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평창은 분주해진다. 설원 위에는 이야기가 세워지고, 얼음 아래에서는 겨울이 낚인다. 대관령의 눈꽃과 오대천의 송어가 만들어내는 두 개의 풍경은 평창을 대한민국 겨울축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겨울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 그 답이 평창에 있다. 1월, 겨울의 문을 여는 평창송어축제 평창의 겨울은 1월 1일, 진부면 오대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제17회 평창송어축제는 2월 2일까지 무려 33일간 이어지며, 새해 첫날부터 한겨울의 중심까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대한민국 대표 겨울 관광축제로 불리는 이 축제는 평창 겨울 시즌의 출발점이자 가장 역동적인 무대다. 꽁꽁 언 오대천 위에서 즐기는 송어 얼음낚시는 축제의 상징이다. 얼음 아래를 응시하며 낚싯대를 드리우는 순간, 겨울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닌 체험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수심 약 50cm의 찬물 속에서 직접 송어를 잡는 맨손 송어 체험은 현장의 열기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텐트 낚시터와 실내 낚시터, 초보자를 돕는 운영요원 배치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눈에 띈다. 1월 내내 이어지는 축제 기간 동안 눈썰매와 스노우래프팅, 얼음자전거, 범퍼카, 스케이트 등
충청북도 제천시는 산림이 풍부한 도시지만, 분지형 지형 특성으로 여름철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대기가 정체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폭염과 미세먼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환경 속에서 제천시는 도시숲을 단순한 녹지 확충이 아닌, 도시 체질을 바꾸는 핵심 정책으로 선택했다. 제천시는 미집행 공원구역과 도심 유휴지, 산업단지 인접 지역, 학교·공공시설 주변 등 시민 생활권 전반에 도시숲을 확장해 왔다. 숲은 더 이상 외곽의 경관 요소가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서 기후와 일상을 조정하는 기반시설로 기능하고 있다. 폭염·대기정체에 취약한 분지형 도시의 해법 분지형 도시이자 도심 포장면이 집중된 제천에서 폭염과 열섬 현상은 시민 건강과 생활환경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도시숲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여름철 평균기온 대비 3~7℃ 낮은 기온을 유지하며 도심 내 그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미세먼지 평균 25.6%, 초미세먼지 평균 40.9% 저감 효과를 통해 대기질 개선에도 기여한다. 특히 시멘트 공장과 산업단지가 인접한 제천의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도시숲은 오염을 완충하고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전략적 기반이다. 산업단지·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의 AI 전환은 흔히 말하는 ‘스마트 시범사업’과 결이 다르다. 새로운 기술을 하나 더 얹는 방식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판단의 기준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데서 출발했다. 시는 이미 AI·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거주인구 중심 운영에서 벗어났다. 카드사·통신사 데이터를 결합해 생활인구 기반 체계를 구축하고,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 특성을 정책과 현장 운영에 반영했다. 시간대·권역·행동 패턴 분석을 통해 교통, 관광, 안전, 청소 등 자원이 필요한 영역에 인력과 예산을 정밀 배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같은 접근은 중앙부처 데이터기반행정 평가에서 ‘우수기관’ 선정으로 이어졌다. 속초시는 AI를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동아리에서 시작된 변화, 조직 문화로 확장되다 AI 전환의 출발점은 시스템이 아니라 조직 내부였다. 2024년 하반기, 속초시는 전 직원에게 챗GPT-4.0 유료 환경을 제공하며 활용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시의 판단은 분명했다. “계정을 나눠주는 것만으로는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 이후 공직자 중심의 AI 동아리가 자율적으로 구성됐다. 프
