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맏형격인 서울시의회는 천만 서울 시민의 세금인 4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책임지고 있다. 가장 큰 현안이라는 정책보좌관제 도입을 위해서라면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전국시도의회협의회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들어선 의장실 안쪽에서는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으려는 듯 바쁘게 논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의장님 많이 바쁘시죠? 밖에서 들어도 열기가 후끈합니다.
박래학(서울특별시의회 의장)_ 네. 이번에 정책보좌관 관련해서 어제도 국회를 방문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간담회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영애_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박래학_ 우리 지방의원들이 솔직히 많이 힘들어요. 서울시의회만 해도 기금까지 합하면 내년 예산이 한 39조원 됩니다. 세목도 3~4000건이고요. 이것을 우리가 다 어떻게 하겠어요. 다 하고 싶어도 누가 도와주지 않고는 힘듭니다. 의회의 기능이 감시와 견제인데, 이런 상황에서 감시를 어떻게 하고 견제를 어떻게 하겠어요.
이영애_ 아무래도 광역의원은 전문적으로 도와줄 인력이 필요하죠.
박래학_ 그렇습니다. 서울시의회만 해도 실력 있고 똑똑한 의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실질적으로 보좌 인력이 필요해요. 지금 국회에 계약직 인턴이 2명씩 있는데 국회의원들은 비정규직 인력 600명을 채용하면서 지방의원들은 단 한명도 둘 수가 없도록 해놨어요. 국회의원들은 의원 한 명당 9명까지 보좌 인력을 둘 수있습니다. 뉴욕에 가보니 보좌 인력이 5명, LA는 7명까지 둘 수있더라고요.
이영애_ 원유철 원내대표와 간담회도 하셨다고 하는데, 어쨌든 결과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박래학_ 보좌관을 한 명 두고 예산을 1%만 제대로 감시해도 3900억원이 넘는 돈이 절약됩니다. 지금도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7조원 가량 있어요. 12월까지 다 집행해야 하는데 7조원이 남았다는 것은 불용될 가능성도 크다는 겁니다. 예산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은 집행부의 권한이고 우리는 감시와 견제 속에 예산을 삭감할 수 있잖아요. 잘못된 예산 편성을 지적하고 삭감하는 기능이 의회의 고유 기능인데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있죠. 내년 이 총선인데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안전행정 위원회를 통과해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것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저희가 비서 쓰자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원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우리를 정책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두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야 의회나 지방의원들의 위상이 제대로 섭니다. 아직까지 지역에 가서 보면 엉망이에요. 기초의회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정책보좌관제를 위해서 법사위원이라면 지금이라도 모든 걸 팽개치고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 만나 뵙고 이해와 설득을 시켜야죠.
이영애_ 저도 함께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역대 의장님들 쭉 뵙고 있는데, 의장님의 열정이 굉장하신 것 같아요. 주위에서 그런 말씀은 안하시나요?
박래학_ 제가 저를 봐도 쉬는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예전에 비해 동네에 작은 단체 행사에 참여를 잘 못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우리 시민들의 인식이 눈에 보이면 활동을 잘 하는 거고, 안 보이면 잘 못한다고 하기도 해요. 또 지방의원들은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죠.
이영애_ 이번 기회에 서울 시민을 포함해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으로서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박래학_ 전 세계적으로 봐도 지방자치가 잘 되고 있는 나라는 다 잘 삽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지방자치는 걸음마 수준이에요. 우리도 이제 지방자치다운 지방자치를 할 때가 됐어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방자치 20년입니다. 저희가 지방자치법에 손질해야 할 부분을 추려보니까 무려 156건입니다. 지방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지방자치법을 손질할 때가 됐어요. 지금은 지방에 넘겨야 할 것을 중앙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활임금조례를 만들었다니까 위에서 왜 그런 걸 하느냐고 해요. 이게 말이 되느냐는 거죠. 상위법이 있는데 하위법이 먼저 그런 걸 만든다는 것 자체가 불만인 거죠. 인사청문회도 보세요. 서울시 산하기관장 임명할 때 인사청문회를 법제화시켜야 합니다. 도시철도나 메트로만 해도 빚이 약 3조원이 되는데 그걸 탕감할 적절한 사람을 검증해야죠. 또 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문제도 참 중요한 부분입니다. 서울시의회 직원이 350명 정도있는데 인사권이 저한테 없어요. 얼마나 권한이 없으면 행정사무감사 할 때 집행부에 질문이 미리 가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권한을 남용하자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의원들에게 자료를 주려면 아무래도 집행부의 눈치보게 되니까 사무처 인사권을 독립 시켜주면 직원들의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겠느냐는 거죠. 얼마 전 몽골도 가보니 인사권이 독립이 돼 있어요.
