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1박 2일간 거문도에 다녀왔다. 새벽 4시 고창을 출발해 6시 20분 고흥군 녹동항에 도착했다.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소록도가 눈앞에 보이는 녹동항에서 7시에 출발한 평화페리11호 여객선은 거문도항에 10시 20분에 도착했다.
거문도(巨文島)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에 있다. 거문도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거문도가 행정구역상 여수시에 속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거문도항은 여수항에서 90㎞, 고흥군 녹동항에서 57㎞의 거리에 있다. 행정구역상 여수시에 속해 있어 거문도에 거주하는 주민과 공무원들의 불편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산면 임은재 주무관은 ‘거문도는 옛날에 문장가가 많아서 거문도(巨文島)라고 불렀다.’고 했다. 거문도는 고도(古島)·동도(東島)·서도(西島) 세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고도는 0.42㎢, 서도는 7.77㎢, 동도는 3.43㎢ 면적이다.
거문도항에 도착해서 역사의 현장인 영국군 주둔지와 영국군 해군 묘지를 제일 먼저 찾아보았다. 19세기 말, 러시아 제국의 남하 위기를 느낀 빅토리아 시대의 대영제국 해군이 이 섬을 1885년 4월 15일~1887년 2월 27일까지 2년간 불법으로 점거한 ‘거문도 점령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거문도에 주둔한 영국군 규모는 200~800명, 군함은 5~10척이었다고 한다.
오후에는 유람선으로 백도 관광에 나섰다. 백도(白島)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7호(1979년)로, 백도의 유래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섬이 흰 백(白)자 백도이고 또 하나는 봉우리 개수가 99개라서 일백(百)에서 일(一)을 빼 백(白)도라고 한다.
백도는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 떨어진 해상에 39개의 무인 군도로 형성된 상백도와 하백도로 구분된다.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절벽이 장관을 이루며 매바위, 서방 바위 각시바위, 형제바위, 석불 바위 등 얽힌 전설도 많은 곳이다.
백도에는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비롯해 30여 종의 조류와 풍란, 석곡, 눈향나무, 동백, 후박나무 등 아열대 식물이 많으며 300종의 식물 분포 그리고 큰 붉은 산호, 꽃산호, 해면 등 170여 종의 해양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날 고도에서 출발해 삼호교를 지나 유리미해수욕장에서 오른쪽으로 30여 분 올라 전수월산(169.7m) 정상에서 바라보는 남해의 쪽빛 바다와 아름다운 섬들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전수월산은 동백나무 원시림이 터널을 이룰 정도로 많고, 동백 숲에서 만난 동박새가 꼬리를 흔들며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전수월산에서 다시 내려와 거문도등대가 있는 수월산으로 향했다.
바닷길을 건너 20여 분 거리에 수월산(194.1m)에 있는 거문도등대에 도착해 해양수산부 여수지방해운항만청 거문도 항로 표시관리소 등대지기 김재훈 씨를 만났다.
그는 “거문도 등대는 1905년 4월 12일 남해안에서 첫 번째로 항해 선박들에 희망의 불빛을 밝히고, 지금은 해양수산부에서 등대 문화유산 17호로 지정하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라며 “1985년 11월 높이 33m의 새로운 등대가 15초에 한 번씩 섬광하여 42㎞의 거리에도 볼 수 있고 인공위성(GPS)의 신호를 받아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정하여 제공하는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이 설치되어 있다.”고 말했다. 등대지기 김재훈 씨는 10일 동안 근무하고 여수시에 있는 집에 간다.
거문도등대 앞에는 영해 기준점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곳을 알리는 중요한 장소로, 이를 널리 알리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거문도등대를 찾은 관광객들의 각 지방 사투리를 듣고, 팔도에서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거문도등대는 등대 자체도 아름답지만, 주변 경관 또한 일품이다.
대구에서 왔다는 정현진 씨는 “거문도 관광의 백미는 거문도등대다.”라고 말했다. 거문도등대를 뒤로하고 오후 1시 20분 거문도항을 출항하는 배를 타기 위해서는 12시 이전에 하산해서 1시까지 점심을 끝내야 했다.
거문도 특산물은 거문도 은갈치, 거문도 삼치, 거문도 해풍쑥 등이 있으며 매년 8월에는 여수거문도·백도은빛바다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거문도항 선착장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명진순 씨와 우럭과 은갈치 등 바닷고기를 진공 포장해서 판매하는 배수연 씨는 “61세 동갑내기 동창생으로 고교 3년 동안만 여수시에서 살고 거문도가 좋아 거문도에서 평생 살고 있다.”고 했다.
거문도는 서도, 동도, 고도 세 개의 섬이 마치 서울 여의도 모양으로 2.9㎢의 여의도 면적과 같은 바다 호수를 이루고 있어서 자연적으로 방파제 역할을 하는 천혜의 어업 전진기지로 4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문장가가 많았던 거문도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한 번쯤 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