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읍 “들꽃길”을 걷다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면서 고독감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위로•힐링•도움이 필요한 때다 기자는 오랜 추석 연휴 다음날인 23일(목요일) ’집콕‘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관광명소로 알려진, 홍성읍에 있는 ‘들꽃길’을 찾았다. 이 길은 홍성군이 지정한 15개 ‘홍주성 천년여행길’ 중 유일하게 숲과 들꽃이 있는 ‘홍주향교’~‘홍주의사총 (洪州義士冢)’ (8.4km) 코스에 포함된 2km 구간이다. 홍주성 천년 여행길의 유래를 보면 1012년 현재의 홍성지역에 ‘홍주’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홍주성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홍성군이라는 지역명은 1914년에 붙여졌다. ‘들꽃길’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정부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어 2015년 말 조성이 완료됐다. 사유지이지만 소유주가 무료로 개방을 하고 있고 일부는 홍성군이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들꽃길에는 구절초, 꽃무릇, 층꽃, 두메부추, 벌개미취 등 약 100여 종의 들꽃이 살아가고 있다. 이곳을 수탁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 홍주 들꽃사랑 연구회‘ 김용태 대표이사는 이름있는 꽃은 그래도 복받은 것이고, 이름 없는 야생화가 더 많다고 한다. 양생화 식물도감을 보면 명칭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름이 없어도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해마다 꽃을 피워주는 것만으로 고맙고 의미있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꽃무릇 (일명 ‘상사화’)은 잎이 떨어져야 꽃을 피운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자연섭리는 두 사람의 못다 핀 애달픈 사랑을 뜻한다고 한다. 이름 없는 꽃들도 나태주의 시 ’풀꽃‘처럼 가까이 보니 소박하고 단아해서 정겹다. 층층이 피어 군집을 이룬 층꽃은 가을바람 따라 고개를 살짝 숙이며 멀리서 온 나그네에게 인사를 했다. 꺾어가는 이도 없고 특별히 보살피지 않아도 꽃을 피우고 번식한다. 돈으로 거래되는 화려한 꽃처럼 뽐내지 않는다.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약재로 쓰이고 술로도 담그니 유용한 식물이다. 들꽃은 인간으로부터 덜 주목받기에 하나님이 키워 주신다.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값없는 들꽃은 하나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 (유안진, ’들꽃 언덕‘)

 

기자가 이곳을 찾은 때가 평일 낮이라서 그런지 주로 장년층과 노년층 사람들이 이따금 삼삼오오 걷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약 3만 명이 이 길을 찾았고 이번 추석연휴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들꽃길은 마을과 가까이 있어서 가치가 크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도시의 녹지대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반면에 생활권 도시숲 비율은 오히려 크게 낮다. 즉, 공원을 가려면 도심에서 멀리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태 대표이사와 세 가지 개선 의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의제는 기자가, 나머지 하나는 김대표가 제시했다. 첫째는 기자가 홍성군 문화관광과 직원이가르쳐 준 주소에 도착했는데 막다른 골목이어서 난감했던 이야기다. 주변을 자세히 돌아보니 풀숲 앞에 “들꽃사랑방”이라는 1m 높이의 아주 작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양해를 얻어 교회 마당에 주차를 했다. 홍주의사총 앞에는 방문객 주차장이 있다고 하니, 대로변에 설치된 ’홍주의사총‘이라는 안내표지에 ’들꽃사랑방 (수탁운영단체 사무실)‘이나 ’천년들꽃길‘이라는 말을 덧붙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두 번째는 ’들꽃사랑방‘에는 꽃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 길을 걷는 손님들의 허기를 달랠 수 있도록 약과, 찹쌀떡, 마카롱, 유기농 빵 같은 간식을 판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기자도 배가 몹시 고팠었다). 세 번째 의제는 김대표의 홍성군에 대한 건의사항이었다.

 

현재 정자가 하나밖에 없어 가족이나 그룹 단위로 모여앉아 쉴 곳이 부족해 한두 개 더 설치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 세 가지 사안의 해결을 위한 충남도와 홍성군의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취재를 마치고 추억의 오솔길을 밟고 가다가 1905년 을사늑약에 항거하다 산화한 900여 명의 이름 없는 의병을 기리는 ’홍주의병기념탑‘ 앞에서 묵념을 했다. 하늘은 유난히 맑고 높으며 산들바람이 가볍게 귓전을 스치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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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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