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고객과의 대면을 줄이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식당, 버스 터미널, 철도역, 은행 등 대중 시설의 운영이 키오스크 설치 등 온통 디지털화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7년 2,470억원에서 지난해 7,744억 원으로 4년 만에 3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범인이 자녀를 사칭하면 오로지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연로한 부모님은 경계를 풀고 당하기가 일쑤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과 통신에 취약한 노인들은 밖에서 친구들과 밥 한 끼 같이 먹기도 어렵고 모르는 전화 한 통화 받는 것도 두렵다. 사람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디지털문명이 오히려 노인들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고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역기능은 개선돼야 할 정책과제다.
서울시, 서울시50+재단, 지원기관(시설) 3자가 협업해 진행한 「디지털이음단 활동사업」이 장·노년층 시민의 자존감은 높이고 고독감은 낮추는 우수한 시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세대이음단」 활동은 스마트기기(스마트폰, 키오스크) 등 디지털교육이 가능한 50세 이상 연령층으로 「디지털 세대이음단」을 구성해 장·노년층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지도를 하는 사업이다. 재단 측은 스마트기기 기본활용 소양을 갖춘 자를 선발해 심사와 직무교육을 실시, 최종 98명을 선발했다.
평균 연령은 58세로서 어느 정도 인생 경륜을 쌓아왔기 때문에 수강생과의 사이에서 친근한 교감과 소통이 가능했고 ‘앙코르커리어’(인생 2막) 기회를 가진 기회이기도 했다. 수강생 측면에서는 스마트기기를 배우고 강사는 물론 연륜이 비슷한 다른 수강자들과 친분을 쌓는 계기가 됐다.
양측 모두 일거양득의 성과와 보람을 누린 가성비 높은 사업으로 평가된다. 수강자 1인당 5시간씩 6회(합계 30시간) 출석해 수업을 받게 된다. 이번 사업을 총괄한 이광민 주임은 “교육생들이 연로함을 고려, 강사 1명이 교육생 2명을 지도함으로써 수강생들의 수준에 맞춰 밀착 지도가 가능해 수업성취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 주임은 IBM Korea에서 30년간 근무한 IT 분야 베테랑이다.
「디지털 세대이음단」 활동사업에는 또 하나의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교육장소를 제공한 지원기관 또는 단체이다. 총 72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는데 대부분이 서울시나 구청 소속 복지관이지만, 감리회 태화복지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사단법인 동행연우회 등 민간 또는 종교단체 17곳이 포함돼 있다. 이들 기관·단체들은 장소임대료 등 어떠한 대가 없이 시민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기자가 올해 사업 마지막 날인 11월 18일(금요일) 오후 1시경 태화복지관을 찾았다. 2개의 자그마한 회의실에서 각각 2명과 3명의 여성 어르신이 지도를 받고 있었다. 기자도 사용해보지 못한 ‘글그램’ 앱을 배우고 있었는데 비록 느리지만 정확히 적용 시범을 보여주었다.
개포동에 거주하는 홍숙아 씨는 “금융 사기 방지, 키오스크 사용, 단톡방 개설 등 여러 가지 사용법을 배웠다. 교육이 매우 만족스러워 다른 친구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조혜란 강사는 지난 폭우 때 집에 빗물이 들어왔는데도 서둘러 응급조치를 하고 오는 분이 있는가 하면, 90세의 어르신이 참석할 정도로 시민의 교육 열의가 높았다고 말한다. 심지어 과정이 끝나면 아쉬워 눈물짓는 수강자도 있었다고.
이 주임은 서울시가 직접 또는 유관기관을 통해 5개 정도 유사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내년에는 통폐합할 계획인 것 같다며, 「디지털 세대 이음단」 활동사업은 꼭 지속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업 명칭도 고운 「디지털 세대이음단」 활동사업은 협업과 거버넌스의 진정한 모델로, 행정기관이 할 최우선의 정책과제는 사회적응이 어려운 자, 병약하고 고독한 자, 노약자, 가난한 자 등 취약 계층을 돕는 일 아니겠는가.
참고
재단 측에 따르면 서울시가 이 사업에 2억 6,200만 원을 지원했으며, 올해 참가한 수강자 수는 약 2,500명으로 추산되고(2021년보다 500명 증가), 평균연령은 75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