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텔레비전에는 왜 노인들만 나오는가

출처 MBC

 

요즘 텔레비전에는 '노인들'만 출연한다고 불만을 표하는 청소년들의 대화가 널리 회자된 바 있다. 그들은 <놀면 뭐하니> 재방송을 보고 있었다. ‘언제 적 엄정화, 이효리냐’며 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효리, 비, 유재석의 ‘싹쓰리’로 재미를 본 제작진은 스핀오프 격으로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를 섭외해 ‘환불원정대’를 기획했다. 이들은 각각 ‘만옥’, ‘천옥’, ‘은비’, ‘실비’라는 이름의 ‘부캐’(副캐릭터)를 연기했다.

 

'부캐 열풍'이란 무엇인가?

부캐란 본캐(本캐릭터)와 대비되는 것으로 온라인 비디오게임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다. 가령 친구와 게임을 하고 싶은데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해 같은 서버에서 마주칠 수가 없다거나 할 때 계정을 새로 만들어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친구와 게임을 즐기는 식이다. 특히 오픈월드 MMORPG 게임의 경우 이를 계기로 본캐를 육성시켰던 일련의 과정과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플레이를 전개하게 된다. 기존의 캐릭터를 육성하던 과정에서 취했던 몇 가지 중요한 선택들에 변화를 주면서 전혀 새로운 스토리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점차 많은 사람이 그러한 ‘리셋’ 버튼을 현실 삶에서도 열망하게 된 것이다.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연기한 ‘유고스타’, ‘유산슬’, ‘유두래곤’이나 김신영의 ‘김다비’까지 대중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부캐릭터들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상류층 집단이 남는 시간을 활용한 유희 이상의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다만 이들을 보면서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을 자극받는데 대안적 삶을 제시할 모델이 부재한 탓에 시선을 과거로 돌리는 것이다.

 

지금 삶이 고달플 때 정상 사회에서는 으레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을 버틴다. 하지만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더 나빠지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우리는 과거를 돌아본다. 이제는 이미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새삼스럽고 지겨운 이른바 ‘복고 열풍’은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부캐 열풍’은 ‘복고 열풍’의 일 현상에 다름없다.

 

네가 왜 거기서 또 나와?

복고 열풍 이야기가 지치는 이유는 그 열풍의 열기가 십 년이 넘도록 꺼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행이 그토록 오래 지속되면 그것은 이미 유행이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 자체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다. 이제는 과거를 돌아보는 시선과 향수를 문제시할 것이 아니라 과거에 멈춰 있는 문화를 사고해야 한다. 미국의 문화철학자 프레드릭 제임슨이 예견했듯 지금은 과거의 복제, 패러디, 혼성모방만이 남은 것은 아닌가?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본격적으로 한국 대중문화가 과거의 유령에 의해 잠식되는 계기가 되었고 90년대 활동하던 가수들이 재조명받는가 하면 당시 톱스타였던 연예인들은 여전히 톱스타로서 방송가를 점령하고 있다. 20여 년 전 댄스곡들을 재구성한 노래가 차트를 석권하고 트로트 가수들이 전례 없는 전성기를 구가한다. 앞서 청소년들이 했다던 말대로, 텔레비전에 노인들만 나오며 노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만 나온다.

 

언제 적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이야?

‘언제 적 엄정화, 이효리냐’라는 질문은 ‘언제 적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이냐’라는 질문으로도 이어져야 할 터이다. 이를테면 유재석이 톱스타로 발돋움한 계기가 된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을 촬영할 당시 만 29세에 불과했는데 당시에는 느지막한 나이로 간주되었다. 현재 만 서른이 안 되는 코미디언이나 MC 등 방송인이 단독진행으로 지상파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간판이 된다고 상상하면 굉장히 어색하다. 영화계도 대동소이하다. 남자 주연배우는 여전히 한석규, 송강호, 이병헌 등 60년대에서 70년대 생이 독점하다시피 한다. 할리우드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더불어 필름 사진, LP판 등이 부활하고 과거의 기술적 한계로 말미암은 조야한 질감을 재연하는 저예산 영화나 뮤직비디오, 음악, 인디 게임 등이 인기를 끈다. 소위 ‘세기말 감성’의 대유행은 막연하나마 좋았던 시절로 학습했거나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일 테다.

