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다음 달(9월)부터 카카오톡의 ‘친구’ 탭을 콘텐츠 피드형 UI로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메신저에서 생활 공유의 공간으로
기존에는 친구 목록이 단순히 가나다순 전화번호부처럼 나열되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진·영상 등 친구들의 일상이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메인 화면을 채우는 방식으로 바뀐다. 출시 15년 만에 이뤄지는 최대 규모의 변신이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디자인 변화가 아니라, 카카오톡이 메신저 중심 플랫폼에서 콘텐츠 소비 중심 플랫폼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변화를 “친구 탭을 생활 공유의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 소통 기능에 머물러 있던 카카오톡을 광고와 커머스를 결합한 콘텐츠 허브로 확장하려는 포석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대화 외에도 카톡 안에서 머무는 시간을 확대하고, 피드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거나 브랜드 콘텐츠 노출을 유도함으로써 광고 수익 모델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이용자의 관심사와 반응 데이터를 축적해 카카오 생태계 전반의 AI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다.

이용자들의 엇갈린 반응, "메신저는 메신저다워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벌써부터 “메신저는 대화만 하면 된다”, “굳이 인스타그램을 흉내낼 필요가 있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친구 관계의 특수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인스타그램은 ‘팔로우’를 기반으로 원치 않는 사람은 차단하거나 언팔로우할 수 있다. 반면 카톡은 직장 동료, 거래처, 학교 지인 등 넓고 다양한 관계가 그대로 친구 탭에 저장되어 있어, 이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도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카톡의 인스타그램화’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길 수 있다”며 “이용자들이 카톡을 이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메신저 기능이지 일상을 공유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 구도 조성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를 카카오가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정면 승부를 선언한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메신저 시장은 이미 장악했지만, 콘텐츠 소비 영역에서는 밀려 있었던 카카오톡이 시장 확대를 시도한 셈이다. 다만 메신저 본연의 정체성 훼손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는 9월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 ‘if Kakao’에서 구체적 개편안을 공개한다. 이후 사용자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가다듬을 예정이다.
[티비유=한승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