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군은 任(맡길 임), 實(열매 실)을 쓴다. 우리나라 200개가 넘는 지자체 지명 중 ‘임’ 자와 ‘실’ 자가 들어가는 곳은 임실이 유일하다. 임실군은 그만큼 실속이 있는 지방으로, 임실이란 지명은 759년 통일신라 경덕왕 16년부터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임실군에는 옥정호(玉井湖)가 있다. 옥정호는 1927년 섬진강물을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만든 거대한 인공호수이며, 1965년에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 사이의 섬진강 협곡에 길이 344m, 높이 64m로 막은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댐인 섬진강 댐이 있다. 옥정호에는 ‘붕어섬 출렁다리’가 유명하다. 붕어섬은 붕어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출렁다리는 2022년에 총길이 420m, 순폭 1.5m이다. 붕어를 형상화해서 높이 83m로 건널 때 출렁거린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출렁대는 옥정호 출렁다리를 건너노라면 풍경이 특별한 붕어섬 생태공원을 만날 수 있다. 봄에 화려한 벚꽃을 시작으로 가을철 구절초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 옥정호 물안개와 함께 곱게 피는 예쁜 꽃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붕어섬에서 만난 대전에서 왔다는 김희승 씨는 “붕어섬 출렁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천하 일품이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은 버들양(楊), 수풀림(林) 자를 쓴다. 조선시대 1550년부터 휘늘어진 버드나무가 무성하다 하여 ‘양림(楊林)’라 불리었다고 한다. 이를 말해주듯 양림동행정복지센터 옆에는 엄청난 크기의 건강한 버드나무가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11월 20일 겨울이 깊어가고 있음에도 수양버들잎은 하나도 떨어지지 않고 초록색 그대로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었다. 양림동은 사직산과 양림산이 이어지는 능선에 자리 잡은 지리적 특성이 있으며, 옛 광주읍성 바깥에 위치한 관계로 공동묘지가 있었다. 1904년부터 기독교 계열에서 교회, 병원, 학교를 세우면서 근대화가 시작된 곳으로 오래된 교회, 병원, 학교 건물 등 근현대 건물이 많고 특히 양림동 골목은 오래된 개인주택이 많이 남아 있다. 양림동은 근현대의 광주라는 시공간 속에서 120년 전 광주 최초로 선교사를 통해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오웬 기념각, 우일선 선교사사택, 선교사 묘역 등 기독교 문화 유적과 광주광역시 민속자료인 이장우 가옥 등 전통가옥이 자리 잡고 있다. 또 광주의 첫 근대 의료기관인 제중원과 첫 근대학교이자 항일 운동의 본거지였던 수피아와 숭일학교가 개교된 곳으로, 근현대의 광주를 이야기할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1박 2일간 거문도에 다녀왔다. 새벽 4시 고창을 출발해 6시 20분 고흥군 녹동항에 도착했다.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소록도가 눈앞에 보이는 녹동항에서 7시에 출발한 평화페리11호 여객선은 거문도항에 10시 20분에 도착했다. 거문도(巨文島)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에 있다. 거문도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거문도가 행정구역상 여수시에 속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거문도항은 여수항에서 90㎞, 고흥군 녹동항에서 57㎞의 거리에 있다. 행정구역상 여수시에 속해 있어 거문도에 거주하는 주민과 공무원들의 불편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산면 임은재 주무관은 ‘거문도는 옛날에 문장가가 많아서 거문도(巨文島)라고 불렀다.’고 했다. 거문도는 고도(古島)·동도(東島)·서도(西島) 세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고도는 0.42㎢, 서도는 7.77㎢, 동도는 3.43㎢ 면적이다. 거문도항에 도착해서 역사의 현장인 영국군 주둔지와 영국군 해군 묘지를 제일 먼저 찾아보았다. 19세기 말, 러시아 제국의 남하 위기를 느낀 빅토리아 시대의 대영제국 해군이 이 섬을 1885년 4월 15일~1887년 2월 27일까지 2년간 불법으로
