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연재는 퇴직을 겁주기 위한 기획이 아니다. 경력을 잃지 않기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묻기 위한 연재다. 1월호에서 우리는 ‘정년 이후’를 이야기했다. 2월호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경력은 퇴직과 함께 사라지는가? 아니면,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사라지는가? 이 질문에 답하고 싶은 공무원이라면 지금부터 읽어야 한다. 이 글은 퇴직자를 위한 글이 아니다. 곧 퇴직할 사람, 언젠가 퇴직할 사람, 그리고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공무원을 위한 글이다.
1.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쓸 수 없어서 멈췄다
“과장까지 했는데, 이력서에 쓸 말이 없었습니다” 기초자치단체 행정직 과장으로 정년 퇴직한 A씨(61). 예산, 인사, 의회 대응까지 두루 경험한 베테랑이었다. 그러나 퇴직 후 이력서를 쓰다 손을 멈췄다. 30년 경력을 한 줄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행정 총괄이라고 쓰자니 너무 추상적이고, 구체적으로 쓰자니 민간에서 는 안 통하더라고요.”
경력이 사라진 이유 ▶ 경험이 없는 게 아니라,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
2. 연금은 남았지만, 역할은 사라졌다
“돈보다 힘든 건 내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사람이 된 느낌이었어요.” B씨(62)는 퇴직 전까지 “연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생활비는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시간과 역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도 갈 곳이 없었고, 회의도, 민원도, 결정도 사라졌다.
경력이 사라진 이유 ▶ 직업을 잃은 게 아니라, 역할을 잃었기 때문
3. 공직의 성과는 밖에서 증명이 되지 않는다
정책기획 업무를 오래 담당했던 C씨(59). 보고서만 수백 건이었다. 그러나 퇴직 후 돌아온 질문은 늘 같았다. “구체적으로 매출이나 성과를 만든 경험이 있나요?” 공직에서의 정책 성과는 수치로 설명되지 않았고, 민간 기준에서는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경력이 사라진 이유 ▶ 성과가 없는 게 아니라, 증명 방식이 달랐기 때문
4. 관리 경험은 있었지만, 관리 ‘언어’는 없었다
부서 운영과 조직 관리를 맡아왔던 D씨(60). 갈등 조정, 인력 배치, 내부 소통이 주 역할이었다. 그러나 퇴직 후 이런 말을 들었다. “관리만 하셨지, 기술은 없으시네요.”
경력이 사라진 이유 ▶ 관리 경험이 아니라, 관리 언어가 없었기 때문
5. 직위가 빠지자, 경력도 함께 빠졌다
각종 위원회와 TF에서 활동했던 F씨(61). 퇴직과 동시에 모든 명단에서 빠졌다. “제가 못해서가 아니라, 현직이 아니라서 필요 없어진 거더군요.”
경력이 사라진 이유 ▶ 개인 역량이 아니라, 직위에 붙어 있던 경력이었기 때문
6. 준비는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퇴직 전 여러 자격증을 취득한 H씨(59). 그러나 퇴직 후 현실은 냉정했다. “자격증은 있는데, 왜 이 일을 제가 해야 하는지 설명이 안 됐어요.”
경력이 사라진 이유 ▶ 개인 역량이 아니라, 직위에 붙어 있던 경력이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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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사례들이 던지는 하나의 질문
당신의 경력은 ‘당신의 것’입니까, 아니면 ‘직위에 딸린것’이었습니까?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퇴직 이후 경력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사라진다. 경력은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퇴직과 동시에 증발하지도 않는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경력은 퇴직과 함께 ‘쓸 수 없게’ 된다. |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