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교수, 행정전문가와 함께 보다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나타난 이슈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시간은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지역갈등을 알아보고 상생과 발전을 위한 대안을 논하기 위해 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임해규 경기연구원장,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가 함께했다.
장소 | 《월간 지방자치》 사무실 대담 | 이영애 《월간 지방자치》 편집인 정리 | 황진아 기자 사진 | 오진희 기자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지역과 중앙, 지역과 지역의 갈등이 많은데요. 지역의 갈등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김순은(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_ 사실 저는 갈등은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우리도 이 과정을 거칠 때가 되었다고 봐요. 예전에 우리나라는 지방이나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못했었잖아요.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그동안 못했던 소리를 내는 과정인 거죠. 그래서 저는 한 세대만 지나면 갈등은 상당히 적어질 것 같아요. 성숙 효과라고 하는데, 서로 싸워보니까 ‘서로 손해만 보는구나’, ‘아, 이럴때는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하는 방법들이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는거죠. 너무 갈등을 확대하기 보다는 이런 기회에 대화하는 기술이나 입장을 이해하는 훈련을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이나 주민 간의 갈등이 많은 것은 사실인데 이게 우리가 당연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고 다만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갈등의 기간을 단축하는 지혜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이영애_ 같은 당의 후보끼리 싸우다 두 후보가 모두 낙선하는 경우에 얻은 경험을 예로 들어도 되겠네요.
김순은_ 예를 들면 그렇겠죠. 지역 간의 가장 큰 갈등은 지역발전을 두고 관련된 것입니다. 중앙정부의 새로운 사업을 따거나 님비나 핌피 시설을 서로 밀어내거나 유치하기 위해 갈등하죠. 또 이기심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 있는데, 경제구역 조정이라는 게 있습니다. 관악구의 경우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한 개 동은 동작구, 나머지는 관악구로 가 있어요. 정말 불편한 것이 많은데도 주민들이 동의를 안 해서 조정이 안 됩니다. 중앙과 지방 간의 갈등이라면 역시 재정 문제겠죠.
임해규(경기연구원장)_ 통계를 보면 지난 20여년 동안 행정과 주민 사이의 갈등이 연평균 5개 정도 생겨나더군요. 일례로 경기도 내 10여 개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광역화장장을 만들자고 합의해서 화성시에 세워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입지가 화성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고 수원시에 가까워서 수원시 주민들이 반대를 하는 거예요. 화장장이 들어서면 화성시 주민에게는 편의가 제공되지만 수원시는 아무것도 없고 불편함만 생기거든요. 또 안양시에 있는 교도소를 의왕시로 옮기는 문제 때문에 의왕시 주민이 반대했는데, 교도소나 화장장 모두 흔히 말하는 주민 기피시설이죠. 요즘은 행정이 기피시설과 혐오시설을 유치하는 대신 보상을 해주겠다고 해서 유치신청을 받습니다. 부안 방폐장도 그런 경우인데, 오히려 부안방폐장은 가까이 있는 분들은 찬성하고 부안군 전체는 반대를 했습니다. 이런 것은 갈등 조정이 안 된 대표적인 실패 사례인데, 행정이 갈등 예방부터 해결까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정교하고 민주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습니다.