전라남도 영암군의 주민등록인구는 2025년 11월 기준 5만 131명이다. 통계상 인구감소지역이라는 현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인구 지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공동 산정한 생활인구 통계에 따르면, 영암군의 연간 생활인구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2024년 기준 월 평균 생활인구는 약 27만 명, 최대치는 8월 30만 5천 명으로 등록인구의 네 배에 달한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시간 이상 지역에 체류한 인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관광객과 통근자, 외국인 체류자까지 포함하는 이 지표는 주소 기반 인구가 포착하지 못했던 지역의 실제 활력을 드러낸다. 영암군은 이를 보조 통계가 아닌 지역 정책의 핵심 축으로 전면에 세웠다. 축제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후를 준비하다 영암군 생활인구 증가의 출발점은 왕인문화축제, 월출산기찬랜드, 국화축제 등 축제·관광 자원이다. 주요 행사 기간에는 생활인구가 크게 늘어나며 계절적 변동성도 뚜렷하다. 그러나 영암군의 정책적 시선은 축제 자체보다 ‘그 이후’에 맞춰져 있다. 행사가 끝난 뒤 급감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가보고 싶은 영암–머물고 싶은 영암–살고 싶은 영암’으로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0세 전후 가계지표는 급락하고 국민연금만으로는 최소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50대의 64.4%는 ‘소득 공백기’ 개념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고, 80% 이상이 아무 대비도 하지 못한 상태다. IRP 가입률 역시 40~54세 기준 11.5%에 그친다 경상남도는 이러한 현실을 도민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장기적으로 지역 복지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방 정부도 노후 준비에 개입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정책화하며 전국 최초로 ‘경남도민연금’ 도입을 결정했다. 연 최대 24만 원, 10년간 240만 원… IRP 매칭으로 실질 지원 경남도민연금은 도민의 개인형퇴직연금(IRP) 납입액을 기준으로 도가 매칭 지원하는 방식이다. 도민이 월 8만 원을 납입하면 도가 2만 원을 적립해 주며, 연 최대 24만 원, 10년간 최대 240만 원까지 지원한다. 가입 대상은 40~54세 경남도민이며 소득 구간에 따라 4단계로 순차 모집한다. 지원금은 가입 10년 경과, 만 60세 도달, 납입 5년·55세 이상 등 조건 충족 시 지급된다. 예를 들어 월 8만 원씩 10년 납입하면 총 960만 원에 도 지원금 240만 원이 더해
로봇은 더 이상 박람회장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가 추진하는 ‘로봇·AI 테스트베드’ 사업은 이 명제를 행정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다. 병원, 도서관, 공원, 스마트팜, 학교 급식실까지. 강남구는 로봇과 AI를 정책의 대상이 아닌 행정의 도구로 끌어들였다. 기술 시연이 아니라 생활 속 실증이다. 강남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로봇(AI) 테스트베드’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총 23개 기업이 지원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5개 기업이 선정돼 2025년 9월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구가 보유한 공공 인프라에서 실증을 진행 중이다. 주목할 점은 실증의 무대다. 행정 내부에 머물던 실험을 넘어, 주민이 실제로 로봇을 마주하는 생활 현장으로 공간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병원·도서관·공원… 행정 공간이 실험장이 되다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은 이번 테스트베드의 상징적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청소·물품 배송을 수행하는 멀티 로봇과 자율주행 방역 로봇 실증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병동 환경관리 효율성과 감염 관리 프로세스를 결합한 ‘스마트 방역 모델’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단순 자동화를 넘어 병원 운영 시스템 전반과의 연계 가능
평창군이 주민주도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환경 정비를 넘어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주민이 직접 관리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군은 ‘마을관리사 기초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 양성을 본격화하며, 노후 농촌의 주거환경‧안전‧관리 공백 문제를 행정 중심의 단기 대응에서 주민 중심의 지속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마을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주민 전문가의 탄생 마을관리사는 에너지 자립, 탄소중립, 자원순환, 집수리, 목공, 골목길 안전관리 등 실생활 중심의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 기술자이자 마을 관리자다. 평창군은 4년간 20명 이상의 전문가를 육성하고, 도시재생센터·지속가능발전협의회·목재문화체험관 등과 연계해 교육·실습·현장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주민이 마을 현안을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실무 중심의 기초 교육, 주민 참여가 만든 첫 성과 지난 10월부터 1달간 운영된 기초교육은 주민 참여 도시재생의 실질적 출발점이었다. 조경·수목 관리, 전기·목공, 외벽 도색, 방충망 교체, 단열·동파 방지 등 일상 문제 해결 기술을 실습 위주로 진행되었으며 참여자들은 직접 마을을 손보는 과정에
