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가 세운지구 개발을 다시 본궤도에 올리고 있다. 종묘에서 퇴계로를 거쳐 남산으로 이어지는 도심 남북축을 되살리고, 오랫동안 끊겨 있던 녹지와 보행의 맥락을 회복해 서울 중심부의 공간 구조를 다시 세우는 사업이다.
시는 종묘~퇴계로 일대 구도심에 녹지 공간을 확충하고, 업무와 주거, 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도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노후 건축물을 정비하는 차원을 넘어, 서울 도심을 사람과 자연, 역사와 일상이 함께 숨 쉬는 녹지생태도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적 구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시의 흐름을 다시 잇다
세운지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 도심의 대표적 단절 구간이기 때문이다. 세운상가군은 산업화 시대 서울의 압축 성장을 상징하는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종묘와 남산 사이를 가로막는 물리적 장벽이기도 했다. 그 결과 보행 동선은 끊기고 녹지의 연속성도 약화됐다.
서울시는 세운지구를 단순한 노후 상가 정비 대상이 아니라, 막혀 있던 도심의 맥락을 회복할 핵심 지점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의 본질은 건물을 더 세우는 데 있지 않다. 서울 도심이 본래 지녀야 할 연결성과 개방성을 되찾는 데 있다. 아울러 답답한 도심 속에서 시민이 쉴 수 있는 녹지생태숲을 조성하는게 목적이다.
녹지와 보행의 축을 복원
세운지구 개발의 핵심은 남북 녹지축 조성이다. 서울시는 이미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서울 중심부 녹지의 기반을 다져 왔다. 이제 세운지구를 통해 그 축을 남산까지 넓혀 가려는 것이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북한산에서 창경궁과 종묘, 남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중심 녹지의 큰 줄기가 살아나고, 청계천의 동서축과도 맞물리며 도심의 보행 네트워크는 한층 촘촘해진다. 이는 공원 하나를 더하는 개발이 아니라, 서울 도심 전
체를 사람 중심의 구조로 다시 짜는 작업에 가깝다.
비워서 만드는 녹지와 열린 공간
사업 방식도 기존 재개발과는 결이 다르다. 서울시는 저층부를 가득 채우기보다 비워 녹지와 열린 공간을 확보하고, 대신 높이와 밀도를 조정하는 구조를 유도하고 있다. 더 많이 짓기 위한 개발이 아니라, 더 넓게 열어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개발인 셈이다. 이렇게 확보된 공간은 공원과 광장, 보행 공간으로 이어지고, 저층부 상권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도심의 체류성과 활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도심 한복판에서 부족했던 여유를 회복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방감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세운지구 개발은 기존 정비사업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멈췄던 동력을 되살리다
세운지구 개발, 그중에서도 세운4구역의 추진을 가로막았던 핵심 요인은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겪어야 했던 행정적 불확실성이었다. 세운4구역은 국가유산 보호구역 경계로부터 100m 밖에 위치하여 본래 법적 규제 범위에 해당하지 않으나, 오랫동안 불필요한 높이 조정 등을 겪으며 사업 동력이 크게 위축되어 왔다.
그러나 2025년 11월 대법원 판결을 통해 세운4구역 등 보호구역 외곽 지역이 국가유산청의 규제 대상이 아님이 명확히 확인되었다. 이 판결로 오랜 기간 사업을 짓눌렀던 행정적 걸림돌이 제거됨에 따라, 세운지구 주민들의 자발적인 제안과 적법한 절차를 바탕으로 세운지구의 정비 사업은 비로소 새로운 추진 동력을 얻게 되었다.
세운지구 개발은 보존과 개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사업이 아니다. 역사성을 존중하면서도 노후화된 공간을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리고, 끊어진 도심 구조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종묘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정체된 주변 환경이 아니라, 걷기 좋은 녹지축과 열린 공간, 정돈된 도심 환경일 수 있다는 인식이 이 사업의 바탕에 있다.
더 나아가 세운지구는 개발이익을 공공기여와 도시기반 확충으로 연결하면서 공공성과 사업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결국 이 사업의 목적은 더 높고 조밀한 도시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더 쾌적하고, 더 걷기 좋고,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도심을 만드는 데 있다. 세운지구는 서울 도심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재편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전환점이다.
| PS 지금 이 도시는 세운지구를 둘러싼 논쟁은 보존과 개발의 대립을 넘어 도심의 미래 가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다만 최근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은 되살아난 사업 동력을 다시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서울시는 규제 범위의 불명확성과 중복 영향 평가가 과잉 규제와 실무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세운지구의 정상 추진은 무엇을 지킬 것인가와 함께, 불필요한 행정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시민과 사업자에게 일관되고, 분명한 신뢰를 주는 데 달려 있다. |
[지방정부티비유=한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