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200㎞ 꿈의 열차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열차가 현실에 등장했다. 바로 진공 상태의 터널 안을 달리는 ‘하이퍼루프’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진공관을 연결하고 자기력을 이용해 차량을 전광석화의 속도로 이동시킨다. 버스 크기의 차량에 28~30명 정도 탑승할 수 있다. 자가 발전시스템을 장착해 운행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100%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이퍼루프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인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비행기보다더 빠른 시속 1,200㎞의 열차 ‘하이퍼루프’ 아이디어를 냈다. 일론 머스크의 생각은 헛된 꿈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난해 5월엔 하이퍼루프 첫 주행이 성공하면서 꿈이 현실이 됐다.
진공상태의 터널 안을 달리는 기차에 대한 아이디어는 100년 전 소설에 첫 등장한 후로 1980년대 들어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크고 무거운 자기부상열차를 상상하며 설계한 탓에 현실성에 맞지 않아 중단될 수밖에없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이런 상황을 깨뜨렸다. 규모를 버스 한 대 정도의 크기로 대폭 줄이는 시스템을 제안하면서부터다. 건설 규모가 작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이때부터 하이퍼루프 개발에 세계여러 회사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하이퍼루프 연구는 누가 먼저?
하이퍼루프 첫 주행을 성공시킨 하이퍼루프원은 하이퍼루프 실용화를 앞당기고 있는 회사 가운데 하나다. 하이퍼루프원은 2017년 5월12일 미 네바다 사막에서 하이퍼루프 첫 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지름 3m, 길이 500m 터널을진공상태로 만든 뒤 차량을 자기력으로 띄웠다. 공개영상에 따르면 최고 시속은 약 103㎞였다. 진공 상태에서는 공기저항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달릴 수 있다.국내에서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자기부상 기술과 진공압출 기술을 융합해 2016년에 한국형 하이퍼루프 ‘하이퍼튜브’를 개발했다. 하이퍼튜브 원리는 튜브 속 기압을 0.1 기압 이하로 낮춰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진공에 가까운아진공 튜브 속을 최고 시속 1,000㎞ 이상의 속도로 달리게 하는 기술이다.
한국형 하이퍼루프가 시속 1,200㎞까지 주행 목표가 달성되면 KTX보다 4배, 비행기보다 약 1.5배가량 빠른 차세대교통수단이 될 것이다.하이퍼루프와 같은 개념의 초고속 열차 시스템 하이퍼튜브 연구는 일론 머스크가 하이퍼루프 아이디어를 내기 3년
전부터 시작됐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010년 시속 700㎞로 하이퍼튜브를 주행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하이퍼루프 기술에서 한국이 앞서 나간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이퍼루프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관건은 하이퍼루프가 통과할 진공터널이다. 현재 하이퍼루프 개발 업체 상당수가 철제 소재의 진공 튜브를 개발 중이다.철제가 공기를 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철제로 터널을 건설하는 경우 자기부상열차 운행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철제가 아닌 콘크리트 튜브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하이퍼튜브 지름은 3~4m로 고속철도 KTX보다 건설 비용이 저렴하다. KTX 건설비의 70% 이상이 토목공사 비용이기 때문이다. 하이퍼튜브는 KTX에 비해 열차 크기가 작고 무게도 절반인 만큼 공사비용이 줄어든다. 서울·부산 400㎞ 구간에 하이퍼튜브를 설치하면 20분 안에 주파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아니라 30분 생활권이 가능해진다.서울에서 아침 먹고 점심 전에 부산 출장을 다녀오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가 뉴욕과 필라델피아~볼티모어~워싱턴을 연결하는 하이퍼루프 건설 관련 허가를 얻었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고, 최근 두바이 정부가 2021년까지 두바이에서 아부다비 구간에 하이퍼루프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현재 세계는 하이퍼루프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제5세대 교통수단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