우리는 흔히 지혜(智慧)롭고 덕(德)이 있는 사람을 지덕(智德)을 겸비(兼備)한 사람이라고 한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智異山)과 국립공원 10호 덕유산(德裕山)의 중간 지점에 지덕(智德)을 겸비한 고장 함양군이 있다. 함양군은 해발 1,000m가 넘는 좋은 산이 15개나 된다. 지혜와 덕은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 건강한 몸은 좋은 환경과 좋은 음식에서 나온다. 좋은 음식은 산삼을 빼놓을 수 없다. 산 좋고 물 좋은 산삼 좋은 고장 함양군에서 함양산심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한 함양산삼축제는 황금 산삼을 찾아라, 산삼 캐기 체험, 산삼 데이, 함양 산양산삼을 잡아라, 함양산삼 증정 이벤트, 함양산양삼 육성 포럼기, 항노화 체험 등 특별 이벤트를 중심으로 함양산삼 전시·판매, 산삼 경매, 산삼 주제관 등을 운영했다. 특히 함양군 필봉산에서 있었던 ‘황금산삼을 찾아라’는 효심 가득한 심마니 여정과 스토리텔링을 연계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의 인기가 높았다. 또 지리산 천왕봉이 뻗어 내린 곳 해발 1,000m 함양군 마천면 마적대에서 산삼을 키우는 강재두(64세) 사장은 “청정 지리산 고산지대에 부엽토가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상쾌한 신록의 계절! 지난 5월 15일 낙동강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경상북도 상주자거박물관에 갔다. 우리나라 유일의 자전거 전문박물관이다. 상주시청 관광진흥과 구순목 님의 친절한 안내로 상주박물관에 도착하자 김유희 학예사님이 반갑게 맞이했다. 상주자전거박물관 본관으로 들어가기 전 박물관 마당에 있는 자전거 교통 규칙 교육과 어린이 자전거 체험장을 둘러봤다. 자칫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자전거 타기도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상주시에서는 세밀하게 준비하고 사전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철저하게 교통안전을 교육한다고 한다. 박물관 본관은 1층 기획전시관, 4D 영상관 2층 상설 전시실이 있다. 먼저 자전거 역사에 대한 기록을 보았다. 세계 최초의 자전거는 프랑스 ‘콩트메데드 시브락’이다. 이는 1790년 나무로 만든 자전거였으며 페달과 핸들이 없는 구조로 방향 전환이 쉽지 않고 브레이크 같은 안전장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가 언제 처음으로 사용됐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지만, 1893년 고종황제는 선교사이자 의사인 올리버 에이비슨이 자전거를 타고 궁궐을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매우 즐거워했다고 한다. 상주시는 자전거 도시로 유명하다. 상
‘맨발의 청춘’. 왕년에 많이 들어보던 말이다. 맨발로 황톳 길을 걸으며 건강을 챙겨 청춘으로 돌리려는 곳이 있다. 대전 대덕구에 있는 계족산 황톳길이다. 계족산은 해발 429m로 닭계(鷄), 발족(足) 닭발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황톳길로 유명한 계족산을 방문한 4월 16일, 산 입구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0시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차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니 계족산 입구 황톳길 등산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등산로 한쪽에 발바닥 모양의 계족산 황톳길 설명 안내판이 있다. 임도(林道) 한쪽에 넓이 1.5m, 총길이 14.5㎞로 조성된 계족산 황톳길은 에코 힐링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연간 100만 명 넘게 찾는 곳으로, 해마다 ‘계족산 맨발 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일행 5명 중 3명은 황톳길을 걷겠다고 신발과 양발을 가지런히 비닐봉지에 담아 등산 가방에 넣고, 나머지 2명은 등산화를 신고 걷기로 했다. 전날 비가 내려 등산하는 데 괜찮은 날씨였지만, 맨발로 황톳길을 걷기에는 약간 차가운 날씨였다. 맨발로 처음 황토를 밟는 순간 발바닥이 차갑게 느껴져 오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황토 특유의 부드러운 촉감이 발바닥을 행복하게 해주고 자동
갈대 노(蘆), 꽃 화(꽃) 갈대꽃이 아름다운 섬 전남 완도군 노화도는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가 많은 보길도와 연결된 섬이다. 지난 15일 오전 해남군 땅끝항에서 노화도 동천항까지 배로 30분 걸려 도착했다. 동천항에서 노화읍사무소 근처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을 찾았다. 깔끔한 느낌을 주는 식당 주인 김상희(48세) 씨가 반갑게 맞이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 노화도의 물 사정을 물었다. ‘2급 6단’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되물었다. 2일간 급수, 6일간 단수라고 했다. 내 생에 6일 단수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식당에서 나와 노화읍 이목마을을 둘러보았다. 지붕 위에 파란색 물탱크가 없는 집이 없었다. 심지어 5톤 물탱크가 두 개 있는 집도 있었다. 노화읍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노화읍 이목리 골목에서 만난 김춘자(68세) 씨는 얼마나 물이 귀한지 “소변을 보고 물을 내리는 것은 사치다.”라면서 “2일 급수해서 받아 쓸 수 있어도 그나마 다행이다. 겨울에 물통이 얼어 터지는 경우도 있고 타지역에 갔다가도 물이 나오는 날짜에 맞추어 들어와야 한다. 빨래도 몰아서 하는 등 가뭄으로 인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한참을 이야기했
