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새누리당은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그것이 지속성, 일관성 있게 발전하며 정착되었다고는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얼마전 새누리당 여성협의회 1박 2일 워크숍에서 당시 몇몇 당대표 후보들, 여성 국회의원들과 함께 토론회를 하며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전달했다. 결의문은 양성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과 이를 위해 여성 관련 3대 아젠다(여성안전, 일·가정 양립, 여성 정치 확대)를 최고위원회의 주요 정책아젠다로 다루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여성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당헌 제6조 6항 2호의 여성 지역구 30% 공천 의무조항, 당헌 103조 2항 여성 우선추천지역 지정 등의 조항을 반드시 이행하고,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권 내 6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할 것을 요구했다.
본인도 시의원 경선 당시 초선에게 10%의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없었다면 시의원에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제도들이 없다면 여성이 정치에 진입하기는 어렵다. 공천을 받고도 낙선하는 것보다 아예 공천을 받지 못해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의원으로서 지도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여성이 정치에 좀 더 참여할 수 있게 당원당규상의 제도를 지켜달라는 것, 또 비례대표 여성의원을 확충시켜달라는 것이다. 남성과 똑같이 경쟁해서 살아남으라고 하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정치에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의 60%를 여성으로 공천할 것을 요구하자 당선권 내가 아닌 뒤 번호에 배정받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는 비례대표는 전원 여성을 줘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의 정치 참여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여성유권자가 50%고, 각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는 책임당원이 많이 있음에도, 또 많은 여성에 의해 표를 얻어 당선되었음에도 그만큼 여성들이 정치에 직접적인 결정을 할 만한 자리에 많이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 더 많은 여성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정치활동을 하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여성의원들이 많아진다면 지금보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진다는 것은 선진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자명한 일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단결과 협력도 필요하다. 일전에 한 여성 국회의원께서 차세대 여성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성끼리 자매처럼 단합하는 모습이 부족한 것 같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난다. 내가 기꺼이 다른 여성의 들러리가 되면 나중에 그 여성도 나의 들러리가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로 여성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들이 서로의 이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울타리와 끈끈함이 필요하다.
공무원시험이나 각종 고시에서 여성이 더 많이 합격하는 여초바람이 불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정치면에서는 그런 사례가 상당히 부족해 아쉬움이 크다. 진입장벽이 막혀있는 상태에서는 여성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정치에 참여해 제대로 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일이 필요한 이유다.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정치권에 진입하기만 한다면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있는 여성이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