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예산 경험을 통해 살펴본 협치 예산의 방향과 원리

 

참여예산제도는 도입 당시 이념적이고 가치적인 것이었지만, 지금은 지방재정법상에 의무화된 법적제도라는 것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아무리 이 제도에 멋진 것을 실으려고 해도 이미 만들어진 5톤 트럭 위에 10톤, 100톤을 실을 수 없듯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노동시간이나 주말, 야간 근무를 줄일 수 없다면 참여할 수 있는 시민들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결국 주어진 조건에 의해서 구성될 수밖에 없다. 또 예산편성은 수많은 법제도에 의해서 촘촘히 짜인 기차시간표와 같아 민간에서 준비가 안 됐으니 멈춰달라고 해도 기차가 머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에서 예산제도에 개입한다는 것은 주어진 시간표에 맞춰서 준비도 잘게 쪼개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참여예산제도는 다른 어떤 제도보다 먼저 행정용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산이나 재정과 관련된 법 제도를 이해한다는 것은 게임을 할 때 게임용어를 익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참여예산제도를 계속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늘 시민참여라고 하는 자율성과 시민의 역량 강화를 동시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다른 참여 제도의 경우, 참여의 경험 자체가 역량을 숙성시키기도 하지만, 참여예산제도는 학습이라는 것이 불가피하게 병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민이 전문가가 되지 못하면 적어도 시민이 전문가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화된 기구가 필요하다. 이것은 참여예산제도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참여예산은 매년 평가를 통해 새롭게 변화됐으며, 이 같은 제도의 유연성이 서울시 참여예산제도의 장 점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제도 운영의 복잡성을 증대시켜 참여예산위원회의 위원들은 물론이고 지원협의회조차도 제도 운영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 가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이런 조건에서 참여 예산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라는 고민은 갑작스럽게 나온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2015년 7월 30일 지원협의회는 제도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어 8월에는 주민참여 예산제 운 영 자치구위원회 위원장, 자치구 예산팀장 등이 참석하는 시장 주재 집중 회의가 개최됐다. 


그 당시 지원협의회 차원에서 확인된 문제는 주요 단계 별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 위원공모 및 예산학교: 연임위원을 위한 별도 심화프 로그램이 부재하고, 예산학교 이수자들이 상시적으로 충 원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함  
② 사업제안 단계: 자치구 사업에 치중된 사업내용과 매년 반복되는 사업(하수관로 개선, CCTV 등)에 집중 ③ 사업심사 단계: 부서별 사전검토가 사실상 사전심사의 의미를 띠고, 타당성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현장 방 문과 제안자 설명이 축소됨 
④ 사후관리 단계: 기존 사업에 대한 평가가 신규사업에 대한 심사에 참고가 될 수 있는 피드백 체계가 마련되지 못함 


지원협의회 위원으로서 그동안 논의되었던 참여예산제도의 개선 방향을 각 단계별로 보면, <위원 공모 및 운영 단계>에서는 첫째, 정원화된 기존의 참여예산위원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250명 정원의 참여예산위원을 숫자 제한이 없는 참여예산위원 풀로 운영하여 예산학교 수료자는 모두 (가칭)참여예산시민회의로 포괄하도록 했다. 둘째,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금과 같은 사업선정에 집중된 분과체계 외에 참여단계별로 신청-추첨 방식의 ‘각 단계별 사업단’으로 전환하도록 제안했다.

 

<참여예산의 범위>에서 핵심은 500억 원 사업 선정에만 집중되는 한계를 넘어서 서울특별시 예산 전체에 대한 참여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참여 예산의 핵심을 전체 예산과정의 참여로 두고, 참여예산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민들의 사업제안 플랫폼을 만들어 사후 선정-반영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의 ‘부서별 예산 편성’에 반영하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참여예산 수준을 넘어서는 일반적인 재정운영 규정에 시민 참여를 정하고 시민들이 참여하여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사업공모 과정>에서는 시민 개인의 사업제안을 지양하 고 현재의 인기투표 방식의 선정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사업에 대한 숙의과정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를 위해 기존 사업제안 방식에서 탈피해 사업제안자가 해당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일정 기준의 시민 동의를 얻을 경우에만 사업제안이 성립하도록 하는 한편, 참여예산시민회의 는 이렇게 제안된 사업에 대한 사전 토론을 통해 부서별 예산 편성시 일정정도의 사업 목록을 제시하고 이를 부서-민간 간 협의를 통해 반영하도록 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제안했다.

