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 힘으로 이루어낸 공정, 귀촌과 도시재생: 부여 자온길

 

스스로(自) 따뜻해지는(溫) 자온길

쇠락하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빠른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본색을 잃거나 관심 부족으로 존속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박경아 대표가 2018년부터 규암리의 폐가들을 하나씩 사들였을 때, 주민들이 부동산 차익만 취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며 곱지 못한 시선을 보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부여 자온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세간의 박경아 대표의 행보는 남달랐다. 박 대표는 옛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공예 작가로서, 또 쌈지길, 삼청동, 헤이리에서 아트숍을 운영했던 사업가로서 규암리의 가능성을, 진심을 담아 바라보았다. 모교가 있는 곳이었기에 애정이 가기도 했고, 고대 국가 중 유일하게 공예인에게 관직을 허락했던 부여이기에 의미 있는 부활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잘못 덧씌워져 있는 것들은 덜어내고, 원래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것”

지방 소멸 위기는 부족한 일자리 때문도 있지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컨텐츠의 부재 탓도 크다. 이 때문에 많은 지방 도시들이 재생을 위해 대규모 행사 유치나 세계적인 컨텐츠를 도입하려 하나, 이보다 지역의 특색을 살려 다양성을 일구고 고유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자연, 환경, 사람 모두를 위한 재생’이라는 것이 그녀의 철학이자 비전이다.

 

그렇기에 박경아 대표는 50년 이상 된 빈 한옥을 복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전통 기와를 올린 으리으리한 한옥뿐만이 아닌, 본래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숨결이 묻어있는 민가 한옥을 복원해 ‘삶의 재생’을 이루려 한 것이다. 그렇게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가택은 낮에는 갤러리, 저녁에는 지금까지 각종 공연 및 이벤트를 주최하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고, 오래된 양조장은 레스토랑, 담뱃가게는 북카페, 국밥 식당은 숙박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부여군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규암리
처음엔 모두가 동일한 사업을 서울에서 진행하라 조언했으나, 수년간의 노력에 부응해 현재 규암리에는 10개 이상의 각기 다른 카페들, 마트, 청년주택이 세워지며 진정한 지역 사회의 부흥을 이루고 있다. 자온길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6년간 6천여 명의 인구가 감소한 부여군 통계에 대조되는 약 2.8%의 인구 증가세를 보이며 말이다.

 

박경아 대표는 이 모든 여정을 브런치로 기록했고, 2023년에는 ‘오래된 매력을 팔다’라는 책을 출판하여 진심을 담은 문화예술이 도시재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었다. 이 수익금 또한 옛것을 지키고 새로움이 싹틀게 하는 지역 발전 프로젝트에 보탠다고 밝혔다.

 

“전국에 있는 유휴 한옥들에 가치를 채워나가는 일을 지속해서 하고 싶다”

부여뿐만 아니라 각지의 버려진 한옥을 활용해 전통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려 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이다. 허나 지금까지 7년이란 세월 동안 사활을 바쳐 노력한 이 자온길에 지자체의 도움이 거의 없었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예산 유치만을 노리는 사기업에 대한 큰 경계심 때문인지, 거의 동일한 기획으로 123사비공예마을 사업이 추진되었으나 개인 주식회사에는 예산을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제를 당했고, 지원금보다 더 많은 사비를 들여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해도 경찰도 의문을 가질 정도의 조사에 시달리는 등, 시너지를 이루려는 것이 아닌 정치 싸움에 이용되는 장기 말이 된 처지가 된 것이다.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기업들의 욕심에 대한 경각심을 이해하나, 이와 같은 사업은 그녀가 책에서 밝힌 것처럼 기획, 부동산, 건축, 디자인, 홍보 등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갖춘 민간과 공공 기관의 협력이 있어야만 존속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각개전투가 아닌, 뛰어난 플레이어와 손을 잡고 서로에 대한 관심과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 사업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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