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어지는 우중충한 날씨에 몸은 찌뿌둥하고 마른기침이 자꾸 난다. 봄철 새로운 불청객 미세먼지 때문. 본지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 방안은 없는지 신창현 국회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위원, 배귀남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 단장, 이승묵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를 모셨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발행인 겸 편집인)_ 국회와 미세먼지 사업단, 대학에서 각각 미세먼지 정책을 만들고 연구하는 전문가님들을 모셨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신창현(국회 미세먼지특별위원회 여당 간사)_ 반갑습니다. 경기도 의왕시 과천시 국회의원 신창현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16일에 처음으로 미세먼지대책 특별법을 발의했고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환경공약 1호로 미세먼지 공약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배귀남(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 단장)_ 이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미세먼지 연구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미세먼지를 인생에 비유합니다. 인생이 복잡한 것처럼 미세먼지도 매우 복잡해 전문가들도 다루기 어렵거든요.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하는데, 좀 더 합리적인 청사진을 만들어 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승묵(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_ 예, 반갑습니다. 서울대학교 이승묵입니다. 미세먼지 연구를 2003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를 크게 인지하지 못 할 때였죠. 15년 넘게 꾸준히 측정하고 분석하며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면서 느낀 게 많습니다.
신창현|국회 미세먼지특별위원회 여당 간사
이영애_ 미세먼지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OECD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질이 하위권이라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배귀남_ 미세먼지는 사회 변화와 맥을 같이합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의 하나가 미세먼지로 표출됐다고 봅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절대 농도가 프랑스에 비해 높지만 일종에 경고 메시지 정도라고 봅니다. 거꾸로 현재 상황을 잘 극복하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신창현_ 성장과 경제 중심의 정책을 펼치다보니 환경이 후진적이지요. 그 증거가 미세먼지로 나타나고 있지않습니까? 환경도 선진국이어야 합니다.
이승묵_ 맞습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측정망이 주로 대도시 주변에 집중되어 있어서 전체를 대표하지 못합니다. 정확한 수치가 반영되지 못하는거죠. 선진국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높은 것도 맞는 말이지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미세먼지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묵|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이영애_ 저출산 시대에, 미세먼지 등 대기질 악화로 인해 아이 키우기가 어렵다고 해요.
배귀남_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나 대기 오염에 취약한 계층에 적합한 맞춤형 처방을 해야 하는 데 문제를 정
확히 인식하지 못 하고 있어요. 국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정부의 거시적인 관점 사이에 격차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극복하는 과정에서 견해도 다르고요. 2013년 1월, 중국에 한 달 넘게 스모그 현상이 지속됐어요. 그때부터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동안 미래예측이 취약했죠. 환경이나 출산 문제 모두 미래 예측을 할 수 있는데 사회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난겁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무관심이 원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미래 대비에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신창현_ 대기환경보전법에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비상 저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요. 그런데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습니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외에 민간 차량의 통행도 제한할 수 있습니다. 환경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하는 환경부 공무원이 서민 경제에 피해를 줄 것 같아서 하지 않는다고 하면 미세먼지는 누가 해결합니까. 환경부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정도 이해합니다. ‘환경’ 얘기만 꺼내도 경제 및 개발부서가 ‘우리 모두 죽으라는 이야기냐’라며 깜짝 놀라거든요. 경제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환경부가 ‘을’이 된 형국이죠.
이승묵_ 시민들은 중국발 미세먼지 양에 관심이 대단히 많습니다. 그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사회 비용이 궁금하다는 말입니다. 미세먼지 오염원이 다양하지만 중국에서 날아오는 양이 어느정도인지, 심호흡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죠.
배귀남|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사업 단장
이영애_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데요.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가요?