 

<사업평가 과정>에서는 평가 결과가 다음 연도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산편성이 끝나는 11 월 이후에 평가단을 구성하여 부서별 협의를 통해 제안 한 사업 중 미반영 된 사업, 최종적으로 반영된 사업 등 과정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다음 해 재정전략회의에 제출하여 차년도 예산 편성의 근거자료로 활용하도록 제안했다. 


<시민역량 강화> 측면에서는 상시적인 참여예산학교의 운영과 단계적 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이를 운영하는 지원센터를 강화 확대하는 한편, 2년 임기제로 인해 경험이 유실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참여예산시민회의 풀을 운영해 임기를 없애고 예산학교를 통한 역량의 강화를 통해 좀 더 심화된 참여예산 과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참여예산제도의 변화는 단순히 참여예산제도 하나만 변화해서는 그 성과를 얻을 수 없는 구조다. 협치는 ‘함께 통치한다’는 뜻이고 그것의 본질은 권한 배분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재 행정에 집중되어 있는 책임 구조를 함께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참여예산제 역시 이런 협치의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은 기존 행정독점 예산편성의 낮은 효율성과 정당성을 예산의 최종 대상인 시민들이 편성에 참여함으로써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협치의 과정은 행정만이 혹인 민간만이 변화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양자가 함께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양자가 함께 변화 시키는 대상이 기존의 행정구조라는 점이다. 거버넌스, 협치가 기존의 행정구조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일회적이거나 시혜적인 형태를 벗어날 수밖 에 없다. 

 

즉 시민참여예산은 서울시가 양보해서 시민들에게 내놓은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이 위임했던 행정 권한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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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글


연결과 상생, 3도 3군 관광활성화 - 3도 3군, 협력으로 길을 열다 [월간 지방정부 특별 기획 좌담회]

참석자 이영애 지방정부 발행인 (진행자) 박범인 금산군수 황인홍 무주군수 정영철 영동군수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면서 마음이 설렜습니다. 이런 논의의 장이 자주 열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는 사례가 되기를 바라며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가나다 순으로 금산군수님부터 본인과 지역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범인 금산군수_안녕하십니까. 세계 인삼의 수도, 금산군수 박범인입니다.금산은 비단산과 금강이 감싸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고려인삼의 본고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생명의 고향 금산에서의 하루, 당신의 미래가 건강해집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치유 관광도시로 성장하고 있으며, 인삼을 활용한 웰니스 관광과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황인홍 무주군수_반갑습니다. 무주군수 황인홍입니다. 무주는 국립공원 덕유산과 적상산을 품고 있으며, 덕유산리조트, 반디랜드, 국립태권도원 등 자연과 스포츠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찾는 체류형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으며, 반딧불 축제, 산골영화제 등 무주만의 특색을 살린 행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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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노동시장 동향 안정 속에서 주요 국가별 차이 뚜렷 OECD가 2024년 1월 발표한 ‘Labour Market Situation’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OECD 회원국의 평균 고용률은 70.3%, 노동력 참여율(LFP)은 74%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 2005년과 2008년에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프랑스, 독일, 일본, 터키를 포함한 38개 회원국 중 13개국이 해당 지표에서 최고 기록을 경신하거나 그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고용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OECD 회원국 중 약 3분의 2가 평균 고용률인 70.3%를 초과했으며, 스위스, 네덜란드, 아이슬란드가 80% 이상의 고용률로 상위를 차지했다. 반면, 터키는 55.2%로 가장 낮은 고용률을 기록했으며, G7 국가 중에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평균 이하의 고용률을 보이며 주목받았다. 분기별 고용률 변화를 살펴보면, 15개국의 고용률은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12개국에서 고용률이 감소했고, 11개국에서는 증가했다. 이 중 룩셈부르크와 칠레는 고용률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코스타리카는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