전형준(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_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20~30년을 보면 갈등이 꾸준히 발생하는 데 다른 점이 뭐냐면 점점 장기화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발생건수는 일정한데 해결이 안돼서 누적건수는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일단 갈등이 발생하면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제가 방금 말씀하신 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과 관련된 민관협의회 사회를 봤었어요. 경기도가 주관해서 화성시, 수원시 주민대표가 참석해서 대화로 풀어보자고 한 겁니다. 그런데 사실 종합장사시설의 경우 과거 언론에서 굉장히 모범적인 사례로 보도 됐습니다. 한 곳 한 곳 추진하다가 안 된 것을 종합적으로 해서 입지를 최소화했고, 그 전에는 관에서 정해 놓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던 것을 공모방식으로 해서 화성시 숙곡리라는 지역이 선정된 거죠. 그때까지는 수원에서 반발이 있을지 몰랐던 건데, 수원 지역주민에게 언론에서 조명을 받은 사업인데, 왜 그때는 반대를 안 하고 지금 와서 반대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 지역이랑 그렇게 가까운지 몰랐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숙곡리와 수원시가 1.7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수원시 주민들은 가깝다 하고, 화성시는 그 정도면 산 2개를 건너는 거리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정말 모든 곳에 다 갈등이 있네요. 세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공직에서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는 정책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인재(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_ 갈등이 참 많습니다. 요즘은 교과서도 갈등이고 님비, 핌피시설 갈등은 너무 많고요. 왜 갈등이 생기는가를 고민을 해봐야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갈등의 원인은 대개 2가지인 것 같아요. 우선 첫 번째는 인식 또는 가치관의 차이, 두 번째는 이기심에서 발로되는 이해관계의 차이입니다.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사실 그 전까지우리가 폐쇄사회에서 살았지만 이제 사회가 다양해지는 것이 학습되고 있습니다. 가치도 다양해지고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융통성 있는 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기심에서 나오는 이해관계의 차이는 님비, 핌피가 전형적인 것인데, 무역 이론에서처럼 나에게는 우선순위나 선호도가 낮지만 저쪽에서 원하는 것은 서로 주고받으면 서로에게 이득이 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대화하고 진지하게 협상하면 갈등이 원활하게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영애_ 그렇겠네요. 갈등의 원인이나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김순은_ 저는 무슨 강의든 처음 들어가면 학생들에게 학문의 최종 목표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결국 사람인거 같아요. 사람의 이해에 관한 것이거든요. 인간의 본성은 참 복잡한데, 수천년의 역사를 종합하면 역시 인간은 이기적인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그거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죠. 그리고 인류 역사를 보면 엄청나게 저항하는 나라일수록 민주주의가 빨리 됐어요. 많이 싸워본 나라들이 갈등 문제도 빨리 해결하는 거죠. 저는 정치라는 게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국민들이 갈등이 너무 심하다면 국회가, 지방의회가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정치가 갈등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역구 이익이 걸려 있으면 의원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무마하고 그러지 않고 오히려 거기에 앞장서잖아요.
임해규_ 정치가 하는 일이 이해대변이죠. 그런데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표출되고 어떤 식으로 해결되는가를 분석해 보면 현재 대통령령으로 되어 있는 갈등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경기도에도 갈등관리 조례가 있고, 경기도 산하 시군에도 10개 쯤 되는 갈등관리 조례가 있어요. 갈등이 하도 많으니까 갈등을 해결해보자고 해서 집행부가 안을 내고 통과시킨 거죠. 제도적으로도 갈등을 풀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거든요. 보통 갈등 관리를 잘하는 곳을 보면 갈등이 생기면 갈등과 관련된 정책위원회에 반대하는 사람을 꼭 포함시켜요. 이것이 성공의 첫걸음입니다. 이걸 못하면 문제를 못 풀어요.
이영애_ 반대하는 사람을 배척하지 말고 안고 가자는 거네요.
임해규_ 보통은 그 사람들을 잘 안 데려오려고 해요. 들어와도 그 사람이 내놓는 안을 보통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까지 해결방안의 하나로 생각하는 위원회는 성공합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유력한 하나의 안으로 받아들여야 할 마음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타협이 가능하죠. 결국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말입니다. 또 갈등이라는 것은 늘 예견돼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제정할 때도 갈등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예방차원에서 공모사업을 진행합니다. 내가 스스로 하겠다고 결정하면 아무래도 갈등이 적잖아요.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설계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시설을 설치하거나 할 때, 이 일이 미칠 영향의 범위를 숨기면 안 돼요. 간혹 행정은 얻을 이익은 확대하고 손해는 축소하는데, 그럴수록 불신이 생깁니다. 이해 관계자들에게 예상되는 피해는 무엇이고 그것을 상쇄할 보상은 어떻게 하겠다고 모두공개해야죠.