신창현_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날아오지만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어요. 미세먼지를 이야기할 때마다 ‘중국’을 거론하는 데 중국이 환경 정책 후진성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서해안에 밀집해있는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시멘트공장, 차량 배기가스 등 대기 오염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찾은 곳이 초등학교였어요. 그때 미세먼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처럼 대통령도 미세먼지에 관심을 보이는데 정부는 미세먼지 측정망 자료 취합하는 데 1년, 분석하는 데 1년, 검증하는데 1년이 걸립니다. 이해는 갑니다. 국제기구에 보고해야 하니 검증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죠. 이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통계는 수년씩 걸리지 않고 바로 발표할 수 있지 않겠어요? 국민이 원하는 게 바로 이겁니다. 건강에 직결되는 통계는 그것이 공식적이냐 아니냐 혹은 검증이 되었느
냐 아니냐의 문제와는 별개라고 봅니다. 같은 통계라도 용도에 따라 그 처리 속도를 달리 하면 좋은데…. 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통계 담당 전담자가 한 명입니다. 이해가 안가죠. 공무원들은 지금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있을 거예요.
배귀남_ 우리 사회는 시스템을 준비하는 데 장애 요인이 많아요. 천천히 가는 게 안정된 시스템인데 국민들은 빨리해주기를 바라니 간극이 있습니다. 경제 수준에 비해 환경 의식 수준이 따라가지 못해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해당사자가 이해하고 고민해야 하는데, 그 깊이가 깊지 않아요.
이영애_ 환경부에 직원이 한 명이라면, 국민들이 화나지 않겠습니까?
신창현_ 우리 어머니들 화 날 겁니다. 세상에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각한데 한 명이라니요.
귀남_ ‘배출원 목록’이라고 1년 동안 자료를 모아서 정리하는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과학원에서는 ‘캡스’라고 부르는데요,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신자료가 보통 3~4년 전 자료입니다. 미세먼지 예보나 주의보를 내릴 때 모델링을 사용합니다.
이승묵_ 환경문제를 잘 다루는 나라들을 다녀보면 담당 공무원이 한 부서에서 20~25년 근무하고 정년퇴임하는 경우가 많아요. 공무원도 전문성을 기를 수 있게 하는거죠.
이영애_ 그럼 앞으로 나아갈 방안은 무엇인가요?
이승묵_ 저희 학계 분위기를 말씀드리자면 지금까지 미세먼지 연구하는 분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어요. 그랬던 것이 요즘 들어 프로젝트 기반으로 협업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워낙 뛰어난 분들이 참여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 성과가 시민들에게 전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을 주관하는 기관이나 부서가 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 같아요.
신창현_ 제가 작년 3월에 미세먼지대책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상임위에서 처음 논의했어요. 국회도 발의 후 1년 뒤에 논의를 하니 정부만 탓할 수 없죠. 4월에는 통과가 되겠지요.
배귀남_ 2000년대 초 인천 앞바다를 보겠다며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수도권은 연평균으로 보면 개선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공장은 지방으로 이전했어요. 그러다 보니 지방에 대해 관리가 소홀해졌어요.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 가는데 대기오염에 대한 대응도 같은 맥락입니다. 중앙과 지방의 협업이 필요하고 법안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우 시의적절하죠.
이영애_ 법안 통과가 과제군요. 미세먼지 대응을 이야기할 때 선진국 사례를 많이 드는데,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요?
배귀남_ 선진국 사례를 연구하는 이유는 과거보다 대기 환경이 많이 개선된 반면 우리는 그대로 인 것 같아서였습니다. 선진국의 공통점 중 하나가 구체적인 매뉴얼이 도시별로 만들어져 있다는 겁니다. 기본적인 미세먼지 패러다임이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으면서도 협업 체제가 잘 구축되어 있고요.
이영애_ 정치권에서 움직여야 하겠네요. 국민 여론이 이 정도면 정치권에서 올인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요?
