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공직에 의미 있는 마침표 같은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정년퇴직을 앞둔 면장이 첫 시집을 내 화제다. 경남 의령군 이광두 낙서면 면장이 자신의 첫 번째 시집 ‘비누’를 내고 소감을 묻는 월간 지방정부에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소감 한마디가 이어진다. “시골 정서를 통해 각박한 세상을 위로하고 싶었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말하고도 싶었습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2004년 계간 ‘문예한국’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 면장은 무려 20년 만에 자신의 첫 시집을 냈다.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자연 묘사와 농촌현실, 가족 서사를 관심과 관조의 시간을 가지고 표현했다. 72편의 시에 ‘가족', '고향', '삶', '풀과 나무'라는 주제가 생동감 있게 담겨 있다.
특히 시집 제목이기도 한 시 ‘비누’는 자기 몸이 다 녹아 없어질 때까지 몸을 소진하는 어머니의 희생을 형상화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광규 시인은 시집 해설을 통해 “이광두 시인의 시는 사물과 사건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비유적 묘사, 서정적이면서 내밀한 사유가 빛난다”고 평가했다.
월간 지방정부는 11월 6일 전화롤 그를 만났다.
월간 지방정부_ 첫 시집이지만 시는 계속 써오셨죠?
이광두_ 네, 그동안 동인지 등에 꾸준히 발표했습니다. 주로 자연, 농촌 생활에 관련된 게 많았고 저 자신과 가족에 관련된 것도 서정적으로 많이 썼습니다.
월간 지방정부_ 시집 표제작인 ‘비누’가 인상적입니다.
이광두_ 지금은 안 계신 어머니 희생을 그린 겁니다. 비누가 다 닳고 녹아 없어지둣이 자식에 희생하면서 제 몸을 다 녹이는 그런 끝없는 헌신을 형상화했습니다. 더 나아가 누구나 다 늙고 병들어 가지만 이 사회에 더욱 봉사하고 더 배려심 있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간절함도 있습니다.
월간 지방정부_ 공직에 오래 계셨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는지요?
이광두_ 내년 1년 동안 공로연수입니다. 사회적응 기간이고 내년 말 퇴직이죠. 공직 34년을 보내면서 즐겁고 기뻤던 일,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만 그래도 꼽을만한 일은 제가 축제를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입니다. 이 곳 낙서면 오기 전 면장으로 있던 저장면이 댑싸리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올해도 20만명이 넘게 방문해 성공한 축제로 자리매김해 뿌듯합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면서 3년째 잘 치러지고 있으니 정말 기쁩니다.
월간 지방정부_ 젊은 공무원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이광두_ 힘든 점이 많지만 그래도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봉사의 마음을 갖고 일했으면 합니다. 국민 여러분도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일꾼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낸 돈으로 먹고사는 월급쟁이로 취급해 마구 대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월간 지방정부_ 퇴직 후에도 시는 계속 쓰시겠죠?
이광두_ 물론입니다. 오히려 시간이 많아 더 많이 쓰려고 합니다. 서정적으로 농촌의 일상과 행복, 자연을 통한 인간 내면 성찰 등 꾸준히 다룰 겁니다.
‘면장 이광두’는 비누처럼 세월에 닳고 녹아 기억에서 없어지겠지만 ‘시인 이광두’는 그 비누의 희생으로 오래오래 의령에 남을 것이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