전형준_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갈등의 원인은 이해관계의 차이라는 게 공공갈등 연구의 핵심입니다. ‘입장’과 ‘이해관계’를 분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입장은 화장장 건립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이라 입장만 놓고 보면 타협의 여지가 없죠. 이 사람들을 모아두면 서로 상대방을 설득하려고만 하고 듣지를 않아요. 그런데 입장을 구분해서 왜 건립하려고 하는지, 왜 건립하면 안 되는지 등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양쪽 모두에게 맞출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김순은_ 옛날에는 시대적 소명이 있었잖아요. 그때의 행정은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성과를 이뤄내야 하니까 갈등이 있어도 누르고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 거예요. 제가 대학원 다닐 때는 ‘시민 참여’ 이런 게 아예 없었어요. 무조건 행정효율, 어떻게 빨리 성과를 내느냐를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관계자들 불러서듣고, 합리적으로 계획짜야지 밀어붙이기만 하면 안된다고 가르칩니다.
이인재_ 맞습니다. 지금은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많고 섬세하게 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 디자인할 때부터 아주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하는데요. 혼자 하기는 어려우니까 집단지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일 중요한 일은 절대 혼자하지 말고 팀이 함께하도록 합니다. 그러면 실무자부터 팀장, 국장까지 한가지 이슈에 4~5명이 있는데 그 직급에 맞는 적절한 정보가 있어요. 이런 정보가 모이면서 더 정교해지는 거죠. 위험 요인도 없앨 수 있고요. 또 같이 논의해서 결정하면 처음에는 반대하다가도 의견일치가 되고 나중에 집행할 때 수용성이 높아집니다.
임해규_ 제가 시의원을 3선하면서 온갖 일을 다 겪었습니다. 사실 갈등의 대부분은 공공기관과 생기는 갈등이잖아요. 사적인 것들은 민사로 해결하면 되고 결국은 공공갈등인데, 그 해결의 주도권은 공무원이 가지고 있습니다. 의원은 대변자에 불과하고 결국은 행정이 하는 거죠. 저는 갈등을 조정하는 단체장 직속의 갈등조정관 직위가 제도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의회는 옴부즈만이라고 있지만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 어느 정도 직급이 있는 조정관을 두고 일을 설계할 때부터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김순은_ 사실 자기 이야기하는 건 쉬워도 듣는 건 힘들어요. 우리도 자기 이야기는 잘 하지만 들으라고 하면 잘 안 들어요. 공무원도 마찬가지인데 제가 공무원 되려는 학생들에게 제일 듣기 싫은 이야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아무 말도 하지 말고 10시간만 들어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문제의 반은 해결할 수 있거든요. 사람이 기분 나쁘다가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있다고 느끼면 기분도 좋아지고, 그러면서 타협의 여지가 생기니까요.
전형준_ 정말 중요한 말씀이세요. 특히나 갈등상황에서는 듣는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요. 주민들은 자기가 이것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서러운지를 계속 이야기하세요. 제가 예전에 갈등조정회의를 하는데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를 하시던 분도 자기가 하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 가지고, 변화가 생기니까 그 다음부터는 정말 해야 할 이야기를 하시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임해규_ 결국은 갈등을 해결해야 될 주체가 있거든요. 지금은 행정이 갈등의 유발자인 경우가 많은데, 공공의 일이 개인을 침해하기 때문에 벌어집니다. 그 갈등을 풀 사람이 누구냐를 아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공공이 그 책임으로부터 도망가려고 하면 안 돼요. 공공을 위해서 하는 일도 그 주변에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 되도록 억울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이영애_ 그런데 그게 쉽지 않죠. 외국에서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한데요.
김순은_ 영어에 코디네이션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미국에는 코디네이터라는 직위가 많습니다. 늘 조정하는 사람이 있어서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 다른 이견을 조정하는 거죠.
