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의장 정기열)에서 최초 발의돼 도의회와 경기도 간 ‘연정’의 핫 아이콘으로 떠오른 지방장관제를 둘러싸고 경기도 안팎에서 논란이 뜨겁다. 대한민국 지방자치 최초의 정치실험을 둘러싸고 귀추가 주목된다.
기획|편집부
후반기 경기도의회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제2기 민생 연정(聯政)’에 합의한 가운데, 이번 합의의 대표적인상징인 ‘지방장관제’를 둘러싸고 경기도의회와 행정자치부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도의원 4명 지방장관으로 파견해 도정 참여 권한 부여
경기도의회가 남 지사와 합의한 지방장관제도는 ‘지방정부 의원내각제’로도 불린다. 이는 경기도 내에 ‘지방특임장관’을 설치해 도의원으로 하여금 도정(道政) 참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경기도 내 설치될 장관은 행정부로는 ‘총리’격인 부지사와 실·국장들 사이에서 업무별로 행정조직을 분담해 관할하게 된다.
지방장관제는 올해 5월 양근서 경기도의회 의원이 제안해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기 연정 구상의 일부로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양 의원의 제안과 달리 당초 도의회 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많은 의원들은 “남경필 지사가 단순히 업적 쌓기용으로 지방장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며 이를 반대하기도 하는 등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알려졌다. 그러다가 연정 협상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장관제 도입에 따른 실질적 권한과 예산 확보를 주문하며 사실상 수용하겠다고 당의 입장을 정함에 따라 2기 경기도 연정에서의 지방장관제 도입이 확정됐다.
이번에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합의한 바에 따라 앞으로 경기도는 4개의 특임장관직을 신설한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특임장관직에 각각 2명의 의원을 특임장관을 도에 파견하게 되며, 경기도의회에서 추천해 경기도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을 따르게 된다.대한민국 지방자치 최초의 ‘연정’과 지방장관직 도입으로 경기도의회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경기도 공무원노조·행자부 “지방장관은 불법”경기도·경기도의회 “무보수명예직이라 문제 안 돼”
그러나 경기도의회가 참여를 선언한 지방장관제에는 아직도 대내외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당장경기도청 유관희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8월 24일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을 방문하고 “도의회와 도지사가 도민을 볼모로 지방장관제 도입이라는 정치실험을 하고 있다”며 “이에 깊은 분노와 우려를 표시한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경기도청 공무원노조는 정 의장에게 전달한 성명서에서 “지방장관제는 현직 도의원이 지방장관을 겸직하며경기도 주요 정책과 현안사업의 책임자인 실·국장을 지휘 통솔하는 초법적 정치형태”라 규정하고 “이는 현행 지방자치법에서 명시한 지방의원의 겸직의무를 위반하고 지방의회의 집행부 견제기능을 심각히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기열 의장은 “지금 우리는 지방분권을 넘어 지방정부로 발전해가는 과도기에 있다”며 “지방장관제 등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노조의 의견은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행정자치부도 8월 26일 경기도에 ‘지방장관제 도입 관련 통보사항’을 발송하고 지방장관의 명칭과 역할, 지위 등이 현행 지방자치법 등에 저촉된다며 불가하다고 규정했다. 즉 지자체를 견제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행정 업무를 맡는 것은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역할을 분리한 법 취지에 어긋나고 지방의원의 겸직 금지 조항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방분권 확대는 정부의 철학이고 행자부도 이런 안을 적극 검토해 국정 운영 방향의 하나로 잡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통보를 받고) 한마디로 ‘깜놀’했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지방장관제는 정식 직제가 아니라 결재권도 없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공무원 겸직 금지 조항을 위배하는 것이 아니다”며 “현직 도의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도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노력하려는 것인데 행자부의 반대는 이해하기 어렵고 반대 진위를 파악해 행자부와 대화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최초의 ‘연정’에서 추진되는 대한민국 지방자치 최초의 ‘지방장관제’는 법리적인 해석을 둘러싸고 중앙과 지방, 그리고 도의회·도당국과 공무원노조 등과 첨예하게 논란이 펼쳐질 형국이다. 경기도의회에서 최초 발의해 경기도와 도의회 간 연정으로 최초 탄생시킨 지방장관제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