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1 (화)

  • 구름조금동두천 13.9℃
  • 맑음강릉 14.6℃
  • 구름많음서울 13.7℃
  • 구름조금대전 13.8℃
  • 맑음대구 15.2℃
  • 구름많음울산 15.2℃
  • 맑음광주 15.4℃
  • 구름조금부산 18.7℃
  • 맑음고창 12.8℃
  • 구름조금제주 17.0℃
  • 구름조금강화 13.0℃
  • 구름조금보은 14.1℃
  • 맑음금산 14.3℃
  • 구름조금강진군 15.7℃
  • 구름조금경주시 15.0℃
  • 맑음거제 15.2℃
기상청 제공

예산 원도심, 로컬 콘텐츠로 새 숨결을 불어넣다[월간지방정부 특별기획]

주민과 청년이 함께 빚어내는 지역 회복의 이야기

예산 본정통 거리는 오랫동안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군청과 시장, 학교와 상점이 모여 예산군민의 생활과 문화가 교차하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광역버스터미널과 농업대학 이전, 유통·상업 구조 변화로 활력을 잃으며 빈 점포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이곳에는 여전히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건물과 기억,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예산군은 바로 그 자원을 토대로 원도심의 새 길을 모색했다. 해법은 바로 ‘로컬 콘텐츠’였다.

 

 

빈 점포를 로컬 콘텐츠 플랫폼으로, 창업 거점의 변신

2023년 개장한 예산상설시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연간 350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급부상했다. 2024년 3월까지 누적 방문객이 489만 명을 넘어섰지만, 시장을 찾은 발길은 원도심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것이 관광객과 지역 주민을 연결할 중간 거점이 절실히 필요했던 이유다. 예산군은 해법을 ‘로컬 콘텐츠 창업’에서 찾았다. 단순히 건물을 고치는 도시재생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고 이야기가 생기는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전략은 명확했다. 버려진 빈 점포를 창업 거점으로 바꾸고 주민과 청년이 어울릴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 재편한 것이다.

 

 

2023년 문을 연 1호점 ‘모이슈’는 지역 동아리와 주민 활동가들이 함께 전시와 체험을 펼치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귀농귀촌인을 중심으로 지역 장착을 지원하는 ‘살롱 드 예산’, 청년들이 모여 네트워크 활동을 연계하는 ‘고로컬’, ‘호야네 사랑방 빵곳간’, 그리고 화훼 창업을 지원하는 공간까지, 각각의 거점이 차례로 조성되면서 골목길은 하나의 살아 있는 무대로 변모하고 있다.

 

이 거점들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창업 실험실이자, 주민과 청년, 귀농귀촌인들이 함께 지역의 내일을 구상하는 플랫폼이다.

 

 

주민이 변화를 주도하다, ‘예산 본정통 사람들’

예산군은 원도심 침체 회복을 위해 행정 주도가 아닌 주민 참여형 모델을 채택했다. 주민과 소상공인, 청년이 함께 참여하는 ‘예산 본정통 사람들 협의체’가 이를 뒷받침한다.

 

단순한 회의체를 넘어 원도심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공론장이다. 원도심 활성화 사업 현황 공유하고 새로운 창업 모델 발굴, 투어 프로그램, 프리마켓, 콘텐츠 개발 기획까지 주도한다.

 

특히 2024년 4월 시작된 ‘모이슈 벼룩시장’은 주민 주도의 대표 성과로 매월 마지막 토요일, 추사거리 일대에 열리며 주민이 직접 부스를 운영한다.

 

 

문화 체험, 먹거리, 수공예품이 어우러진 이 벼룩시장은 상설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을 원도심으로 끌어들이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과정은 단순한 상권 회복을 넘어 ‘공동체 재생’의 상징적 의미를 담는다.

 

도시재생과 로컬 콘텐츠의 결합

예산군의 실험은 도시재생과 상권 활성화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래된 도시의 숨결을 더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지역 고유의 역사와 건축 자산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수십 년간 방치되었던 김두환 화백 생가터는 음악과 예술, 휴식이 있는 공간으로 변신 중이며, 추사학당과 연계한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에게 예산의 스토리를 전달한다. 이는 단순한 건물 활용이 아니라 역사적 자산을 문화적 콘텐츠로 전환한 사례다.

 

 

또한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해 예산을 상징하는 굿즈, 소품, 의류 등을 제작·판매하며,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은 거점에서 더 큰 흐름으로

최재구 예산군수는 “민간 주도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지역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핵심 전략을 발굴,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도시의 재생은 단순히 벽을 칠하고 건물을 새로 짓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이 모이고, 이야기가 쌓이며, 주민이 주도하는 생태계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

 

예산군 원도심의 로컬 콘텐츠 실험은 그 가능성을 입증해 내고 있다. 비어가는 원도심 거리에서 시작된 이 변화가, 지방 소멸을 넘어 지방 부활의 이정표로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지방정부티비유=한승구 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