이영애_ 몽골도 그렇군요. 의장님 말씀 들어보니 굉장히 절실하고 필요한데, 국민의 인식부족도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 의원의 자질 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거든요.
박래학_ 그 말씀도 일견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4선 의원을 하면서 돌이켜보면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시·구의원을 했던 사례도 분명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달라요. 이미 그런 사람들은 의회에 들어오지도 못합니다. 정말 참신하고 젊은 친구들이 들어와요. 그때와 지금은 분명히 다른데 아직까지 그때만 생각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또 아직까지 지방의원의 힘이 없어요. 선진국으로 가면 중앙과 지방이 평등한데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지방자치를 최대한 홍보하고 시민과 국민들이 지방자치가 무엇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이영애_ 저희가 11월에 행자부와 지방재정개혁 특집을 했는데요. 이번에 서울시에서 조정교부금 비율을 조정했다면서요?
박래학_ 22.76% 편성했죠.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것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입니다. 세금의 80%가 중앙으로 가고 지방은 20%예요. 지방은 국회에 가서 교부금 타려고 줄서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의 2:8 비율을 3:7이나 4:6까지 조정해야 해요. 재정다운 재정을 제대로 주고 지방이 지방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야지 중앙이 지방의 일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지방자치, 지방분권을 많이 이야기 하는데 누리과정 예산도 중앙이 발표했으면 중앙이 주는 게 맞잖아요. 그래놓고 지방에 떠넘기고, 또 줘도 매칭으로 주니까 정말 기초자치단체는 숨도 못 쉽니다. 이건 지방자치가 아니라 중앙자치 같아요.
이영애_ 이제는 그런 것들이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서울시 예산이 30조가 넘는데요. 시민의 세금인 예산을 잘 쓰기위한 원칙이 있는지요?
박래학_ 제가 가끔 재래시장에 가면 예전에는 한 점포에 3~4명이 같이 일하는데 요즘에는 부부 2명이 거의 다 합니다. 그런데 저를 보면서 ‘우리 남편 취직 좀 시켜주십쇼’ 그래요. 둘이서 그렇게 해도 집세를 못 낸다는 거예요. 서민 경제가 그렇게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 편성을 할 때, 서민경제를 제대로 봐야 합니다. 의회와 의원의이해관계가 아니라 시민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가 기준이 돼야죠.
이영애_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의원들과, 함께 열심히 일해야 하는 서울시의회 공직자, 그리고 시민들에게 전하는 말씀 부탁합니다.
박래학_ 이제 금년도 정례회, 행정사무감사, 예산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시 시민을 위해 감사를 철저히 하고 예산심의를 제대로 해서 서민 경제에 다가가는 예산을 편성해야 되겠고, 또 우리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서 집행부의 잘, 잘못을 가려내 앞으로 더 나아가는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 그래서 앞서가는 서울시, 앞서가는 서울시의회, 앞서가는 서울시의회 공무원으로서 대한민국 미래의 중심축이 될 서울시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서울시의회 의장으로서 천만 시민의 대표성을 가지고 다른 시의원 분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영애_ 국민들은 요즘 많이 힘들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열심히 하기에 희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그 마음과 열정으로 시민과 국민을 위해 애써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