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요구르트, 캔음료, 병음료를 마실 때 빨대 하나만 있으면 흘리지 않고 안전하게(?) 마실 수 있다. 특히 출렁거리는 차 안에서 무언가를 마실 때 빨대는 필수품일 정도로 널리 애용된다. 이렇게 편리함을 주는 빨대에도 역사가 있었으니 때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빨대, 밀짚에서 종이로
19세기 끄트머리인 1888년. 담배공장 노동자 마빈 스톤은 하루 종일 담배 종이를 마는 일을 맡았다. 마빈은 일과를 마친 후 선술집에 들러 하루의 고단함을 위스키로 달랬다. 당시 선술집에서는 위스키를 팔 때 밀짚을 내놓았는데, 이는 무더운날 위스키 맛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였다. 밀짚을 통해 위스키를 마시는 것은 평범한 일이었지만 밀짚 특유의 향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를 못 마땅하게 여긴 마빈은 밀짚을 대체할 만한 방법을 궁리한 끝에 종이를 담배처럼 둥글게 말아접착제로 끄트머리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대성공. 그가 고안한 종이 빨대는 선술집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 종이 빨대를 생산하기 위한 제조 공장이 세워져 선술집, 카페, 음식점 등에서 널리 쓰였다.
바다 생물 위협하는 플라스틱 빨대의 위험‘원하는 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어원을 지닌 플라스틱은 기본적으로 그릇부터 장난감, 의류, 비닐에 이르기까지 사용처가 무궁무진하다. 160년 전 플라스틱이라는 만능 합성수지가 발명되면서빨대에도 크나큰 변화가 찾아왔다. 물에 젖지 않는다는 이점으로 전 세계의 필수품이 된 것. 빨대에 주름을 자잘하게넣어 환자가 누워서도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즐거움을 줬다. 더 나아가 싸구려 플라스틱 빨대에 알록달록 색상을 덧입혀 음료 문화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 데도 보탬이 됐다.
하지만 세계적 커피브랜드 ‘스타벅스’도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2020년 전까지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중단시키겠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이런 결정이 참 반갑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 2만 8,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며, 해마다 10억 개가 넘는 1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사용되고 있다.
스타벅스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플라스틱 빨대가 콧구멍을 막아 피 흘리는 바다거북 영상 때문이다. 3년 전 해양생물 연구가가 공개한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거북은 코에 박힌 빨대를 뽑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며 피를 흘렸다. 수백 년간 절대 썩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들은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 생물의 건강뿐만 아니라 목숨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대나무, 유리 빨대 꽂을래? 아님 먹을래?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빨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스스로 중단하고 재사용이 가능한제품으로 대체하면서 이미 시장에는 다양한 소재의 빨대가 선보이고 있다. 옥수수처럼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빨대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나무나 유리로 만든 빨대까지 견고하면서도 지속성이 강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의 한 스타트업 기업은 플라스틱 빨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먹을 수 있는 빨대 ‘롤리스트’를 출시했다. 해초로 만든 이 식용 빨대는 과일과 채소를 이용해 다양한 색상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 빨대는 영구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한다. 물에 넣으면 하루는 버티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그대신 먹을 수 있다는 점과 먹지 않고 버리더라도 토양에서 60일이면분해되기 때문에 수백 년 동안 썩지 않는 플라스틱 빨대와는 차별화된다.
한편에서는 친환경 실리콘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동안 인류에게 편리함을 주던 플라스틱이 생태계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빨대에도 변화가 찾아들었다. 이색적인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결합한 빨대가 플라스틱이 가져온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조금씩 환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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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youtube.com/watch?v=4wH878t78bw&feature=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