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두머'(Doomer)란 무엇인가

미국 대선과 청년 정치

지난했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났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엄청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결과가 뒤집힐 것 같지 않다. 수많은 반트럼프 보수주의자들과 리버럴들이 환호한다. 중도 성향 바이든과 개혁 성향 해리스가 미국을 정상으로 되돌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하여 미국의 청년들은 상당수가 시큰둥하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트럼프의 낙선을 안타까워하는 것을 넘어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들 중 트럼프 집권기를, 특히 최근 1년 동안을 ‘정상’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적다. 비정상을 바라는 것일까?

 

트럼프는 미국이 처한 문제들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 민주당 주류 리버럴 세력이 말하는 정상 상태는 트럼프 집권 이전 상태다. 이들은 바로 그것이 트럼프의 급부상을 낳은 원인이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 08년 금융위기 이래 장기화되는 경제침체로 인한 청년실업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의료보험, 대학 등록금, 인종차별 문제 등이 청년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모두 전임자 오바마가 해결하지 못한(혹은 그럴 의지조차 없었던) 문제거나 그의 유산이다.

 

‘같은 짓을 반복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과 다름없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다수 청년들이 보기에 오바마 내각에 있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은 정신병자나 할 짓이었다. 이들은 차라리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격언을 따라 ‘올바르지만 오래된 길보다 차라리 나쁘지만 새로운 길’을 택했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투표한 사람들마저 앞으로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민주당 경선에서 청년 유권자 반 이상은 버니 샌더스, 앤드류 양, 털시 개버드를 지지했다. 연방보장일자리제도든, 보편적 기본소득이든, 신중상주의 외교정책이든 이들 후보들은 어느 부문에서든 발본적 변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중도 리버럴 주류 세력의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었고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는 청년들은 反민주당 세력의 ‘쓸모 있는 바보’(useful idiots)로 주변화되었다. 오카시오-코르테즈를 위시한 민주당 내 좌파 집단인 ‘저스티스 데모크라트’ 의원들은 강력한 지지세와 높은 당선률을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내각에서 배제되고 있다.

 

주변화된 청년들은 스스로를 ‘두머’doomer세대로 칭한다.  ‘부머’boomer에서 앞 글자만 바꾼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에 모여 자신들만의 이념횡단적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극우에서 극좌까지 망라한 이들은 적어도 한두 개의 명제에 의견을 모은다. ‘변화가 필요하다’와 ‘우리는 모두 망했다(doomed)’가 그것이다. 결코 부모 세대보다 잘 살 수 없으며 계층 하강이 무슨 수를 써도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는 갈수록 더 줄어들 것이며 언제라도 인류가 멸망하든 지구가 망하든 어느 한쪽으로 갈 것이라 확신한다. 부머는 알다시피 베이비붐 세대를 가리키는 멸칭이다.

현재 한국에서 386세대가 청년 세대에게 상당한 적대를 받는 것과 같이 미국에서도 40년대에서 60년대생까지를 말하는 베이비붐 세대에 대하여 청년이 갖는 적개심이 미국사에서 전례 없이 커지고 있다. ‘두머’는 오늘날 사회의 조건들을 만들고 그 수혜를 받은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그것의 부작용만을 온몸으로 겪고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나쁜 운명’(doom)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 이미지에서 짐작되듯 ‘두머’는 스스로를 ‘루저’라고 비하하면서 비슷한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두머’는 청년들이 이입하는 ‘자캐’(자작캐릭터)와도 같다. 그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으며 나라의 향방을 걱정한다. 그렇지만 딱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다. 대중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하위문화를 즐긴다. 친구가 별로 없다. 가족과 가깝지 않다. 냉소적이고 염세적이다. 스스로 패배자라고 느낀다. 그럼에도 별 생각 없이 살아가는 또래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MZ세대’라는 말은 흔하게 보인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친 말로, 90년대 및 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을 말한다. 이 명명(命名) 자체에는 이들이 태어난 연도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 여러 가지 과학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발전의 혜택을 입으며 그것을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만끽하는 신인류 혹은 별종으로 요즘 청년들을 칭할 때 주로 쓰인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머’가 단지 인터넷상의 하위문화에 그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치는 아군과 적군의 구별에서 출발한다. 청년들은 ‘부머’를 호명함으로써 자신들의 적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표명했다. 그리고 ‘부머’의 B를 D로 바꾸어 자신들을 ‘두머’로 호명함으로써 아군의 경계를 고정시키고 세대 적대를 계급 적대로 확장시켰다. 'MZ세대'라는 이름과는 달리, ‘두머’에는 우리가 처한 물질적 조건들에 대한 함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살기 힘들다’라는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n포세대’라는 명명은 청년 세대를 무기력한 존재로만 그린다. ‘사토리(달관) 세대’는 청년들의 정신승리를 종용한다. ‘두머’는 청년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름이다.  스스로 이름 붙이는 행위는 거대한 정치세력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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