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30주년을 맞이해 현·구 의원, 광역·기초 의원을 모시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짚어보았다. 중앙정치의 부침과 관계없이 흔들리지 않고 진득한 걸음으로 가고 있는 우리 지방의회가 지방자치 30년 역사만큼 지방분권의 꽃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소진광(가천대학교 교수)_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좌담회의 진행을 맡은 가천대학교 소진광 교수입니다. 올해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쯤이면 일상에서 지방자치가 얼마만큼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방자치 부활 30년, 의회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는지 생생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장경식(경상북도의회 의장)_ 과거에 행정과 주민이 따로따로 갔다면 지금은 주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가 대폭 늘었고 서비스의 질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방의회 의원들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왔고요. 지방자치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고 미래도 그러하리라 봅니다.

왕정순(서울 관악구의회 의장)_ 현재 3선인데요, 처음 의회에 들어왔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상임위원회 회의까지 생방송하고 있고, 그 덕분에 초창기보다 청렴도가 많이 올랐습니다. 회의가 열리면 시민단체나 시민들이 시청하고 관심 가지며 함께 성장한 것 같습니다.

배상록(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회 의장)_ 공부하는 의회, 소통하는 의회, 지역 주민의 대변자로서 우리의원님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뵈면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분발해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노력할 것으로 봅니다.

정동수(전 송파구의회 의장)_ 격세지감이네요. 법적·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지방의원들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에 오늘날 성과가 있다고 보고요. 중앙정치가 여러 면에서 어렵고 혼란스럽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을 되찾게 된 것은 우리 의원님들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진광_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하죠. 꽃이 피지 않으면 열매가 맺지 않을 텐데요,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의 전통에 따라 기관대립형구조여서 지방의회와 지자체장이 대립하는 구도입니다. 일선에서 지방의정 활동을 하다 보면 지자체장과의 갈등, 협조 부분에서 하실 말씀도 많으실 것 같은데 왕정순 의장님부터 솔직하게 말씀해주시죠.

왕정순_ 우리나라의 지방의회가 선진국의 지방의회와 비교했을 때 집행부보다 약하죠. 이를 보완하기위해 우리 관악구의회에서는 임시회 전에 집행부와 간담회를 엽니다. 집행부로부터 미리 설명을 듣기때문에 구청장님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경식_ 지자체 구조가 지자체장의 권한이 강하고 의회는 주민들이 바라는 정도의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어 실제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경북 의회는 지자체장과 다수 의원의 소속 정당이 같다 보니 견제와 감시 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기관대립형보다 충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아쉽습니다. 

 

배상록_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현장 중심으로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반면, 집행부는 행정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대안 제시를 하다보니 양 기관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결국 소통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동수_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집행부와 의회는 견제와 감시를 통한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사실 균형이 맞지 않아요. 지방의회 사무국 직원수가 집행기관의 한 과의 인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인적 구성으로는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 균형을 이룰 수 없죠. 1월 9일 지방이양일괄법이 국회를 통과해 지방자치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거라는 전망이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상당하고 숙제도 많습니다. 구조적·제도적 측면에서 관심 갖고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진광_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지방의회에 입직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지방이양일괄법이 통과돼 400여 개의 중앙 사무가 지자체로 넘어갈 텐데요, 지방의정 활동하면서 ‘이런 사무는 지자체의 사무가 돼야 하는데 아직 미흡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까요?

배상록_ 이 부분은 오래전부터 요구해온 것입니다. 이번에 통과돼 다행스럽지만,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권한을 쥔 사람이 내려놓아야 지방이양이 실질적으로 되지 않겠습니까.

장경식_ 지방이양일괄법을 보면 중요한 부분이 빠지고 실질적인 내용이 많이 미흡하다고 봅니다. 특히 환경 관련 감독권의 경우 중앙, 광역, 기초별로 다르게 되어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하루빨리 일원화해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왕정순_ 업무도 그렇지만, 기초에는 결정권이 거의 없어요. 지방이양일괄법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법전부 개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합니다.

