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공동체 중심 생활자치로 자치 패러다임을 전환합니다”

 

국가개혁을 완수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혁의 의지를 다지는 부처로 거듭난 행정자치부의 정종섭 장관은 정부3.0과 부처간 협업을 통해 국민중심의 행정서비스를 펼치며 성숙하고 건전한 지방자치와 재정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정 장관은 취임한 이후 ‘염천하위공(念天下爲公: 공무를 수행하는 데 사사로움이 없도록 한다)’이라는 직접 쓴 서예 작품을 걸고 쉴 새 없이 현장을 누비고 개혁과제들을 풀어가고 있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장관님께서 생각하시는 지방자치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정종섭(행정자치부 장관)_ 지방자치의 본질은 지방의 문제를 자치단체가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정책이 집행되는 지방에 권한을 주어 직접 결정하게 하는 것이 주민 만족도와 정책 효율성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할 것입니다. 또한 지역주민이 주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주민의사를 반영한 행정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하며 공무원은 대민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자치단체가 각자의 특성과 여건을 반영해 각자의 책임하에 다양하고 특색 있는 정책을 구현한다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주민이 행복을 체감할 수 있는 성숙한 지방자치를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영애_ 저도 공감하는 바인데요. 이제 지방자치 20주년이 되었는데 장관님께서 올해 중점을 두고 계신 사업은 무엇인가요?

정종섭_ 그간 지방자치는 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 등 자치제도에 초점을 두고 제도를 뿌리내리는 과정이었습니다. 지방자치 20년을 계기로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주민이 진정으로 주인되고 행복해지는 ‘공동체중심 생활자치’로 자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 합니다. 행자부는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과 생활자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지역의 유휴자원을 활용해 마을경제를 활성화하는 마을기업과 소규모 골목경제 활성화 등 작은 경제공동체 활성화를 추진 중입니다. 그리고 주민편의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민이 직접 정책을 디자인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등 지방행정 서비스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주민 밀착형 행정서비스 제공 및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읍면동의 사무와 기능을 개편하고 2~3개 동을 묶어 중심동에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읍면동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루려면 재정자립이 중요한 화두일텐데요.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지방재정개혁 방안의 기본방향과주요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정종섭_ 이제 지방교부세제도를 바뀐 사회환경에 맞춰 새롭게 정비하고, 국민들이 낸 세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운영을 좀 투명하게 정비하려고 합니다. 매년 복지수요가 증가하는데 복지수요를 확실히 반영하는 지방교부세제도로 바꾸고 지자체국고보조사업의 유사중복행위가 많은 것에 대해 전부 정비하려고 합니다. 주민들이 낸 세금을 정확하게 적재적소로 쓰이도록 하고 자신이 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지자체나 교육청, 지방공기업별로 분산된 정보를 통합해 지방재정 통합공개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주민참여적인 재정민주주의의 틀로 바꾸겠습니다.

이영애_ 취지는 좋지만 이런 것이 지자체를 혹시 통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종섭_ 중앙에서 뭔가 계획을 세우면 항상 그런 걱정을 하시는데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중앙에서 지방자치를 대변하는 부처입니다. 재정운영에 있어서 한편으로는 자율성을 보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효율성도 보장하는 형태로 양립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걱정을 안하셔도 됩니다. 지방재정에 있어서 효율성을 강화하지만 인센티브 제도로 지방교부세를 조정합니다. 이런 인센티브로 받은 교부세는 지자체가 전적으로 자율성을 가지고 사용하도록 해드립니다.

