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의 빈센트 반 고흐, ‘레 미제라블'의 빅토르 위고, ‘선으로부터'의 이우환, 누가 이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숨결을 작은 마을에서 도보 거리로 느낄 수 있다 상상이나 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로마 시대의 엠피시어터와, 1969년에 설립되어 매년 1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아를 국제 사진전' 등, 이 작은 마을엔 수백 년을 아우르는 예술의 맥이 강하게 흐르고 있다. 이 중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은 2022년 개관한 LUMA 파운데이션이다. 외관부터 해체주의의 대표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시선을 끌고, 그 주위로 펼쳐진 11 헥타르(약 3만3천평)의 부지, ‘파르크 데 아틀리에(Parc des Ateliers)’를 야외 전시관, 미술관, 레지던시 등으로 개발하여 예술의 평야를 이루어냈다. LUMA 파운데이션은 2004년, 창립자 마야 호프만(Maja Hofmann)이 취리히에 설립한 재단에서 시작되었다. 거대 스위스 제약 회사의 딸로 유년 시절부터 아를 국제사진전을 드나들며 예술가들과 인맥을 다져온 그녀는 런던·뉴욕·LA 등 예술 중
강릉을 생각하면 사시사철 푸르른 풍경이 떠오른다. 경포대 누각에서 바라보는 바다, 대관령 숲의 싱그러운 녹음, 그리고 동부시장의 부산한 풍경 사이에서 들려오는 호탕한 웃음소리들. 사실 행위로만 보면 다른 지역에 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거리지만, 강릉에서만큼은 이 모든 게 서로 적당한 거리를 가져도 허하지 않고, 모든 것이 곳곳에서 저마다의 물결을 만들어내며 흘러간다. 2022년에 출범한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 또한 그러하다. 일시적으로 그 지역의 부양책이 되는 각종 문화 행사와는 달리, 기획자도, 작가도 모두 강릉에 진심으로 스며들며 각자의 모습을 펼쳐내는 진정한 “축제"이다. 제1회부터 GIAF를 개최해 온 박소희 총감독은, 2018년 5월 강릉에 설립된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박필현 이사장과 함께 ‘국제성’, ‘호기심’, ‘순환과 재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강릉을 예술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 페스티벌을 기획해 왔다. GIAF는 여러 작가가 강릉에서 오랜 시간 사색과 경험을 통해 자신들이 느낀 강릉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자리로 여겨진다. 특히 GIAF23에 참가한 박선민 작가의 경우, 노암터널을
런던 하이드 파크 중심에 있는 세계적인 예술 기관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는 매년 건축물을 작품처럼 조명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Pavilion Project)를 진행한다. 많은 사람이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만드는 개방적, 유형적 건축물이라는 뜻의 ‘파빌리온’은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주로 연회, 휴식의 장으로 쓰이는 곳으로 ‘정자(亭子)'와 같은 목적의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마당', 조민석 건축가의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 만남의 장소인 정자의 개념에 마당의 컨셉까지 더해 다섯 개의 섬과 같은 개방된 구조로 구성된 조민석 건축가의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은 프로그램이 진행된 지 23회 만에 처음으로 한국 건축가가 초빙되었다는 기념적인 사실뿐만 아니라 지난 작품들과도 큰 차별성을 가져 화제를 몰고 있다. 그간 제한된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원형의 건축물로 공간을 압도하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마당과 같은 여백의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목적에 따라 지어진 직선형 구조물을 확장하여 공원을 품을 수 있는 다양한 ‘창'을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또
지난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저출산 대응 정책공모전’의 정책 제안 심사 결과 1위를 차지한 정책은 ‘신혼부부 출산 브릿지 임대주택’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신혼부부가 LH 임대주택에 입주한 경우 아이를 낳게 되면 더 큰 평수로 이사를 갈 수 있게 하고, 자녀수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해 첫째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젊은 층과 만 65세 이상의 고령자 및 주거 취약계층 등에 시세보다 20∼4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행복주택’ 사업도 2013년 출범 이후 큰 수요를 보인다. 이 같은 사례로 알 수 있듯이 많은 국민들은 거주 문제를 필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희망적으로 보이는 주거 정책들도 일각에서는 극심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 같은 주거 정책으로부터 빈민, 슬럼과 같은 혐오의 표현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특정 연령, 소득, 성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거주가 자신들의 주거환경을 해치고, 부동산 가치 하락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영국의 거주지 시세가 25.9% 상승했다고 한다. 집값이 영국
수도권 중심의 문화 예술 시장을 여러 지자체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은 수년간 이루어졌으나, 그 효과는 안타깝게도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광주 비엔날레와 같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예술 행사도 미술계 사람들의 이목만 끌 뿐,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콘텐츠가 전역에 퍼져 지역 전체가 ‘예술적이다’라고 여겨질 만큼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은 다르다. 2018년에 개관하여 높은 퀄리티의 기획, 전시와 거장 전시를 선보인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국제갤러리와 같은 한국 대표 갤러리들은 물론 독보적인 포지셔닝을 가진 신진 갤러리들이 자리를 잡으며 자생적인 예술 생태계를 갖췄다. 아트부산은 이에 화룡점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13회를 맞이하며 총 20개국의 130여 개 갤러리를 유치한 아트부산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중심적으로 주목하는 큐레이션을 통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 프리미엄 아트페어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주 전시장 뿐만 아니라 작가·지역·갤러리를 연결하는 특별전시 커넥트 (CONNECT), 도심의 문화예술 공간과 로컬만의 F&B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부산 아트위크 등 풍성한 부대 프로그램을 도시 전역에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