정동수_ 지방자치는 말 그대로 생활 정치입니다. 모든 권한은 기초로 넘겨주고 광역은 기초의 의견을 듣고 조율해 큰 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되려면 연방제 수준의 분권이 이루어지고 여기에 재정 분권이 수반됐을 때 지방자치가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정상 궤도에 오른다고 봅니다.

 

 

 

소진광_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방의회나 지자체에서 걸러진 유능한 인재들이 국정에 참여한다면 지방자치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방의원님들이 총선에도 나올 텐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장경식_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사퇴하고 국회의원 선거 출마 시 패널티를 주는 규정을 두었습니다. 반대로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으로 출마하는 경우나 기초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광역지자체장이나 대통령에 출마하는 경우에는 패널티 규정이 없어요. 법에도 없는 패널티를 만든 거죠. 누구보다 지역의사정을 잘 아는 지방의원들이 중앙 정치에 진출해 지역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선진국처럼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막고 있어서 참 안타깝습니다.

왕정순_ 선진 유럽을 가보면 기초에서 지역 정치를 하고 국회의원이 되는 시스템이 많이 갖춰져 있습니다. 생활 정치부터 하나하나 밟아나갔을 때 국정을 잘 돌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젊고 유능한 인재가 기초의회에 들어와서 성장해 국회의원까지 될 수 있도록 인재 양성을 해야 하고요.

 

배상록_ 지방의원님들의 역량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상당한 역량을 갖추고 있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있어요. 경선 패널티 이야기도 나왔는데, 패널티가 없더라도 하향식 공천 아래서는 지방의원들의 역량이 충분하더라도 중앙 정치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상실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역량이 되면 싹부터 자르려고 하겠죠. 정당공천배제 등 틀을 마련해 제도를 바꾸기 전에는 지방의원들이 중앙 정치 무대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입니다.

정동수_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의미에서 중앙정치와 정당이 순기능하고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정당공천을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심하게 말하면 정당공천제 자체가 부정 부패의 출발점이 되고 민주주의 발전의 저해 요인이 될 수 있고요. 중앙정치는 공천이라는 전가의 보도로 지방자치를 예속하고 있습니다.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고요. 우선 국민 의식부터 개혁이 필요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소진광_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의 개인적인 추천, 일종의 ‘사천’이라고 하죠. 사천으로 나와 당선되고 나서도 그 관계가 하나의 굴레와 속박처럼 벗어나기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몸소 경험했거나 주변에서 겪은 애로사항을 말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왕정순_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하고 있어요. 주민과 당원들의 경선을 통하고 있고요. 그런 식으로 노력하고 있고 공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배상록_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지방의원의 역량이 뛰어나고 주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더라도 제도적으로 막혀 있어요. 따지고 보면 지방의회가 작은 국회 아닙니까? 그런데도 지역 위원장이 소집하면 가야 합니다. 지방의회의 역량이 높다고 해서 정당공천을 타파하고 중앙 정치 무대로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절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소진광_ 영·호남처럼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의 경우, 공천 잡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경식 의장님은 경상북도 기초의원들이나 동료 의원들의 공천 과정을 수없이 봐오셨을 텐데,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말씀해주세요.

장경식_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이 표면상 공정하게 정당 공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정당 공천을 받아 4선 의원까지 하고 있고요. 대구와 경북은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곧 당선이라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상북도의회 의원 57명 가운데 9명이 더불어민주당이고 바른미래당과 무소속에서도 각각 1명이 당선되었습니다. 세종시와 대전시, 광주시, 전라 남·북도 등 5개 광역지자체는 100% 더불어민주당 후보만 당선됐어요. 과연 어느 지역을 두고 특정 정당 소속이 당선된다고 말해야 합니까. 주민의 뜻을 잘 받들어 4년간 아무리 지방자치는 말 그대로 생활 정치입니다. 모든 권한은 기초로 넘겨주고 광역은 기초의 의견을 듣고 조율해 큰 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열심히 뛰어도 지방의원들은 중앙 정치인의 포로나 다름없어요.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찍어주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방자치의 발전은 멀다고 봅니다.

