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다음으로 인류의 주적이 된 비만. 남녀불문하고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패를 거듭하며 좌절하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 국내 연구팀이 뇌 세포를 조절해 비만을 치료하는 띠뇌실막세포를 발견해 비만 치료에 신기원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참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우리 국민 3명 중 1명 비만
어느 날부터인지 모르겠다. 달달하고 기름진 먹을 것이 많아지고 먹방이라 부르는 TV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한 게 말이다. 고급스러운 식당에 굳이 가지 않더라도 쉽고 편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양껏 먹게 됐다. 그래서일까?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체질량 지수에 따른 비만 유병률은 2006년 26.7%에서 2015년 32.5%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의 3명 중 1명은 비만인 것이다. 그런데 비만에서 끝나지 않고 당뇨처럼 기초대사량과 밀접한 대사성 질환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비만 인구와 비만으로 인한 기초대사 관련 질환의 증가는 개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재정 관점에서는 과한 복지 부담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남녀 할 것 없이 운동이나 식이 등 비만을 예방하거나 살을 빼기 위한 노력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 비만은 곧 질병이란 인식을 통해 비만과 대사성 질환을 치료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대사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서는 식욕을 줄이거나 기초대사량을 늘려 에너지소비를 늘리는 방법이 정석이다. 식욕 감퇴 식품이 등장하거나 에너지 소비율을 높이는 각종 운동 방법이 등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사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진 않았다.
뇌 시상하부 띠뇌실막세포에서 에너지 대사 조절 기전 밝혀
그런데 최근 DGIST 김은경 교수 연구팀이 고지방 식이에 따른 비만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냈다. 뇌 내부의 공간인 ‘뇌실’과 식욕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를 연결하는 띠뇌실막세포가 영양소를 감지해 식욕이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띠뇌실막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인 TSPO(translocator protein)가 영양 과다 상태에 반응해 지질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게 핵심이다. 이와 함께 TSPO를 억제하면 에너지 대사가 증가하고 식욕을 감퇴시킨다는 결과도 흥미롭다.
연구팀은 고지방을 섭취한 비만 쥐의 띠뇌실막세포 내 지방 저장주머니인 지방소립이 과도하게 쌓이는 점을 확인했다. 이때 세포 내 TSPO를 억제하면 체내 에너지 항상성이 활성화하면서 지방소립을 분해해 얻는 지질포식작용(lipophagy)이 유도, 지방소립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그 결과 세포 내 에너지 대사에 필수인 아데노신 3인산(Adenosine Triphosphate : ATP)이 증가했고 고지방을 섭취한 비만 쥐의 띠뇌실막세포 TSPO 발현을 억제했을 때 식욕 감퇴와 에너지 대사가 늘어나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김은경 교수는 “자가포식작용 중 지질포식작용을 조절하는 띠뇌실막세포 TSPO의 역할을 규명하는 것은 과다 영양 상태에서 세포들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띠뇌실막세포 TSPO를 비만과 같은 대사성 질환에 대한 잠재적 치료 전략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뇌 시상하부 띠뇌실막세포의 지질포식작용에 따르는 식욕 및 에너지 대사 조절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추후 고지방 식이에 따른 비만 치료에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