신창현_ 현행법도 활용을 잘 못 하고 있어요.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는 광역단체장이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비상저감 조치 시행 주체로 규정돼 있습니다. 중앙정부로서는 권한을 줬는데 왜 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는 부분이죠. 중앙정부가 법과 제도를 홍보하고 시행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영애_ 지자체들이 잘 몰라서 그런 건가요?
신창현_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만 홍보도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이죠. 지자체에는 환경부만큼 전문 인력이나 장비가 없습니다. 훈련도 덜 되어있고요. 그런 부분을 교육하라고 환경부에 교육원도 따로 있습니다.
배귀남_ 우리 사업단도 주목적은 연구이지만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여론도 형성되지 않겠어요? 중국의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해야 하고 개인은 미세먼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창현_ 맞습니다. 미세먼지 대책이 성공하려면 공공과 민간이 모두 참여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전국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현재 정부는 전국의 모든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징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백억 원을 걷어 매연 저감 장치를 부착하는 사업을 수도권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부당하죠.
이영애_ 왜 그렇게 하지요?
신창현_ 저도 왜 그러냐고 따졌습니다. (웃음)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때문입니다. 정부 정책의 대부분이 수도권 우선입니다. 미세먼지는 전국적인 문제인데 왜 수도권 우선이냐는 거죠. 전국에 고르게 시행되어야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나오겠죠. 이런 근시안적인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을 새로 만들려는 거예요.
이승묵_ 동의합니다. 덧붙이면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을 주관하는 기관이나 부서를 빨리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배 단장님도 지적하셨지만 국립과학원에도 배출원 목록을 담당하는 직원이 한 명밖에 없고, 그 직원마저도 계속 수시로 바뀌고 있어요.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한 부서에 25년 이상 일하고 정년으로 퇴임하는 분들도 많아요. 담당자들이 전문성을 갖추려면 교육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이영애_ 주도하는 기관이 교육을 하거나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지자체와 공유하자는 말씀이군요. 제도화를 좀 더 앞당기기는 어려울까요?
신창현_ 민의가 있으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의정 활동을 한 이래 이번처럼 많은 분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아본 적이 드물어요. 지난해 3월 16일에 법안을 발의하고 1주일 동안 수백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으며 국민들이 정말 절실하다는 느낌을 생생히 받았어요. 어머니들의 응원을 받으면서도 왜 전국의 엄마들을 죄인으로 만드는지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이승묵_ 그만큼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겁니다.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응급처치도 필요하
지요. 저와 같은 전문가들이 제대로 치료하는 쪽이라면 정치권은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배귀남_ 적절한 표현입니다. 저희의 역할은 현장대원에게 응급처치법을 알려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어요.
이영애_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아 안심이 네요. 국민들에게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 나가겠다는 약속으로 마무리해주시기 바랍니다.
배귀남_ 미세먼지는 정말 복잡한 문제입니다. 더 연구하고 노력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합니다. 삶에 필요한 내용을 수시로 전하겠습니다.
이승묵_ 이번 좌담회를 통해 국민들이 미세먼지 공포감과 염려가 정말 크다는 사실을 새삼 알았습니다.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시간을 내어 공무원 교육을 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신창현_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이자 여당 의원으로서 면목이 없습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서네요. 하지만 현 상황을 직시하여 4월 임시국회 때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한 가지 부탁도 드리겠습니다. 환노위 법안 소위에서 몇몇 야당 의원이 화력발전소 조업을 단축했을 때의 경제적 손실과 차량 운행 제한에 따르는 불편함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8시간 넘게 토론을 이어왔습니다. 쟁점이 첨예할 때 국회 홈페이지나 청와대 국민청원 등 다양한 통로를 이용해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 국민 여러분께서 의견을 주면 좋겠습니다. 여야를 떠나 국민의 목소리가 가장 무섭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지지한다는 데 처리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들은 국민을 보고 일합니다. 많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이영애_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모든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기보다 학교 가는 길이 안전한 게 우선이겠죠. 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대해 봅니다. 그날까지 여러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