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주년을 맞이한 광주비엔날레의 개막식에서 박양우 대표이사는 비장하게 포부를 내비쳤다.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예술 감독과 함께 “비엔날레다운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이기에 가능한 것"을 목표했다는 것이다.
이번 광주 비엔날레는 30개국에서 72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예년보다 8개의 파빌리온(국가전시관)을 더해 역대 최고 규모로 개최됐다. 특히 대다수의 작가가 이 전시를 위해 신작을 제작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한 메시지를 널리 퍼뜨리며 방문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공존, 공동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큐레이션
민족, 인권, 평화, 포용, 이 네 가지 언어로 정의한 그들의 광주는 ‘판소리’라는 테마를 통해 도시 전역에 울려 퍼졌다. 마당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세계의 모든 소리를 31개의 파빌리온을 통해 내뿜으며 동시대 가장 긴급한 문제인 기후 위기, 생태 등에 대해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 기획의 결과이다.
니콜라 부리오는 이 모든 영감이 코로나 시국에서 출발하였다고 밝혔다. 연이은 격리를 통해 ‘장소'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고, 기후 변화 또한 우리 주변,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요소이기에 이를 주 메시지로 삼았다. 따라서 모든 전시는 ‘지구'라는 같은 배를 탄 우리가 개인적으로, 또 공적으로 생태계 개선을 위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공동체적인 사고와 경험을 중시했다.
보통 각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막대한 방음 구조를 설치하는 데 비해, 광주 비엔날레에서는 전시장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중첩되어 ‘공존’의 경험을 확대하였다. 마치 한 편의 오페라를 보듯,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주변인들의 소리를 청각적, 시각적으로 연결하였다.
“보고, 타고, 먹고”
관객들과 지역주민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질 사타사르(Gilles Stassart) 쉐프가 기획한 푸드랩을 조성하였고, 카카오 모빌리티와의 협약을 통해 주 전시관을 투어하는 셔틀버스 운영 및 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기타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비치된 동선 안내 자료를 비치하여 광주 전역을 누빌 수 있게 하였다. 주 전시관들만 보고 서둘러 떠나는 것이 아닌, 양림동의 빈집 8곳을 활용한 소리숲 전시를 보며 광주에서 처음으로 서양 문화를 받아들인 흔적을 살펴본다든지, 도시에 포진된 작은 문화공간들을 방문하며 주변 풍경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광주 비엔날레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비엔날레이기에 세계 예술인들이 학수고대하는 행사이지만, 올해 광주라는 지역적 특성을 예술과 함께 찬란히 빛나게 한 탄탄한 기획으로 더욱 큰 찬사를 받았다. 각 국가의 대표적인 예술 기관과 작가들 및 비엔날레 팀의 진정성 있는 큐레이션, 공동체 정신을 경험으로 실현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 그리고 여러 광주 전역에 포진한 파빌리온을 편히 오갈 수 있는 운송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