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 수거 주민공동체 사업’현장, 통영 어의도를 가다

 

6월 22일 정오쯤 거제시 가조도 선착장에서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소속 차금희 환경활동가와 함께 쓰레기 수집용 마대와 커다란 그물망을 챙겨 어선을 타고 통영시 어의도로 향했다. 20명의 주민이 각자 낫, 삽 등의 도구를 갖고 해양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이 섬에는 약 30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니 70% 정도가 참여한 셈이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했지만, 시간당 1만 원의 임금을 받는다. 큰돈은 아니지만 자기 마을의 바다도 청소하고 용돈도 버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 인건비를 포함한 해양쓰레기 수거사업 재원은 경상남도가 금년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행하는 ‘해양쓰레기 수거 주민공동체 지원계획’에 따라 확보한 도비 5억 원이며, 도내 7개 연안 시·군에 보조금 형태로 교부된다. 통영시에는 1억 원이 배정됐다. 기자가 처음으로 목격한 해양쓰레기 실태는 그동안 수십 번 들었던 것처럼 심각했다. 굴 양식용 스티로폼 부표, 플라스틱용품, 술병, 어업용 그물 조각 등 다양했다. 부피로 보면 스티로폼 부표가 압도적이다. 깨진 술병 조각에 의해 청소 작업에 참여한 어민들이 발에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섭씨 30℃를 웃도는 뙤약볕 속에서 3시간 동안 수거 작업이 진행됐다. 

 

 

김영택 어촌계장은 쓰레기 종류 중 가장 많은 것은 굴양식용 부표와 그물 등 폐어구이며, 다음으로 어선이나 유람선에서 버려지는 쓰레기, 낚시꾼들과 섬과 해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버린 것들이라고 말한다. 김 계장 자신이 어선을 이용해 수십 년 멸치잡이 사업을 하면서 보아왔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라고 볼 수 있다. 스티로폼 부표는 파도나 태풍에 의해서, 또는 노후화돼 굴양식장에서 이탈해 미세한 플라스틱으로 부서지고 이것을 해양동물이 먹는다. 버려진 그물은 죄 없는 물고기들의 사형 틀로 변신한다.

 

3시간 작업을 마치고 참여한 주민들은 각각 5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작업전후 해양교육 및 토론 1시간과 참여일지 작성 1시간을 포함해 5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이다. ‘돈을 안 주면 이분들이 자발적으로 수거 작업에 참여했을까? 자기 마을을 청소하는 것인데 대가를 주어야 하나?’라고 기자는 생각해봤다. 경상남도청 해양항만과 안용석 주무관은 “황폐해가는 해양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가장 접근성이 좋은 해당 마을 주민들이 정화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며, 점차 마을 스스로바다를 오염으로부터 지키는 인식과 행동이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인건비 지급이 요즘 정가에서 정책의제로 거론되는 ‘기본소득’과 대비되는 ‘참여소득’의 한 형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참여소득’이란 누구나 똑같이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어린이나 노인·장애인 돌봄, 자원봉사, 환경보호, 이민자 보호활동 등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공익적인 가치가 있는 활동에 참여한 사람에게 정부가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 섬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이고 타인의 어업장에서 노동을 하는 저소득자라서 5만 원도 매우 요긴하다. 

 

‘참여소득’은 1996년 영국의 토니 앳킨슨이 처음 제안했고, 2018년 칠레의 크리스티안 페레스무뇨스가 구체화한 이론이다. 지난 5월 30~31일 이틀간 서울에서 개최된 ‘P4G 서울녹색미래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해양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결속을 다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주민 등 다양한 정책 및 사회행위자(policy and social actors)의 적극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 더 이상 바다의 신음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경상남도의 ‘해양쓰레기 수거 주민공동체 사업’이 ‘참여소득’의 실험대와 오염된 국토의 연안만이라도 살아 있는 바다로 만들어가는 범국가적 행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거 작업 중 휴식 시간에 먼바다를 보며 통영에서 태어난 청마 유치환의 시를 읊조렸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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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글


이탈리아, 농촌 및 도심 내 버려진 건물 재활용 프로젝트

2024년, 이탈리아는 농촌 지역과 도심 내 버려진 건물을 재활용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사용되지 않고 오래 방치된 건물들을 개조하여 주택, 공공 시설, 혹은 창업 공간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도시 재생과 농촌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정책은 이탈리아 전역의 지방과 도심의 쇠퇴를 방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도 지방 인구 감소와 도심 쇠퇴 문제를 오랫동안 겪어온 국가 중 하나이다. 특히, 남부 이탈리아와 같은 지방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로 인해 많은 건물이 방치되거나 버려진 상태로 남아 있으며, 이는 지방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20년대 들어 지방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었는데 특히 남부 지역은 2023년 기준, 1년에 5만 명 이상이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60개 이상의 마을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몰리세(Molise) 지역은 지난 20년 동안 인구의 약 40%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수많은 주택과 상업 시설이 버려졌다. 이탈리아 대도시에서는 상업적 중심지였던 구역들이 상업 시설 이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