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COVID-19). 이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유전체를 정밀하게 분석한 유전자 지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단장 김빛내리)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으로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유전자 전체를 정밀하게 분석한 유전자 지도를 생명과학 분야 권위지 《셀》 4월 9일 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리보핵산(Ribo Nucleic Acid, RNA) 형태의 유전자로 구성돼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침투, 유전 정보가 담긴 RNA를 복제하고 유전체 RNA를 바탕으로 다양한 하위유전체 RNA를 만든다. 하위유전체 RNA는 바이러스 입자 구조를 구성하는 스파이크와 외피 등 여러 단백질을 합성해 복제된 유전자와 함께 숙주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완성체를 이룬다. 이후 세포에서 탈출,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킨다.
바이러스 유전체를 해독한 연구는 기존에도 보고된 바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연구에서 10개로 알려진 바이러스의 전사체가 9개임을 규명하고 각 전사체의 위치와 양도 정확히 찾아냈다.
과거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면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와 수, 특성을 정확히 처음으로 밝힌 것. 진단 기술을 진일보시키고 치료제 개발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전사체를 분석했다. 기존 분석법으로 확인되지 않았던 RNA들을 찾고 최소 41곳에서 바이러스의 RNA 화학적 변경이 일어남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전사체가 어떻게 구성되고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의 복잡하면서도 숨은 비밀을 풀어낼 수 있는 지도를 확보함과 동시에 유전체와 전사체의 빅데이터를 생산해 후속 연구를 위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RNA에서 메틸화와 같은 화학적 변형을 발견했다. DNA 수준에서 벌어지는 여러 생화학적 변화를 통칭해 후성 유전체라 부르듯, 전사 후 RNA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생화학적 변화는 후성전사체라고 한다. 전사 이후 변형된 RNA들은 새로운 특성을 가지므로, 이번에 발견한 변형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생활사와 병원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빛내리 단장은 “새로 발견한 RNA들이 바이러스 복제와 숙주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작용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또 RNA의 화학적 변형은 바이러스 생존 및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RNA들과 RNA 변형은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때 새롭게 표적으로 삼을 만한 후보군”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또 “이번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각 전사체의 정량을 정확히 파악했으며 이를 토대로 진단용 유전자증폭기술(PCR)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