동의 신고의무자에게 7일 안에 신고할 것을 알린 뒤 이후에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감독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 등록을 해야 한다. 이러면 아기가 정확히 인구에 잡히게 되고 제 때에 예방접종 주사를 맞을 수 있다. 아직도 베이비박스에 담겨 오는 아기들이 적잖은 현실을 보면 충분히 도입이 필요한 제도이다. 이 차관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이영애_ 보호출산제라는 생소한 말도 들었습니다. 설명 부탁합니다.

이기일_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출산과 양육이 곤란한 위기임산부들을 위한 상담을 해드리고 양육을 위한 연계 서비스를 말합니다.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면 신분이 드러나는데 노출을 꺼리는 위기임산부가 병원 밖에서 출산하거나 아이를 유기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입니다. 위기임산부는 다양한 사회보장 혜택과 의료비 지원 등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출산 전후 돌봄과 출산 후 산후조리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도 신원을 밝히고 출산하기 어려운 임산부가 희망할 경우엔 가명과 주민등록번호 대체 번호를 발급받아 의료기관에서 가명진료·출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제도의 골자입니다. 전화번호 1308입니다. 1308.

 

 

이영애_ 제가 직접 1308 걸어볼까요. (직접 전화를 걸어 상담사 안내에 따라 몇가지 묻고 답한다) 정말 친절하네요.

이기일_ 뜻하지 않은 임신 출산, 절대 혼자 감당하지 마세요. 비밀상담입니다. 1308. 상담사가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좋은 답을 해주실 겁니다.

 

이영애_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훌륭한 제도입니다. 청소년 흡연도 문제가 심각하죠?

이기일_ 네 저희가 금연정책을 여러차례 했었습니다. ‘후두암 하나 주세요’ ‘폐암 주세요’ 같은 메시지가 담긴 광고도 해 1등 한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노담’(No 담배)을 열심히 알리고 있습니다.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합니다. 저도 군에 있을 때 매일 한갑씩 피기도 했지만 오래전 끊었습니다. 아이들 한테도 안좋습니다. 옷에 담배 연기나 해로운 화학물질이 아기를 안을 때 옮기는 경우도 있답니다. 노담!

 

이영애_ 화제를 돌려보죠. 차관님은 복지부의 영업맨이라는 별명이 있더군요.

이기일_ 제가 명함이 좀 많아 9가지입니다. 난임부부용, 어르신용, 청소년용, 장애인용 등 다양하죠. 어르신에게 드리는 명함은 기초연금 노후대책 등이 설명돼 있고요(글씨가 크다), 청소년용에는 청년정책이 담겨 있고(글씨가 작다) 장애인용은 앞면은 점자 처리해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정반홍반이라고 했어요. 정책 반, 홍보 반이라는 말인에 요즘은 정일홍구라고 합니다. 정책이 하나라도 홍보는 9개 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널리 알리고 국민이 이해해야겠죠. 제 명함에는 제 얼굴 사진을 넣었어요. 공무원들은 얼굴을 안 넣는데, 그런데 코로나19때 사람들을 만나보니 거의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사진을 넣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영애_ 차관님은 또 메모광, 메모왕으로 유명합니다

이기일_ (수첩을 보여주며) 예의 염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나타내는 말과 몸가짐 그리고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입니다. 이 네가지가 없을 때 발음이 세지면서 싸가지가 없다고 합니다. 이걸 제가 적어 놓은 겁니다. 보생와사라는 말도 있습니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라는 뜻인데 열심히 걸으라는 뜻이죠. 제가 보통 일년에 60~70권 읽는데 올해 이미 31권을 읽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명언 명구들을 이렇게 기록하고 틈틈이 살펴 봅니다. (두툼하고 커다란 다이어리를 보여준다. 단정한 까만 글씨 반듯한 파란 글씨가 빽빽이 적혀있다)

 

이영애_복지부나 후배 공무원들에게 한 말씀 조언을 해주십시오.

이기일_누군가 해야한다면 내가 하고, 언젠가 해야한다면 지금 하고,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즐겁게 하자 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정책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진심’입니다. 민원인을 진심으로 대하고 진심으로 정책을 만들라 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는 부족하고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정책에 고칠 것은 없나, 모자란 것은 없나 하고 살펴야 합니다. 또 담당일을 하고 있는 동안 세 가지만 바꾼다고 생각하라. 많이 하지 마라, 딱 세가지만 하라고 합니다. 자리를 옮기면서 세월이 쌓이면 나중 수십가지 바꾸고 이룰 수 있게 됩니다.

 

이영애_ 저는 지금 마음이 든든합니다. 국민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런 차관님이 계셔서 정말 든든합니다. 국민 여러분 많은 응원 바랍니다. 차관님, 긴 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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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 세대공용 모델 주거 ’ 제시, 노인은 고립 안되고 청년은 돈 아낀다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한국 역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는 아이를 위한 유모차보다 반려견을 위한 견모차 (개모차)가 더 많이 팔렸다고 보고되었다. 네덜란드 또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0년 기준 20%를 넘어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그들은 ‘주거 공유 모델’ 이라는 고령화 사회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네덜란드의 주거 공유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도입 가능성과 그 효과에 대해 분석해본다. 네덜란드의 주거 공유 모델 소개 네덜란드는 고령화와 젊은 층의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주거 공유 모델을 도입했다. 이 모델은 간단히 말해 젊은 세대와 고령자가 함께 생활하는 형태로, 두 세대가 서로의 필요를 보완하며 공생하는 주거 형태이다. 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으며, 대신 고령자의 생활을 돕거나, 동반자로 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모델의 핵심은 세대 간의 상호 교류를 통해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