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활성화를 위한 주민참여 방안은?" - 교수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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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내로라하는 유명 교수들과 함께 보다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 구석 구석 이슈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좌담회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지방자치단체 활성화를 위한 주민참여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지방자치 시행 이후 법과 제도가 개선되지 못해 중앙에 예속된 반쪽 지방자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순은(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_ 지방자치가 1991년에 시작됐는데, 2014년 6월 까지를 1차 지방자치라고 합니다. 1차 지방자치의 미션은 디테일을 위한 것이 아닌 정권교체를 위한 지방자치였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시절 지방자치가 아니고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선출직 단체장을 도입해야 정권창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지방자치의 틀은 당시 내무부의 계획대로 된 것입니다. 이런 틀이 지금까지 20년간 이어지면서 지금의 행자부는 당시 내무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소위 정치거물들이 단체장으로 등장한 것인데, 서병수, 남경필, 원희룡, 안희정, 박원순 시장까지. 이분들중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종전에는 중앙부처 장관이 지시하면 단체장이 수용했는데, 지금은 거꾸로 됐어요. 장관이 전화해서는 단체장을 움직이기가 어려워졌지요. 당 대표급 인사들이 단체장이 되고 나니, 지방자치제도는 그대로인데 이들의 정치적 위상은 높아졌습니다. 또 이분들이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일을 하려고 보니까 제도들이 막는 겁니다. 제도를 고쳐야겠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그 디테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마침 이번 정부의 기조가 주민행복, 규제개혁이다 보니 본격적으로 지방자치의 제도적 디테일을 점검하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김형철(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_ 저는 보이지 않는 담합이 있다고 봅니다. 중앙정부도 권력을 내놓기 싫고, 지방정부도 다가져오기 싫은 겁니다. 또 중앙은 중앙대로 권력을 쥐고 있어야 컨트롤이 되니까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양자 간의 진지한 자세가 안 되어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불필요한 갈등이 많은 나라가 없는데 개인적 차원에서 소송이 엄청나게 일어나는 문제는 결국 법 제도를 정확하게 세우지 않음에 기인합니다. 고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갈등이 있을 때 역할분담과 같은 부분이 제도적으로 미흡한 것은 법을 만드는 입법자들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계희(경희대학교 관광학과 교수)_ 우리나라의 지방법이 정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특별법 우선의 법칙으로 인해 일반지방자치법 위에 400개의 각종 특별법이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은 중앙정부가 돈도 다 가지고 있고, 조금씩 나눠줘야 컨트롤이 되니까 권력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권력을 다 가지고서 돈과 법으로 막을 것은 법으로 막고, 돈으로 조정할 것은 돈으로 조절하겠다, 즉 권력을 다 행사하겠다는 것이지요.