 

소진광_ 지방의원들의 역량과 자질 문제가 거론됐는데 사실과 관계없이 매도당하는 경우도 많지요. 의정활동하다 보면 주민들과 접촉할 기회도 많고 주민들의 요구사항도 많을 텐데요, 주민들의 요구는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정동수 전 의장님부터 말씀해주세요.

정동수_ 제가 의정활동할 당시만 해도 지방의회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높지 않았어요. 그 나라의 정치수준은 곧 국민의 수준입니다.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올해 총선에서는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 텐데, 진영 논리에 갇혀 큰 희망이 안 보이니 안타깝습니다.

배상록_ 의회에 방문하는 분들은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해결이 잘 안 되는 문제를 갖고 옵니다. 민원인들이 의회를 많이 이해해주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봅니다. 의회가 주민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의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주민이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이해가 빨랐을 텐데, 그동안 주민들에게 의회의 역할을 알리는 데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장경식_ 찾아오는 분은 참 많습니다. 행정과 민이 충돌했을 때 의회가 중간에서 해결점을 찾아준 경우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에는 지방의원들의 윤리강령이 강화되어 제2의 직업을 갖는 데 제약이 따릅니다. 의원 입장에서는 정서상·관행상 지역의 경조사를 찾아가지 않을 수 없고, 부탁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어서 상당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왕정순_ 10년 전만 해도 생활이 갑자기 어려워진 분들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동마다 사회복지사들이 잘 배치되어 운영되고 있요. 지금은 조례나 청원이 가끔 들어오고 민원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초선, 재선하면서 주민들이 ‘일 잘하는 구의원’이라고 별명을 붙여 주셨어요. 민원이 들어오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해 연락을 드리니 무리한 민원이 많지 않더라고요.

 

소진광_  훗날 후배의원들이 이 방송을 보면 선배 의원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가늠해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도 전국에서 열심히 소임을 다하는 지방의원님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의미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장경식_ 2019년 3월2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아직 통과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입법 정책 전문 인력과 인사권 독립 등 지방의회의 숨통을 트여주는 법률로, 하루빨리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을 보면 전부 지방분권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날이 하루속히 와서 지방의원들이 보람 있게 일하는 토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배상록_ 지방의원님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데 반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방의회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과 공무원 모두가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고 생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요. 중앙정치가 어려운 가운데도 지방이 잘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왕정순_ 관악구의회는 여성이 40%, 청년이 28%를 구성하고 있고, 4개의 정당 소속 의원이 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국회의 축소판인 셈이죠. 그런데 지방의회의 잘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보도가 되지 않고 잘 못하고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만 부각되더라고요. 앞으로 지방의원님들의 역량이 제대로 평가되면 좋겠고, 지금까지 해온 만큼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파이팅!

정동수_ 전국의 지방의원님 여러분, 잘하고 계십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열심히 하시면 나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앙정치가 어지럽고 문제도 많지만, 우리가 흔들림 없이 경제발전을 해왔고 또 오늘이 있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분의 숨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자세를 잃지 마시고 더욱 분발해 열심히 하시면 앞으로 지방자치도 발전하고 여러분 앞날에 큰 영광이 있을 것입니다.

 

소진광_ 지방자치의 현장은 일반 생활이죠. 지방의회 의원님들이 힘내서 해주신다면 국민 생활이 더욱 안정될 것입니다. 오늘 나눈 이야기를 앞으로 10년, 30년 뒤 후배 지방의원님들이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지 않겠어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선배들이 잘 헤쳐나가고 좋은 전통을 심어주셨구나 하는 이야기를 기대하며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