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전국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육성기관으로 세운 스타트업 캠퍼스의 초대 총장으로 선임된 김범수 카카오의장이 취임했다. 김 총장은 “청년들이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평생 할 수 있는 일, 업(業)을 찾는 것을 돕고자 한다”면서 “스타트업캠퍼스를 청년들이 인공지능(AI)이나 4차 산업혁명 같은 미래시대의 업을 찾고,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교육현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총장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10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고 지속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스타트업캠퍼스 총장직을 제안해 부담감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 스타트업캠퍼스 현장에 와 보고 즉석에서 수락했다.
사실 전국에 100개 가까운 센터가 존재하고 VC, 엑셀러레이터 등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은 만큼 김 총장은 이 캠퍼스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 심사숙고의 시간을 가졌고, 내부 인원들과 함께 수십 차례 회의도 하고 사람 만나는 기간을 거쳤다. 무엇보다 이제 대한민국 청년이 좋은 대학 나와서 막 사회에 내딛는 순간 게임의 룰이 바뀌었고, 향후 5년간 일자리 500만 개가 사라지며,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의 65%는 세상에 없는 일자리를 가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이세돌과 알파고 간 세기의 대결은 한국에 충격적 메시지를 던졌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이것을 느꼈고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앞으로 김 총장은 “우리 아이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로봇과 경쟁해야 할 상황으로 혹자는 고용 시대의 종말을 얘기하기도 한다. 이제 직업 하나로 평생 살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고, 제2·제3의 직업이나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거기에 대한 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이제 빠른 담론과 문제의식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로 직업의 시대에서 업(業)의 시대로, 하나의 직업이 아니라 열정으로 몰입할 수 있는 업의 시대가 필연적”이라고 전망했다. 김 총장은 아이들에게 앞으로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어보지 않고 “이제 뭘 하고 싶니?”라는 질문했을 때 “사람을 돕고 싶어요,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에겐 의사 외에도 많은 업의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업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면서 “자신이 체험한 것에서 직관이 생기고 이제는 지식의 시대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그런 시대로 변하는 상황에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해결능력은 커뮤니케이션, 컬래버레이션, 크리에이티브 싱킹 이 세 가지가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스타트업캠퍼스는 두 가지 기본 개념으로 모든 프로젝트가 강연이 아닌 프로젝트 베이스 러닝(Learning)과 플립트(Flipped) 러닝으로 진행된다”면서 “업을 배우거나 전환하거나 업 시키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역학을 잘 수행하게끔 장애물을 치워주고 독려하는 역할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 스타트업캠퍼스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프로젝트들,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자기의 업을 찾아가는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준비하여 스타트업캠퍼스는 연결만 해주면 나머지는 퍼실리테이터라는 파트너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대한민국의 현실은 남경필 도지사의 말씀처럼 흙수저·헬조선·취준생, 이런 말이 보여주듯이 아픔과 좌절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로봇과 경쟁하고 공존해야 하는 시대, 100세 이후의 삶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공포로 다가오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우리의 미래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는 뿌옇게 낀 안개 속에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한두 가지 길이나마 열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위험과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언제나 길을 찾았다. 이번에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시대에 우리는 반드시 길을 찾고 우리 아이에게 보여주고 그렇게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스타트업캠퍼스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지상 8층 2개 동과 지상 5층 1개 동을 포함 총 3개동에 5만4075㎡ 규모로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저렴한 비용과 기술적 멘토, 법률, 회계, 유통,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는 장소와 시스템만 제공할 뿐 일제의 간섭은 없으며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일하고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3년의 기간을 계약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그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 즉, 창업 또는 기술을 대기업에 매각하는 등 일정 기간 이후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졸업’해야 한다. 만약 더 시간을 요하는 기술이라면 재심사를 통해 입주 여부를 결정한다. 어느 정도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조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은 창업을 유도하고 그것으로 새로운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것”이며 “스타트업캠퍼스는 대학캠퍼스가 상징하는 자율이 그대로 살아있는 플랫폼이다. 경기도는 공간과 시스템만 마련해줄 뿐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다. 운영관리는 민간이 맡을 것”이라며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아시아의 대표 스타트업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