경기도 부천시의 인구는 2020년 81만 명에서 2024년 76만 9,918명으로 줄었다. 출생아 수는 같은 기간 4,243명에서 3,174명으로 감소했고, 사망자 수는 출생아를 앞질러 ‘자연감소 사회’가 고착화되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 속에서 부천시는 단순한 출산장려금 이상의 생활밀착형 인구정책을 펼치고 있다. 단순히 ‘아이 낳기’가 아니라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더 나아가 ‘시민이 행복한 도시’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첫째아부터 출산지원금…‘실질 체감형 인구정책’ 조용익 부천시장은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든든한 힘이 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부천시는 2026년부터 출산지원금을 첫째아부터 지급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간 넷째아 이상 가정에 700만 원을 지급하던 제도를 전면 개편해, 첫째아·둘째아 100만 원, 셋째 200만 원, 넷째 400만 원으로 조정한다. 이외에도 임신 전 무료 건강검진, 한의난임 치료 및 난자동결 지원, 초등학생 입학준비금 지급 등 생애주기 전 단계에 걸친 인구 대응 정책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부천형 교통복지 모델 ‘맘편한 택시’ 특히 주목받는 정책은 ‘맘(Mom)편한 택시 서비스’다
경상남도 밀양 원도심을 흐르는 해천 일대에서 열리는 ‘느린물결마켓’이 지역 로컬브랜딩의 대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안전부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행사는 밀양소통협력센터가 주관해 운영하며, 빠른 소비와 속도 중심의 도시 생활에 익숙한 시민들에게 ‘느리게 살아도 괜찮은 삶’이라는 새로운 감각을 제시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를 넘어, 지역의 속도와 정서를 담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매회 달라지는 주제, 깊어지는 ‘느림의 미학’ 느린물결마켓은 2024년 첫 개최 이후 매회 달라지는 주제와 깊이 있는 콘셉트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손으로 만든 것’, ‘자연과 가족’, ‘낭만, 젊음, 사랑’, ‘오래 쓰는 마음’, ‘땅에서 사람으로’ 등 회차별로 특별한 소주제를 구성해 방문객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지역 셀러가 참여해 농산물, 발효식품, 수공예품 등 지역성을 담은 상품을 선보이고, 방문객들은 ‘느림’을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며 일상의 속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행사에는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도 함께한다. 국제 수선의 날을 기념한 수선 워크숍, 어린이 체험 콘텐츠, 시민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이 북부 생활권, 고산·비봉·동상면 38개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농촌형 이동장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며 농촌 생활권 혁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업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이어지는 중장기 프로젝트이며,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전국 5개 시·군 시범사업 중 하나다. ‘움직이는 마트’, 생활권을 다시 잇다 완주군 이동장터는 고산농협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10.3톤 이동장터 탑차와 1톤 냉동탑차가 마을로 직접 이동해 생필품을 판매한다. 마을별 정차 시간은 약 30분으로, 판매·주문·예약 배송까지 수행한다. 이동장터는 월~금 주 5일, 마을 당 주 1회 방문하며 총 38개 행정리를 순회한다. 이 지역들은 상점 접근성이 낮고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식품사막화’, ‘교통취약지’로 분류된 곳이 많아 주민들의 체감도가 높다. ‘주민’이 제안하고 ‘군’이 답하다 이동장터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서비스가 아니다. 2024년부터 주민위원회, 이장협의회, 부녀회, 농가·고향주부모임 등 마을 공동체의 의견 수렴 과정이 촘촘하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마트가 멀어 장을 보려면 반나절이 걸린다”, “고령층은 마을 밖 이동이 어렵다”는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