산·들·강·바다·갯벌·습지가 있는 특별한 곳 고창은 고창 고인돌, 고창판소리, 고창 전역 생물권보전지역, 고창농악, 고창갯벌 등이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유산 5관왕 지역이다. 거기에 2023년 2월 고창 병바위 등 세계지질공원 지정이 예정돼 있다. 고창 고인돌 군락지는 고창읍 죽림리와 도산리에 고인돌 447기가 있어 숫자가 방대하고 탁자식·바둑판식·개석식 등 형식도 다양해 세계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고창은 판소리로도 유명하다. 19세기 후반, 동리 신재효 선생이 판소리 이론을 정립하고,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을 비롯해 김소희 등 수많은 명창을 배출했고 대한민국 판소리의 성지로 2003년 고창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에 올랐다. 고창군은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Biosphere Reserves)이기도 하다. 생물권 보전지역이란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보호지역(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유산) 중 하나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키기 위한 제도로 고창군은 국내 최초로 행정구역 전체가 2013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고창 농악은 호남우도농악에 속하면서 고창
계룡시에 계룡산이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계룡산을 ‘이 나라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난 명산’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우리나라 200곳이 넘는 지자체 중 동물 이름이 들어간 곳은 계룡(鷄龍)시, 용산(龍山)시, 구미(龜尾)시 등 3곳 정도다. 그러나 계룡(鷄龍)시처럼 2개의 동물 이름이 같이 들어간 경우는 계룡시가 유일하다. 거북(龜)이나 닭(鷄)은 직접 볼 수 있는 동물이지만, 용(龍)은 상상의 동물이다. 그런데 계룡(鷄龍), 닭(鷄)과 용(龍)이고 보면 어쩐지 격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렇게 본다면 계룡(鷄龍)에서 닭(鷄)이 용(龍)의 곁에 있으니 보통 닭(鷄)이 아닐 것이다. 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가 금계(錦鷄)라고 한다. 중국의 고전 화가 류쿠이링(劉奎齡)은 오륜도(五倫圖)에서 금계는 봉황새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봉황새 또한 용처럼 상상의 동물이다. 봉황새는 수컷은 봉(鳳), 암컷은 황(凰)새다. 봉황새 정도는 돼야 계룡(鷄龍)이 되고 그 격이 맞는다. 실제로 계룡산에는 황적봉(660m)과 천황봉(668m)이 있고 계룡산 서쪽 5㎞ 지점에 새봉재산과 매봉재산이 있다. 계룡산에서 남서쪽 12㎞ 지점에는 봉황이 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깊어가는 가을. 코스모스, 메밀꽃, 해바라기 핀 가을 들녘 등 생각만 해도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고향역, ‘하동군 북천역’으로 떠나보자. 한반도의 명산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경남 하동군은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의 주 무대 평사리가 자리 잡은 평야이자 ‘아름다운 섬진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태평양이 시 작되는 남해 바다가 있다. 이렇게 큰 산과 평야, 강과 바다 모두가 잘 어우러진 곳은 하 동이 유일하다. 하동에는 코스모스가 핀 정든 고향역 북천역이 있다. 북천역은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과 광주 광산구 송정동을 오가는 경전선 기차역으로, 1968년 기차가 정차하기 시작 해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가 뒤섞여 왁자지껄함이 매력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세월이 흐르자 다른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농촌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2006년 기준 연간 북천역 이용자가 7,600여 명에 그쳤다. 평소에는 하루 20명 남짓한 승객이 북천역을 이용하지만, 가을철 코스모스가 필 무렵엔 많은 이가 이곳을 찾는다. 북천역의 흥망성쇠를 목도한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2007년부터 ‘코스모스 피는 정든 고향역’이란 주제로 북 천서 축제를 시작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