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부도위험지표가 2년만에 최고 수준이 되었다.
시장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9월 29일 기준)은 82.43bp(1bp=0.01%p)로 집계됐다. 2013년 9월 2일(83.07bp)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수출과 내수 부진 등 대내 악재에다 중국 경제 우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임박, 신흥국 위기 등 대외 불안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가산 금리(프리미엄)가 붙는다. CDS 프리미엄 상승은 그만큼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중국 주식시장 폭락이 시작된 지난 7월 이후 상승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전격 평가절하한 8월 11일 부터는 상승세가 높아져 8월 24일에는 79.58bp를 기록했다.
한국 부도위험은 이후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는 듯 했지만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된 9월 17일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 곡선으로 돌아섰다.
전 세계 경제 불안의 축이 되고 있는 중국의 부도 위험도 2년 3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중국의 CDS프리미엄은 135.31bp까지 올라 2013년 6월 25일(138.61bp) 이후 가장 높았다. 중국 경기 부진에 브라질,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부도위험도 금융위기로 휘청거린 2008~2009년 이후 최고조로 올랐다.
대한민국 대표기업들의 위험지표도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CDS 프리미엄은 77.98bp까지 올라 2013년 6월 13일(84.22bp)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2분기 영업이익(6조9000억원)이 시장 기대치와 작년 동기 실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108.93bp), LG전자(118.49bp), SK하이닉스(352.27bp) 등 대기업 부도 위험도 1~2년만에 최고수준으로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금융시장의 동반 불안은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세계 경기 불안은 한국 경기에 큰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GDP 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7월 전망치에서는 0.2%p, 4월 전망치보다는 0.4%p 내려간 것이다.
이처럼 하향 조정한 원인으로는 중국 및 신흥국들의 성장 우려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IMF는 중국의 경기 둔화세와 이에 따른 원자재(상품) 가격 하락이 중국에 대한 대외 의존도와 원자재 수출량이 많은 신흥국들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올해 신흥국들의 경제성장률 역시 7월 전망보다 0.2%p 하락한 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내년도 경제 성장 전망 역시 지난 7월 3.8%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둔화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낮은 생산성, 공공과 개인의 부채 증가, 노령화, 투자 의욕 저하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고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내년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내놨지만 절반 확률로 3%를 하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경제에 대한 위기감 역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 유출 위험은 줄어들었지만, 환율과 증시,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수치가 모두 악화되고 있다.
올해 말레이시아의 링깃화는 아시아 국가 통화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졌다. 지난 5일 기준 올해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25%나 하락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17%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