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는 금지약물이다

 

초과근무를 대하는 방식 
“스웨덴에 와서 이상했던 점 하나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졸고 있으면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걱정하는 것이었다. 이 나라가 밤샘공부도 강제적 야근도 없는 곳 이란 걸 가끔 잊곤 한다.” 
이 말은 2013년 3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어느 한국인이 쓴 트윗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은 쉬는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을 보며 ‘어제도 늦게까지 공부했나 보네’라고 생각한다. 직장인이 아침 버스에서 졸고 있으면 ‘이때라도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게 현명하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프랑스로 이민 간 한국인이 매일같이 혼자 야근을 했다고 한다. 그를 본 팀장은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며 다그쳤다. 한국인은 반문했다. 
‘내가 열심히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덕분에 당신 성과도 좋아질 거 아니냐.’ ‘너는 지금 우리가 오랜 세월 힘들게 만들어 놓은 소중한 문화를 망치고 있다. 너를 의식한 누군가가 저녁이 맛있는 삶 과 사랑을 주고받는 주말을 포기하게 하지 마라.’”

 

이 말은 2014년 2월에 어느 분이 쓴 트윗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한국인은 ‘강제적 야근’이 아니라 ‘자발적 야근’을 했는데, 그 역시 프랑스 팀장은 문제를 삼았 다는 것이다. 국제연대활동가인 곽은경 씨가 유럽에서 들은 아래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당신은 열심히 일하는 게 뭐가 문제냐 고 하지만 그런 행위가 다른 동료에게 위화감과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건 왜 모릅니까. 초과근무를 해서 성과를 내는 일이 점점 많아지면 남들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건 애써서 노동권을 확보해 온 우리 사회 노동문화의 후퇴를 가져오는 행위가 됩니다.” (곽은경,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 240p)

 

금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도핑(Doping)’은 운동선수가 금지된 약 물을 복용하는 것이다. 금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를 복용하고 경기하는 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와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또한 복용한 선수에게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 선수로서의 생명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금지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근육량을 늘리는 데 쓰이는 경기력 향상 물질이다. 한때 수많은 운동선수들이 이용했으나, 그 결과 극심한 알레르기 와 부작용을 겪었다. 결국 1976년 국제 올림픽위원회는 이것을 금지했다. 한편, ‘코르티코이드’라는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이고, 평소에는 부 상 회복을 위해 복용해도 된다. 하지만 이 역시 경기 시즌에는 금지된다. 부상당한 선수가 약에 의존하여 계속 경기하는 일이 누적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큰 부상 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직장인에게 초과근무는 금지약 물과 같다. 초과근무를 하면 당장은 실적 을 높일 수 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초과 근무를 하지 않는 동료와 경쟁할 때 유리하다. 그러나 횟수가 늘어날수록 개인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을 해치고, 직장생활 자체를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강제적 야근’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는 직 장인은 없을 것이다. ‘자발적 야근’을 하 는 사람 중에는 업무에 대한 열정과 책임 감의 발로라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 근평이나 승진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일을 더 잘하려고 초과근무하는 사람을 좋게 보고 칭찬하는 일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개인 일탈형 금지약물 복용이다. 

 

간혹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해서 어느 날 직원 일부가 초과근무하는 일은 어느 조직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만약 조직이 어떤 자리에 대해 “그 자리는 늘 초과근무를 많이 해 왔고, 어쩔 수 없다”며 방치한다면, 잘못이다. 상사가 “이 직원은 매일 늦게까지 일하고, 심지어 주말에도 나와서 열심히 일하는 모범 직원이다”라고 칭찬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정작 개인에게 큰일이 나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질 수도 없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초과근무가 잦은 직원은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게 맞고, 사람을 교체해도 초과근무가 계속 된다면 일의 양에 비해 인원이 적게 배정 되었다고 보고 조정해야 한다.

 

과로를 헌신으로 덮지 않아야 
2015년 1월 특허청의 모 과장이 만 43세로 세상을 떠났다. 항상 밤낮으로 일을 챙기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기도 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업무를 챙기는 것을 보고, 상사가 인사발령을 내서 강제로 그 업무에서 손을 떼게 했을 정도였다. 장례식장에 가보니 남겨진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다.

 

2017년 1월 보건복지부의 모 사무관이 일요일 새벽에 정부 청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정지 로 인해 만 35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지 고작 일주일 만의 일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 9시 넘어 퇴근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어둑한 새벽에 나왔다. 그렇게 라도 해서 주말 오후에는 어린 세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 했다.

 

초과근무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했고, 생전에 가족과 보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앗아갔다. 지금처럼 과로를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덮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가슴 아픈 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르면 일주일에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 하루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 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만약 주말 외의 공휴일 없이 매주 40시간씩 한 해 52주를 일하면, 노동시간은 2080시간이 된다. 그런데 2016년 8월 OECD가 발표 한 ‘2016 고용동향’을 보면, 34개 회원국 연간노동시간 평균은 1766시간인데, 우리나라는 2113시간이다. 공휴일이 있다는 것을 무색하게 한다. 


초과근무는 금지약물이다. 초과근무하는 사람을 보고 칭찬해서는 안 되고, 조직적으로 방치하거나 방관해서도 안 된다. 특히 “나도 한창 때는 밤새기 일쑤였다”며 자랑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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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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