이인재_ 프랑스에는 공공토론위원회가 있는데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천성산 도롱뇽이라고 이슈였던 경부고속철도 문제나 부안에서 유치하려고 하다가 경주에 유치된 방사선폐기물 처리장처럼 큰 문제가 생기면 관료, 전문가, 이해집단, 국회의원, 사법부 판사, 일반시민까지 포함해서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리해서 공개해요. 그 후에 정리된 것을 또 연구해서 토론하고 정리하고 또 다시 그것을 토론합니다. 그러다보면 본질을 파악하고 깊이 있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리죠. 김 교수님 말씀대로 권위주의 정부가 없어지면서 갈등도 생겨났는데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의 대가라고 봐야겠죠. 앞으로 시민의식이 고양되면 갈등도 그만큼 많이 줄어들겠지만 그럼에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순은_ 처음에 설계할 때 반대하는 사람들의 ‘한(恨)’이 있는지를 봐야할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우리사회에는 영호남 갈등이 있는데, 호남 분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한이 있어서 그 생각이 있는 한, 어떤 합리적인 대화가 안 됩니다. 예전에는 남해고속도로가 부산에서 왕복 4차선으로 가다가 섬진강을 지나면 2차선으로 줄어들었어요. 그 길을 다니는 사람은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요? 또 수도권과 비수도권 문제도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뭘 하려고 하면 지방은 무조건 반대에요. 그러면 무슨 대화가 되겠어요? 역사든 지역이든 갈등상황에서 억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없는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할 거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거죠. 행정에서도 위에서는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시간 걸리니 피하고 감추려고 하지만 이제는 문제를 공개하고 논의해야 행정도 지금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형준_ ‘빨리빨리’가 제일 악영향을 끼치는 분야가 바로 갈등인 것 같습니다. 갈등이 발생하면 주민들이 절차상의 미비나 불합리함을 많이 제기하시는데 관에서는 대체로 처리가 많이 늦었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서로 이야기도 못하고 무리해서 추진하는 것 때문에 또다시 불만이 생깁니다.
이영애_ 그렇군요. 많은 말씀을 나누셨는데, 지자체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해결하기 위한 제안이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전형준_ 사실 지자체 간의 갈등 같은 경우 지자체들이 내세우는 태도는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해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충돌하는 건데, 해결을 하려면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에 따라 서로 양보할 건 하고 받을 건 받아야 하는데 아직 우리는 객관적인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합니다.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받아들이는 게 필요한데 지자체끼리는 합의하기 힘드니까 중앙정부에서 그런 것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임해규_ 현장에서 느낄 때는 결자해지의 정신이 중요합니다. 결국은 법이나 조례로 제도화시키고 의식을 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저는 개인적으로 갈등 조정에 관한 것을 대통령령의 규정으로 두는 것은 선진적이지 않다고 봐요. 국회에서 입법을 해야 국회도 갈등 조정 기능이 빛을 발한다고 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갈등관리 또는 조정에 관한 법을 만드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 광역시 정도의 규모에는 갈등조정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순은_ 갈등도 국가적인 수준이 있고 지자체 수준이 있는데요. 국가적인 수준의 갈등은 공론화위원회 같은 것을 둬서 그야말로 공적인 관점에서 보는 기구가 있으면 행정부도 상당히 일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지자체 수준에서는 현재 협의회가 있어 여러 가지 사항을 논의하기도 하고 아니면 별도의 기구를 만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제도가 있습니다만 그런 제도와 별개로 기본적으로는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또 공무원들이 시간이 없다고 느낀다고 하는데, 갈등이 생길 것 같으면 처음부터 다공개하고 주민이나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 말처럼 처음에는 처음부터 공개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당장은 효과가 미미해도 전체적으로 보면 갈등으로 인한 시간낭비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잘 한다는 영국 같은 경우도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문제로 수백 년을 갈등하고 있잖아요. 사람이 살아가는 이상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얼마나 잘 해결하는가가 과제입니다.
이인재_ 절차상의 제도를 만들어서 사전에 예방한다는 것은 선진국적인 발상인데, 분쟁을 해결하는 분쟁조정 기구를 만들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뭐니뭐니해도 국민들 의식인 것 같아요. 시민의식이라는 것이 가만히 둔다고 자발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먼저 이끌어 나가고 사회적으로 운동을 하면 더 빨리 생깁니다. 일례로 미국의 작은 시에서는 그동안 타운하우스를 한쪽 방향으로만 지었었는데 시장이 조례를 만들어 두 개씩 마주보도록 했습니다. 베란다에서 마주치면 서로 인사하고 하니까 한쪽 방향만 바라보고 지어졌던 커뮤니티보다 공동체 의식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서로 얼굴을 아니까 신뢰도 있고 의사결정 할 때 갈등이 줄어들지 않겠어요? 의식개혁이나 캠페인처럼 이런 식의 노력이 갈등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영애_ 함께 공유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어떤 문제든 해결된다고 합니다. 관과 민이, 중앙과 지방이, 부처와 부처가 만나 서로 들어주고 나누면 갈등까지 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나눈 귀한 말씀이 꼭 반영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전문가 좌담회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