이영애_ 특별히 생활자치와 관련해 최근 행정자치부에서 책임읍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생소한 개념입니다. 책임읍면동은 무엇이며, 시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정종섭_ 책임읍면동은 읍·면·동장이 권한을 가지고 읍·면·동 본래 기능에 더하여 시군 본청의 주민밀착형 기능까지 함께 제공함으로써, 주민에 대한 현장서비스와 책임을 보다 강화하는 주민중심 자치모델입니다. 지방자치 20년간, 인구구조 급변, 거주여건 변화 등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한 행정수요가 발생하여, 지역문제 해결과정에서 주민과 공동체가 직접 참여하는 현장자치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그간 민주주의와 선거 중심의 제도자치에서 주민행복을 위한 생활자치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주민이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주체로서 지역문제를 해결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합니다. 아울러, 지방자치법(제4조의 2)은 자치단체가자기의 권한과 책임하에 읍·면·동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책임읍면동은 자치단체가 지방자치
법상 권한을 행사하여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하에 자치혁신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영애_ 책임읍면동을 시행하면 주민의 삶이 어떻게 나아지나요?
정종섭_ 책임읍면동을 시행하면 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가 가까운 읍·면·동에서 신속하게 제공됩니다. 예를 들어 긴급복지 서비스를 받으려는 경우, 현재 신청·접수·결정·처리를 읍·면·동과 시 본청이 분담하고 있어 7~8일 소요되고 있으나, 책임읍면동을 시행하면 주민이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여 복지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익일까지 처리가 가능합니다. 특히, 이동복지상담실(원주), 113 가정방문(시흥) 등을 통해 지역사정에 밝은 공무원이 현장방문하여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의 복지민원을 즉시 처리해 드리고, 복지 수급자 누락자나 부정수급자 발생도 예방하고 있습니다. 주민이 지역현안에 대해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 스스로 지역문제를 해결할 기회도 증가합니다. 주민자치회 참여를 통해 유휴 공공청사의 활용방안에 대한 결정을 하거나, 불법쓰레기 문제, 생활안전 사각지대 해소 등 공동체의 중요한 사항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고 결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영애_ 상당히 편리해질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책임읍면동제가 시행되면 행정비용이 늘어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정종섭_ 책임읍면동을 시행한다고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인력증원은 없으며, 오히려 본청 및 일반구의 직원을 읍·면·동 현장에 전면배치함으로써, 인력증원 없이 인력 재조정만으로도 주민접점의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게 됩니다. 오히려 책임읍면동을 시행하면 재정절감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남양주시의 경우 인구 50만명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여 일반구를 설치할 수 있으나, 일반구를 설치하는 대신 책임읍면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양주시는 약 1800억원 내외의 일반구 2개소 설치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지난 5월, 시흥과 군포에 이어 원주에서 책임읍면동제가 첫 발을 내디뎠는데, 책임읍면동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종섭_ 책임읍면동은 단순히 읍·면·동으로 기능을 이관하는 작업이 아니라, 생활자치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지방자치 혁신입니다. 따라서 지방의회, 자치단체장, 지방공무원 등 모두가 자치단체를 대표하여 자치 혁신을 선도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자치역량을 집중하여 성공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특히 책임읍면동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기존의 태도, 마음가짐, 일하는 방식을 버리고, 창의적인 사고와 친절한 태도 등 주민의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시흥시 등 자치단체에서는 방문하는 주민을 고려한 민원실 배치, 과장·팀장·직원 간 수평적인 사무실 구조, 불필요한 문서 제거 등 책임읍면동을 통한 자치 혁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역사회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건설적인 조언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므로, 주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알리는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영애_ 책임읍면동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포부의 말씀부탁드립니다.
정종섭_ 행자부는 책임읍면동 성공을 위해 앞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방문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일하는 방식 개선, 고객응대 요령 등에 대한 집중 컨설팅뿐만 아니라, 사무실 리모델링 비용 등에 대한 재정지원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책임읍면동이 정부3.0을 지방자치 차원에 도입하는 모델인 만큼 자치단체, 주민과 함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추진성과 를 진단하여 성공모델을 창출하겠습니다. 또한 책임읍면동이 주민 입장에서 높은 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받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자치 혁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민 여러분들의 애정과 관심을 당부드립니다.

 

이영애_ 결국 책임읍면동제 성공의 관건은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행정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냐는 것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종섭_ 황찬현 감사원장이 공무원의 소극적인 행정을 비리에 준해 다스리겠다고 했습니다. 이건 감사원이 천지개벽을 한 것이라고 평가할만합니다. 규제개혁은 민주화 직후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국가 프로젝트로 가야 했는데, 단순히 행정적차원에서만 진행됐습니다. 지방자치의 하드웨어를 전부 뜯어고치고 소프트웨어도 동시에 개혁해야 합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가 중간 전달체계에서 빠져 나가는 문제점을 개혁해야 합니다.

이영애_ 모든 공직자들에게 함께 힘써달라고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정종섭_ 국가혁신의 시대적 사명은 장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동료 공무원들의 애국심과 열정, 그리고 적극적인 동참 속에서 가능합니다. 모든 공직자들이 자긍심과 국민의 삶을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심기일전의 각오로 모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선우후락의 정신으로 나라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먼저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이영애_ 끝으로 행정자치부의 비전을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정종섭_ 올해 행정자치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아우르는 ‘국가혁신부’라는 각오로 정부혁신과 지방자치 발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행정자치부의 변화를 통해 정부 전체의 변화를 이끌고, 국민 행복으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행정자치부가‘다르고, 새롭고, 변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끊임없이 함께 이뤄나가겠습니다.

이영애_ 행정자치부가 앞장서서 혁신을 이뤄나가는데 꼭 좋은 성과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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