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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례에서 배웠습니다

프랑스 파리 폭염 대응, 도심 속 냉방 쉼터 지도 ‘Cool Map’[해외 혁신정책]

쉼터 공간에 센서 설치, 시민에 ‘시원한 곳’ 알려 기후적응 새 모델 제시

2003년 여름, 프랑스를 덮친 유례없는 폭염은 전국적으로 약 15,000명, 파리에서만 4,8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국가적 충격을 안겼다. 사망자의 다수는 독거 노인, 저소득 가정의 고령자, 노숙인, 만성질환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었다.

 

 

당시 공공 보건체계는 극한 기후 상황에서 시민을 보호할 체계가 없었고, 고립된 노년층은 냉방이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방치되었다. 이후 파리시는 매년 여름마다 ‘폭염 대응 계획(Plan Canicule)’을 시행했으나, 단발성 대책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본격화된 ‘쿨 맵(Cool Map)’ 공식명칭 Carte des îlots de fraîcheur (서늘한 공간 지도) 정책은 단순한 시설 목록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냉방 복지 네트워크로 설계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쿨 맵이 단순한 정보 지도에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과 실시간 데이터가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각 쉼터 공간에는 IoT 센서가 설치되어 현재 온도 및 습도, 내부/외부 냉방 작동 여부, 이용자 밀집도, 운영 가능 여부 및 개방 시간 등의 정보를 실시간 수집한다.

 

이 정보는 앱 사용자에게 ‘가장 가까운 쉼터’, ‘혼잡하지 않은 쉼터’, ‘에어컨 작동 중인 장소’ 등을 필터링해 제공해준다. 특히 고령자나 노숙인 등 스마트폰 접근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 동네 복지관과 협력해 종이 지도를 배포하고, 마을 단위로 ‘서늘한 공간 안내 인력’을 배치해 접근성도 함께 고려했다. 또한 시민 누구나 쉼터로 적합한 장소를 직접 제안할 수 있으며, 이를 관리자가 검토 후 지도에 추가하는 ‘시민 기반 증강 플랫폼’ 구조로 운영된다. 2023년 한 해만 해도 시민 제안으로 추가된 장소가 170곳 이상이었다.

 

쿨 맵 정책은 시행 첫 해부터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2017년 기준 38도 이상 폭염일 수는 15일이었는데, 쿨 맵이용 건수는 약 45만 회를 기록했다. 이후 2022년에는 이용 건수가 87만 건으로 급증했으며, 동일 조건에서의 폭염 관련 사망률이 5년 전 대비 31%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쿨 맵 앱 사용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2%가 “단순한 지도 정보가 아닌, 실제로 생존을 위한 정보”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61%는 “앱을 통해 처음 가본 쉼터에서 타인과 소통하거나 공동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쿨 맵은 단순한 기후 대응 앱이 아닌, 사회적 연결과 회복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쿨 맵은 복지정책이면서도 동시에 도시계획 전략이다. 기존 도시 기반시설에 쉼터 기능을 더하고, 시민이 공간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도록 하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그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파리시가 ‘냉방’이라는 것을 단순히 에어컨 설치로 해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늘, 수분, 지하공간, 사회적 장소 등을 함께 고려하며 ‘다양한 서늘함’을 활용한 점에서, 이는 기후 적응형 도시 디자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도 이미 전국적으로 약 67,000곳 이상의 ‘무더위 쉼터’가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위치만 공개되어 있을 뿐, 실시간 정보가 없고 시설 상태, 접근성, 개방 시간, 혼잡도 등의 정보가 없다. 또한 시청·군청·동사무소 단위의 시스템 분절로 인해, 시민이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지 폭염 대응을 넘어, 지역별 기후복지 격차 해소, 공공공간 활용도 제고, 도시환경 설계의 재정의라는 3가지 측면에서 큰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쿨 맵은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도시기후건강 우수 사례’에 선정되었고, 유럽연합의 ‘Smart Cities and Communities’ 프로젝트에서 ‘시민 생존 기반 기술정책’ 부문 베스트 프랙티스로 소개되었다. 현재 베를린, 리옹, 밀라노 등 여러 유럽 도시에서 이 모델을 도입 중이며, 최근에는 캐나다 토론토, 미국 포틀랜드 등 북미 도시도 비슷한 쉼터 정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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