조성은(서강대학교 기업커뮤니케이션 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_사실 우리나라는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법과 제도의 문제로 귀착시키기 때문에 특별법이 많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지방자치의 법과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것인가에 지방자치를 하는 목표, 철학과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 모두가 공유하는 성취목표가 없는 것, 20년이 넘었음에도 지방자치가 정착되지 못하는 가장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가치와 철학이 공유된다면 얼마만큼 균형을 이루느냐는 것인데, 사실 지자체를 통제하다 보니 지방자치를 하고 있음에도 단체의 색이 없고 다 동일합니다. 그래서 자유를 주고, 주민 스스로가 자기 지역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영애_ 주민참여에 앞서 지방자치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계희_ 일각에서는 책임과 능력이 우수한 리더가 나서서 하면 된다고도 합니다.기초의회들은 너무 작은 단위로 쪼개져있어 그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많지요. 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갈까에 대한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어떤 삶과 어떤 시스템, 각기 다른 사람들 여럿이 모이면서 다양한 개성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을 평화롭게 풀어내면서 더불어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그 가치와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김순은_ 교수님이 가치와 철학을 얘기 하셨는데, 우리나라에는 국민은 많은데 시민이 없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통치하기 쉬울 정도로만 교육시키고 있는데, 국민이 시민이 되면 통치하기가 어려워지게 되지요. 그러니까 우리는 부지불식중에 어릴 때부터 큰 리더가 국가를 이끌면 따라가면 된다고 교육받았고, 이게 사고에 내재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방자치를 왜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겁니다. 어떤 가치를 갖고, 어떤 철학으로 지방자치를 만들까에 대한 논의까지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김형철_ 저는 2가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첫 번째는 법과 제도로는 모든 것이 잘 안 된다는 점입니다. 지방자치는 생소하고 혁신적인 제도였습니다.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 교육받고 훈련돼야 하는데, 실제 운용하는 사람이나 비판하는 사람이나 뭘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혁신적 제도를 도입할 때는 제대로 운용할 줄 아는 전문가도 같이 영입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후 이에 따른 불이익은 즉각 발생하는 점입니다. 과거 하던 것은 즉각 중단되기 때문에 불편을 겪는데, 제도도입에 따른 혜택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 기간이 고비인데, 새 제도에 따른 혜택은 안 나타나고, 불이익은 즉각 발생하니 ‘우리 실정에 안 맞는 것 같다’ 그렇게 돌이키면, 그 조직에서 새 제도는 다시는 도입 안 됩니다. 옛날에 해봤는데 안 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지방자치가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어야 한다는 방향은 맞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조성은_ 한 통계에 따르면, 오히려 공무원 중 약 70% 정도가 지방자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고, 국민의 약 50%가 지방자치가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지금 중앙정부가 커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지방자치가 뭔지 잘 모르고 있어요. 우리 삶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과거부터 중앙정부 통제하에 지방자치가 출범했고 그 시작이 정치적인 논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논의와 합의 없이 형식대로 말만, 무늬만 지방자치로 왔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 차이와 불편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영애_ 주민참여 활성화가 밑바탕에 있어야만 지방자치도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주민들의 지방자치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순은_ 단체장의 주도로 시민을 대상으로 한 지방자치 교육이 필요합니다. 초등학생부터 각각의 레벨에 맞게, 예를 들면 독일의 경우 학생들에게 ‘왜 줄을 서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교육이 없지요. 또 참여를 유도하려면 공공의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재미는 이익에서 옵니다. 주민자치회 구성에 있어서도, 현재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새로운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습니다. 한때의 산업전사가 모두 산으로 가는 형국인데, 이분들을 주민자치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동기부여를 위해 큰돈은 아니어도 지자체 차원에서 비용도 부담하면 주민참여를 유도함과 동시에 고급인력을 통해 주민자치 운영 또한 탄탄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형철_ 주민참여가 미비한 데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능력을 그간 제한받아 왔기 때문인 점도 있습니다. 미국은 공립학교 재정이 지방주민에게서 나옵니다. 이 경우 주민 입장에서 우리 동네 공립학교가 예산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크기 때문에 자율적인 참여도가 커질 수밖에 없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의 의식 문제가 아니라 권한이 없는 데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학교 문제의 경우 교육감의 정책이 내려왔을 때 기초지자체가 여기에 개입할 권한이 없습니다. 이 권한을 국가가 가져간 이유가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국가도 권한을 주기 싫고, 의무라는 이름으로 개입하고 컨트롤 하는 묘(妙)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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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_ 도입 초기에는 소통이든 강제성이든 주민참여를 많이 시행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할는지요?
조성은_ 주민 스스로 문제인식이 있어야 하고, 지방자치에 참여하면 내 공동체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인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야 합니다. 관심이 있어도 어떻게 할 줄 몰라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이런 주민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삶과 얼마나 관련 있는가를 알리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쉽게 참여할 수 있는지 방법을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동마다 참여를 유도하는 안내문을 통해 알리긴 하는데, 방식을 보다 전략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알림이 이뤄지면 뭔가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제약이 많은데, 가정주부나 노인들도 참여함으로써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계희_ 전국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홍보활동을 펼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민자치위원을 뽑을 때 이점을 고려해 선출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잘하는 곳을 우수사례로 소개하면 다른 지역 주민자치회에도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이영애_ 주민의 인식도 바뀌어야겠지만 현장에서 시행하는 공직자의 마인드도 중요합니다. 공직자의 생각이 바뀌면 지도가 바뀐다는 말도 하는데요. 신년호를 맞아 공직자들, 이렇게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이계희_ 사심을 버리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손해 보지 않고는 얻을 수가 없어요. 단체장이 민선이 되면서 발전한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경쟁심과 동기부여가 생겼지요. 이로 인해 많은 성과를 냈는데, 이게 쌓이다 보니 “내가 이 기회에 잘 챙겨놔야겠다”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을 내려놓으면 잡다한 문제는 사라질 것입니다.
김형철_ 마음을 비운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공천 문제도 있으니까요. 사실 공천부터도 중앙집권적인 발상이죠. 공무원 문제로 거론되는 것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닌데 조직의 특성이 민간기업은 조직의 사다리를 올라가려면 성과가 있어야 하죠. 홈런 또는 안타를 치는 성공이 있어야 하는데, 공무원은 승진하려면 실패만 안하면 됩니다. 그래서 지극히 보신,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지요. 규정에 어긋난다, 관할이 아니다,이렇게 자기 몸을 던지는 멘탈리티가 안 되는 이유가 실패를 안 해야 올라가니까 그렇습니다. 공무원 조직에도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긍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도입하면 체질개선이 이뤄질 것입니다.

조성은_ 공무원 조직을 혁신의 주체로 생각하고 어떻게 동기부여 할 것인가, 주민을 위한 목표, 가치, 비전을 이루는 데 손발 역할을 하는 공무원을 신뢰하고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순은_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능력 면에서 세계 1위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 업적이 큰 만큼 공직자들의 부담도 큰 것 같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같이 의논하면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숨기게 되고, 그러니 참여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본인의 짐을 덜고 진솔하게 평범한 공무원이 되어야 합니다. 시민과 함께 더불어 가자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지요. 아울러, 주민참여를 독려하는 해외사례를 통해 제도와 공직자의 참여양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도 메이지유신 이후로 분권 시스템을 중앙집권 시스템으로 바꿨지요. 그래도 우리보다는 낫습니다. 우리는 재원의 배분비율이 중앙과 지방이 8:2인데, 일본은 6:4입니다. 또, 일본은 소득세 중에 국민이 세금을 내면 그 중 1%는 그가 지정하는 곳으로 가는 제도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강원도로 보내라 하면 그 돈은 강원도로 가는 형태인데, 주민참여예산제와 개념은 좀 다르지만 국가가 내가 내는 소득세를 다 쓰지 말고, 일부는 내가 지정한 데로 보내는 고향발전을 위한 지역발전기금 같은 성격을 갖고 있지요. 이같은 제도의 효율적 운영에는 일선 현장의 공무원들의 노력과 적극적참여가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면 지금 젊은 공무원들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닌, 같이의논하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그런 관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면 주민의 참여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정부3.0과 같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같이 고민하는 공무원 상을 만들면 우리 사회가 보다 긍정적인 사회가 되지 않을까생각합니다. 

 

이영애_ 결국 주민들 스스로가 지방자치의 중요성을인식하는 것과 이를 독려하고 실행하는 공직자의 역량강화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15년 을미년 새해를 맞아 보다 주민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방자치가 실현되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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