 

텔레비전이 지겹다

텔레비전에는 '늙은이들'만 나오고 리메이크, 리마스터가 대중문화 시장을 잠식한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재활용뿐이며 미래에 대한 상상력은 고갈되어 있다. 영국의 문화비평가 마크 피셔는 이를 두고 ‘미래가 서서히 중단되고 있다’(slow cancellation of the future)고 표현했다.

 

한국의 트로트 대유행은 강한 구매력이 있는 중장년층 이상에 해당하는 이야기며, 이들에 비해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청년층에게는 먼 세계의 일일 따름이다. 급기야 <미스터트롯> 영화판마저 개봉하는 등 한국 문화산업이 소구하는 대상의 연령층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사실상 한국 문화는 영원한 답보에 빠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불임이다.

배너
배너

발행인의 글


"공직자 ‘권력’과 ‘봉사’는 같은 말...시민 목소리 늘 경청"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겸 인천광역시장]

인터뷰는 개헌 얘기가 강을 이루며 민주주의의 바다에 이르렀다. 난파당하지 않고 견고한 몸으로 정박한 목선 유정복은 강인했다. 아니 처절했다. 공직생활을 꿰뚫는 봉사 정신은 권력에 대한 ‘지론’이었고 시민 국민과의 대화로 몸에 밴 ‘낮은 눈높이’는 권력을 쓰는 ‘정도’로 설명됐다. 달변이 아니어서 ‘선동’에 능하지 않고 제스처는 화려하지 않아 ‘분신술’과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더 큰 권력은 ‘지방분권’ 실현이었고 인천광역시장으로서 진정한 권력은 ‘시민 배부른 행복’ 쟁취였다.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지방분권 ‘완전’ 정복은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루어질 것이다. 개헌으로 인사 재정 조직의 권한을 중앙에서 넘겨받고 헌법 전문에 지방자치 실시를 못 박아야만 전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전국에 메아리치는 지방자치 숙원민의가 가장 큰 원군이다. 인천의 성공 사례는 저평가된 것 같아 낯설다. 저출생을 뚫은 아이 플러스 드림 정책 시리즈나 부쩍 자란 지역경제는 전국구 모범사례다. 그러나 저출생 타개를 위해 인구 부처 신설안을 국회에 냈으나 ‘권력’에 막혀있다. 좋은 일

"산업 간 격차 해소 입법, 사회 통합의 정치 실현"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절실해진 시대, 그 해답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정치인이 있다. 바로 어기구 국회의원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을 아우르는 농해수위원장으로서 그는, 국민의 먹거리와 국토를 지키는 최전선에 서 있다. 하루에도 서너 건 이상의 민원과 간담회를 소화하며, 때로는 법안 발의로, 때로는 정부 부처를 설득하는 끈질긴 노력으로 지역과 나라를 동시에 돌보고 있다. 하지만 어 의원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성실함’만이 아니다. 경제 펀더멘탈 붕괴를 경고하며 지금의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해 ‘경제의 인공호흡’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정치권 안팎에 진중한 울림을 준다. 또한 사회 양극화 해소를 한국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지역균형 발전과 사회통합을 향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는 그는, 단순한 선심성 발언이 아니라 구조적 대안을 이야기하는 보기 드문 현실주의자다. 특히 고향 당진에서는 철강산업 보호, 농공단지 활성화, 해경 인재개발원 유치 등 지역 생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뛰고 있다. 작은 민생부터 거대한 국가 아젠다까지, 문제를 정확히 짚고 해법을 준비하는 사람. 지금 우리가 어기구를 주목해야

호주 노동委 “보육교사 등 50만명 임금 최대 35% 올려라”

호주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 FWC)는 여성 근로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직종에 대해 최대 35%의 임금 인상을 권고했다. 이 조치는 약 50만 명의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치며, 특히 유아교육, 사회복지, 보건 및 약사 등 전통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직군이 대상이다. 4월 발표되 이 권고는 단순한 임금 조정이 아닌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가 비교적 적은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나, 여성 중심 직종에서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2023년 기준, 호주의 성별 임금 격차는 13.3%였으며, 이는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연간 약 13,200 호주 달러(약 1,170만 원) 적은 수입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FWC는 이러한 구조적 격차가 여성 다수가 종사하는 돌봄·복지 직종의 사회적 가치가 임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성중립적 평가 대신 ‘성인지적 가치 평가’를 적용한 최초의 판결을 내렸다. 여성 중심 산업의 임금 인상 배경 이번 결정은 2022년 알바니지(Albanese) 정부가 도입한 ‘공정노동법(F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