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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디지털행정트렌드

로봇은 전시장에 있지 않았다 [월간지방정부 1월호 기획]

강남구, 행정을 실험하는 ‘로봇·AI 테스트베드’
병원, 도서관, 공원, 급식실 등 일상에 로봇 투입

로봇은 더 이상 박람회장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가 추진하는 ‘로봇·AI 테스트베드’ 사업은 이 명제를 행정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다. 병원, 도서관, 공원, 스마트팜, 학교 급식실까지. 강남구는 로봇과 AI를 정책의 대상이 아닌 행정의 도구로 끌어들였다. 기술 시연이 아니라 생활 속 실증이다.

 

강남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로봇(AI) 테스트베드’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총 23개 기업이 지원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5개 기업이 선정돼 2025년 9월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구가 보유한 공공 인프라에서 실증을 진행 중이다.

 

주목할 점은 실증의 무대다. 행정 내부에 머물던 실험을 넘어, 주민이 실제로 로봇을 마주하는 생활 현장으로 공간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병원·도서관·공원… 행정 공간이 실험장이 되다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은 이번 테스트베드의 상징적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청소·물품 배송을 수행하는 멀티 로봇과 자율주행 방역 로봇 실증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병동 환경관리 효율성과 감염 관리 프로세스를 결합한 ‘스마트 방역 모델’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단순 자동화를 넘어 병원 운영 시스템 전반과의 연계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도곡정보문화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 배치된 안내·추천 로봇은 서가 위치 안내와 도서 추천을 통해 어린이와 정보 접근이 어려운 이용자의 편의를 높이고 있다. 로봇이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도와주는 행정’으로 작동하는 사례다.

 

탄천 파크골프장에서는 무인 예초 로봇이 지정 경로를 따라 주행하며 안전 정지 성능과 작업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이는 단순 인력 대체를 넘어 도시 녹지 관리 방식 전환 가능성을 시험하는 실험이다.

 

세곡동 스마트팜에서는 AI 비전 기반 수확 로봇이 딸기의 생육 상태를 분석해 수확 적기를 판단한다. 이 실증은 도시농업 자동화를 넘어 교육·체험과 결합된 공공서비스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급식실로 들어간 로봇, ‘노동 문제’에 답하다

강남구의 로봇 실증은 행정 효율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25년 서비스로봇 실증사업’에 선정된 단체급식 조리 로봇 사업은 로봇 정책의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서울개일초, 개원중, 서울로봇고 등 3개 학교 급식실에 조리 로봇을 도입해 튀김·볶음·국·탕 등 핵심 공정을 수행한다.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현장의 위기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조리 인력 결원율은 서울 평균 11%인 반면, 강남구는 36.9%에 달한다.

 

고온·중량·반복 노동이 집중되는 급식실 환경에서 인력난은 구조적 문제다. 강남구는 로봇을 통해 조리 종사자의 업무 부담과 건강권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지를 실증하고 있으며, 단순 도입을 넘어 효과성과 경제성 데이터를 축적해 확산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강남구 모델의 본질은 ‘정책 선순환 구조’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생활현장에서 바로 쓰이는 로봇 서비스를 구 인프라와 연결해 실증–고도화–상용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며 “실증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를 보완해 기업의 시장 진입을 앞당기고, 강남구가 로봇산업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도록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에게 실증 비용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공공 인프라와 행정 수요를 연결해 시장 진입 직전 단계의 마지막 관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발언의 무게중심은 산업 육성보다 행정 방식의 변화에 있다.

 

 

PS. 지금 이 도시는

강남구의 테스트베드는 거창한 미래 담론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병원 청소, 도서관 안내, 급식 조리라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서 시작했다. 로봇이 전시장에 머물지, 행정 현장으로 들어올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의 관점과 정책 설계 역량의 문제다. 강남구는 이미 선택을 끝냈다. 이제 타 지자체의 답을 묻는 차례다.

 

[지방정부티비유=한승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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